4월 19일에 산 책

   요즘 들어서 너무 시집을 안 읽은 것 같아서, 또 학교 책상 책꽂이에 잠깐이라도 읽을거리를 마련하기 위해서 시집을 중심으로 샀다. 그런데, 시는 읽어도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냥 느낌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 내 취향이 아닌가 보다.

- 사라진 손바닥, 나희덕, 문학과지성사

-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안도현, 창작과비평사

- 어두워진다는 것, 나희덕, 창작과비평사

- 이 짧은 시간 동안, 정호승, 창작과비평사

-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정수일, 창작과비평사

 

4월 30일에 산 책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런 여러 종류의 책을 사 모으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중세와 관련된 책들은 십자군 이야기1에 나오는 참고도서 중에서 고른 것이고, 나머지는 알라딘에서 책 구경하면서 독자평점이 좋은 책들이거나 재미있겠다 싶은 것들인데, 글쎄... 왜 책을 읽느냐고 물어야 할까 보다.

- 너 외롭구나 : 김형태의 청춘카운슬링, 김형태, 예담

- 말해요, 찬드라 : 불법 대한민국 이주 노동자의 삶의 이야기, 이란주, 삶이보이는창

- 서양 중세 문명, 자크 르 고프, 문학과지성사

-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전쟁, 아민 말루프 지음, 아침이슬

- 우연히 만나 새로 사귄 풍경, 이지누,  샘터사

- 최민식 : 열화당 사진문고, 최민식, 조세희 발문, 열화당

- 폭격의 역사, 스벤 린드크비스트, 한겨레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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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미 안녕~! 

  좋은 책 읽고, 생각도 많이 자라기 바란다.


   이 책은 우리가 사는 인생이라는 게 눈물과 한숨 속에 건너야 하는 강과 같다는 걸 일깨우는 것 같다. 어쩌면, 그 강물 건너 편에는 우리가 기다리던 무엇이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살아간다는 것, 그래도 이 책은 강을 건너가는 것! 그것에 의미가 있음을 알려주더라. 이 책을 읽으며 가슴이 먹먹해지던 내 경험을 너와 함께 나누고 싶어서 보낸다. 좋은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

   잘 지내고 건강해라!

2005년 4월 23일, 느티나무가

 

   OO아, 지금은 토요일, 날씨 참 좋다.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햇살은 무지 따뜻하다. 중간고사가 이제 끝나고 있을 때지?

   어제 네가 보낸 편지 잘 받았다. 나도 답장은 편지로 할테고, 우선은 재미있는 책 두 권 보낸다. 두 권 다 우연히(?)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과 관련이 있는 책이다.

   박기범씨의 동화책은 읽어봤는지 모르겠다만, 선생님이 되었을 때 꼭!! 기억해야 할 책이다.

   십자군 이야기1도 재기발랄한 책인데, 낄낄거리면서 읽고는 마음 속에 서늘한 기분이 들 수도 있는 책이다. 나는 네가 틈나는대로 책을 좀 열심히 읽었으면 좋겠다.

   '교사'라는 직업은 끊임없이 자신을 다듬어가야 하는 아름답고도 고단한 직업이다. 자신을 다듬고 연마하는데 가장 값싸고 효과적인 방법이 독서라고 믿고 있다. 책을 통해 새로운 생각과 세상을 만나지 않는다면 자신의 생각은 정체되고, 나이와 상관없이 성장은 멈춘 채로 살게 될 것이다.

   직업병이다, 이 잔소리는. ㅋㅋ

2005년 4월 23일, 느티나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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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화창한 봄날에 학교에서 든 생각들


4월, 우리 반은①

   우리 반은 수업시간에는 산만하고, 학교에서 일어나는 주요 사건/사고의 장본인들이고, 매일 지각하는 학생들이 있으며, 힘이 약한 학생을 골리기도 하는 못된(?) 학생들이 있는 그런 평범한 반입니다. 또, 이런 답답한 상황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담임이 학급 운영을 한답시고 있는 그저 그런 반입니다.

   그러나, 우리 반은 청소를 열심히 하고, 학급일기장을 열심히 써 오고, 대부분은 학교생활에 만족하고 있고, 점심시간엔 활발하게 운동장을 휘젓고 다니며, 이번 체육대회의 줄다리기 결승에 올라간 활기찬 반입니다. 매일 점심시간에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고, 공부하느라 힘겨워하는 아이들을 안쓰럽게 생각하며,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학교에서의 생활이 행복해질까하는 황당한 고민을 하는 담임이 맡은 그저 그런 반입니다.

 

4월 우리 반은

   3월 말쯤에 가정통신문을 보냈습니다. 이번이 첫 편지라 학부모님들께 어떻게 전달되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가정통신문은 꾸준히 보내볼 계획입니다. 이후 학부모님들과 저녁 모임을 한 번 했습니다. 약간 부담스러운 것도 있었고 재미있는 사건도 있었지만, 그래도 학생들을 다중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만남이었습니다.

   그리고 학급일기 쓰기는 지난 4일에 시작해서 지금껏 잘 해오고 있습니다.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내용도 충실하고, 반응도 꽤 좋고, 빠트리는 경우도 적어서 담임인 제가 꼼꼼하게 잘 챙긴다면 이 일기장이 학기말에 좋은 추억이 될 듯 합니다.

   점심시간엔 1층 교무실 뒤편으로 나가 이야기를 합니다. 꼭 하루에 한 명씩만 합니다. 교사(校舍) 뒤편이 참 좋습니다. 비록 울타리 밖이지만 큰나무도 있고, 무엇보다 요즘은 햇빛이 너무 좋아서요. 그냥 특별한 주제 없이 이것저것,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뭐, 꼭 어떤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심심하니까, 점심시간엔 제가 이야기할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애들보고 저랑 놀아달라는 거지요.

   며칠 전에는 학급회의 시간을 이용해서 자화상 그리기를 했습니다. 이 자화상을 코팅해서 자기 사물함의 간판으로 쓰려고 했거든요. A4용지 한 장에다 사진을 보며 자기 얼굴을 그렸는데, 제가 문외한이라 그런지 몰라도 좀 걱정스러운 그림들이 몇 장 있었습니다. 게다가 어제(4월 25일) 성격검사와 직로탐색검사에 대한 결과가 왔는데, 대체로 걱정스러운 그림들의 주인들을 주의하라고 적혀있더군요.[가출충동, 학교폭력피해, 자살충동 등] 그 결과물은 이 무능하고 힘이 없는 담임에게 과연 무엇을 요구하는 것일까요? 저는 이 요구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요?

   오늘 어느 반 국어시간에 내 이름은 ‘남자 국어(샘)’이 아니라고, 앉아 있는 몇 명에게 ‘내 이름을 아냐’고 물었더니, ‘아니요. 근데요, 샘은 제 이름 아세요?’라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순간, 부끄럽기도 했지만, 아쉬움도 컸습니다. 학년 첫 국어시간에 아이들에게 제 이름을 말해주었거든요. 그러면서 꼭 제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부탁도 했는데…… 이렇게 교사와 학생의 간극은 큰 가 봅니다.

   요즘에 저는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습니다. 저렇게 마냥 철없이 구는 우리 반 아이들을 그냥 좋은 얼굴로 대해도 되는 것일까? 더 근본적으로 학생들에게 학교는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 아이들은 학교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학교라는 곳에서 나는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서 있어야 할까? 선생님들은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서 계신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오늘은 너무 감상적이지 않았나 싶네요, 날도 좋았는데…… 참!           

    

                                                                                                  [느티나무]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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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5-04-27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이름은 참 쉬운데도 아이들이 제 이름 몰라요. 저도 가끔 서운하지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저도 각 반에 몇 몇 학생들은 이름 못 외웠어요...

그나저나 저에게 급한 건 임용고시인가 봐요. 요샌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드네요.

해콩 2005-04-27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 모두 뜻이 있는 곳에 길이!! - 임용 삼수생 드림. ^^

느티나무 2005-06-13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보라빛우주님의 성함은 무엇일까 한 번 상상을 해 봅니다. 궁금한데요. ^^ 이젠 이름을 대충 다 외우셨나요? 저도 아직 한참 남았어요. 그래서 NEIS에서 사진 출력해서 가지고 다닌답니다.
임용고시에 대한 부담감, 실체는 뚜렷하지 않지만,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언젠가도 드린 말씀인지 모르겠는데요, 제 친구 중에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마음 먹은 녀석들은 결국 다 되더라구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게 젤 중요하지요. 젤 친한 제 친구도 6수(7수?) 했어요.
해콩님, 뭐 여러가지로 애쓰시는 일이 많은데 별 도움이 못 되는 거 같네요. 미안 ^^::
 

- 백석

여승(女僧)은 합장(合掌)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平安道)의 어느 산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女人)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년(十年)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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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 안 도 현

 

늙은 도둑놈처럼 시커멓게 생긴

보리밭가에서 떠나지 않고 서 있는 살구나무에

꽃잎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자고 나면 살구나무 가지마다 다닥다닥

누가 꽃잎을 갖다 붙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쓸데없는 일을 하는 그가 누구인지

꽃잎을 자꾸자꾸 이어붙여 어쩌겠다는 것인지

나는 매일 살구나무 가까이 다가갔으나

꽃잎과 꽃잎 사이 아무도 모르게

봄날은 가고 있었다

나는 호드득 지는 살구꽃을 손으로 받아들다가

또 입으로 받아먹다가 집으로 돌아가곤 하였는데

 

어느날 들판 한가운데

살구나무에다 돛을 만들어 달고 떠나려는

한척의 커다란 범선을 보았다

 

살구꽃을 피우던 그가 거기 타고 있을 것 같았다

멀리까지 보리밭이 파도로 넘실거리고 있었다.

 

어서 가서 저 배를 밀어주어야 하나

저 배 위에 나도 훌쩍 몸을 실어야 하나

살구꽃이 땅에 흰 보자기를 다 펼쳐놓을 때까지

나는 떠나가는 배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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