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화창한 봄날에 학교에서 든 생각들


4월, 우리 반은①

   우리 반은 수업시간에는 산만하고, 학교에서 일어나는 주요 사건/사고의 장본인들이고, 매일 지각하는 학생들이 있으며, 힘이 약한 학생을 골리기도 하는 못된(?) 학생들이 있는 그런 평범한 반입니다. 또, 이런 답답한 상황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담임이 학급 운영을 한답시고 있는 그저 그런 반입니다.

   그러나, 우리 반은 청소를 열심히 하고, 학급일기장을 열심히 써 오고, 대부분은 학교생활에 만족하고 있고, 점심시간엔 활발하게 운동장을 휘젓고 다니며, 이번 체육대회의 줄다리기 결승에 올라간 활기찬 반입니다. 매일 점심시간에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고, 공부하느라 힘겨워하는 아이들을 안쓰럽게 생각하며,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학교에서의 생활이 행복해질까하는 황당한 고민을 하는 담임이 맡은 그저 그런 반입니다.

 

4월 우리 반은

   3월 말쯤에 가정통신문을 보냈습니다. 이번이 첫 편지라 학부모님들께 어떻게 전달되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가정통신문은 꾸준히 보내볼 계획입니다. 이후 학부모님들과 저녁 모임을 한 번 했습니다. 약간 부담스러운 것도 있었고 재미있는 사건도 있었지만, 그래도 학생들을 다중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만남이었습니다.

   그리고 학급일기 쓰기는 지난 4일에 시작해서 지금껏 잘 해오고 있습니다.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내용도 충실하고, 반응도 꽤 좋고, 빠트리는 경우도 적어서 담임인 제가 꼼꼼하게 잘 챙긴다면 이 일기장이 학기말에 좋은 추억이 될 듯 합니다.

   점심시간엔 1층 교무실 뒤편으로 나가 이야기를 합니다. 꼭 하루에 한 명씩만 합니다. 교사(校舍) 뒤편이 참 좋습니다. 비록 울타리 밖이지만 큰나무도 있고, 무엇보다 요즘은 햇빛이 너무 좋아서요. 그냥 특별한 주제 없이 이것저것,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뭐, 꼭 어떤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심심하니까, 점심시간엔 제가 이야기할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애들보고 저랑 놀아달라는 거지요.

   며칠 전에는 학급회의 시간을 이용해서 자화상 그리기를 했습니다. 이 자화상을 코팅해서 자기 사물함의 간판으로 쓰려고 했거든요. A4용지 한 장에다 사진을 보며 자기 얼굴을 그렸는데, 제가 문외한이라 그런지 몰라도 좀 걱정스러운 그림들이 몇 장 있었습니다. 게다가 어제(4월 25일) 성격검사와 직로탐색검사에 대한 결과가 왔는데, 대체로 걱정스러운 그림들의 주인들을 주의하라고 적혀있더군요.[가출충동, 학교폭력피해, 자살충동 등] 그 결과물은 이 무능하고 힘이 없는 담임에게 과연 무엇을 요구하는 것일까요? 저는 이 요구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요?

   오늘 어느 반 국어시간에 내 이름은 ‘남자 국어(샘)’이 아니라고, 앉아 있는 몇 명에게 ‘내 이름을 아냐’고 물었더니, ‘아니요. 근데요, 샘은 제 이름 아세요?’라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순간, 부끄럽기도 했지만, 아쉬움도 컸습니다. 학년 첫 국어시간에 아이들에게 제 이름을 말해주었거든요. 그러면서 꼭 제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부탁도 했는데…… 이렇게 교사와 학생의 간극은 큰 가 봅니다.

   요즘에 저는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습니다. 저렇게 마냥 철없이 구는 우리 반 아이들을 그냥 좋은 얼굴로 대해도 되는 것일까? 더 근본적으로 학생들에게 학교는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 아이들은 학교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학교라는 곳에서 나는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서 있어야 할까? 선생님들은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서 계신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오늘은 너무 감상적이지 않았나 싶네요, 날도 좋았는데…… 참!           

    

                                                                                                  [느티나무]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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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5-04-27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이름은 참 쉬운데도 아이들이 제 이름 몰라요. 저도 가끔 서운하지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저도 각 반에 몇 몇 학생들은 이름 못 외웠어요...

그나저나 저에게 급한 건 임용고시인가 봐요. 요샌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드네요.

해콩 2005-04-27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 모두 뜻이 있는 곳에 길이!! - 임용 삼수생 드림. ^^

느티나무 2005-06-13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보라빛우주님의 성함은 무엇일까 한 번 상상을 해 봅니다. 궁금한데요. ^^ 이젠 이름을 대충 다 외우셨나요? 저도 아직 한참 남았어요. 그래서 NEIS에서 사진 출력해서 가지고 다닌답니다.
임용고시에 대한 부담감, 실체는 뚜렷하지 않지만,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언젠가도 드린 말씀인지 모르겠는데요, 제 친구 중에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마음 먹은 녀석들은 결국 다 되더라구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게 젤 중요하지요. 젤 친한 제 친구도 6수(7수?) 했어요.
해콩님, 뭐 여러가지로 애쓰시는 일이 많은데 별 도움이 못 되는 거 같네요. 미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