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좀 짜증스러운 일이 있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좀 유별나다고 하거나,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고 지적할 수도 있겠다.

   사실, 며칠 전부터 집으로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내 이름을 말하면서 '집에 있냐'는 전화가 두 번인가 왔었다는데 나는 받은 일이 없고, 그 사람의 연락처만 남아 있었다. 이름을 보니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 아버지께서는 '그냥 네 이름을 부르는 걸 보니 친구같더라'고 하셨는데, 나에겐 낯선 이름이었다. 그냥 무시하고 연락을 안 했는데, 토요일에 손전화로 연락이 왔다.(이 때도 집에 연락해서 내 손전화 번호를 알아낸 모양이었다.) 모은행의 누구라면서... 고객님의 신상정보에 관해서 몇가지 확인할 사항이 있다고 했다.

   좀 불쾌했으나 그래도 그 은행과 거래를 하고 있으니 그런가 보다 하고 묻는 사항 몇 가지... 지금 생각하니, 주소와 주민등록번호정도였던 것 같다. 슬쩍 기분이 안 좋아지려고 하다가 '뭐, 그 정도는 다 묻는 거겠지' 싶어서 참았다. 그러다가 내 메일주소를 묻는 질문을 받고는,

 "저기요, 저는요 은행에 제 돈을 맡긴 것이지, 은행에 제 개인 정보를 알려드릴 의무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건 왜 물어보시는지요?"

"그냥 상품정보도 알려드리고 그럴려고 합니다. 굳이 원하지 않으시면 말씀 안 하셔도 됩니다. 저 그런데 직업이 어떻게 되시죠?"

그 때부터 내 심사는 꼬여서

 "헉~! 말씀드리기 싫은데요. 그건 또 왜 물어보시죠?"

"다른 분들은 거의 다 말씀해 주시던데... 그래면 구체적으로 말씀은 안 하셔도 되구요, 넓은 의미로만 말씀해 주시면 안 될까요? 뭐, 예를 들면 자영업이니 회사원... 이 정도?"

"(속으로) 이거 미치겠네, 정말! 그냥 학교에 근무하는데요... 교사입니다."

"저, 근데 중학교 계십니까? 아니면 고등학교?"

"......저 그만, 끊습니다."

   어제도 집으로 내가 전화국(KT) 손전화 해지했는데, '새로 가입하실 생각이 없냐'면서 다른 전화국에서 전화가 왔다고 한다. 도대체 내 개인 정보는 누구의 손을 거쳐 어디를 떠돌고 있는 것일까? 내가 예민한 것일까? 이렇게 살면 세상 살기 힘든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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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rysky 2004-09-15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전화 정말 열받죠. 다짜고짜 어디 은행인데요, 어디 백화점인데요, 어디 증권사인데요.. 하면서 개인정보 좀 확인하겠습니다.. 하면서 이것저것 캐묻고, 정말정말 필요도 없는 카드를 만들라느니, 어딜 가입하라느니.. 그때마다 일일이 정색하고 화내는 것도 힘들어서 대충 넘어가긴 하지만 참 심각한 문제입니다.
느티나무님꼐서 예민하신 게 아니라, 프라이버시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이 잘못되어 있는 것 같아요.

조선인 2004-09-15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행이라고 사칭하며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냥 끊는게 상책입니다.
별총총하늘님 말씀대로 님이 예민한 게 아닙니다.

느티나무 2004-09-15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지요. 끊고 나서는 약간 자조감도 들었는데요... 어떤 곳은 손전화 번호도 필수로 적어야 하는 곳도 있더라구요. 어이가 없어서, 정말! 개인정보를 요구하시는 분들... 저, 무지 평범하고 소심한 사람이거든요. 저 좀 편하게 살게 해 주세요, 네?
별총총님, 같이 열내 주시는 것 같아서 든든한 구원자가 생긴 기분입니다. 고맙습니다.
조선인님, 저 같이 조심한 사람은 그냥 끊는 것도 힘들더라구요.(왕소심쟁이)

조선인 2004-09-16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소심함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범죄"거든요.
내가 카드를 신청했다든지, 대출을 받는 과정이라든지, 카드명세서가 주소불명으로 반환되었다든지, 나의 신원을 반드시 확인해야 할 모종의 일이 있는 게 아니라면, 먼저 전화를 해서 개인정보를 요청하는 건 수상한 의도가 있습니다.
즉 은행의 용도가 아니라, 관련된 보험사나 증권사나 카드사에서 써먹으려는 겁니다.
최악의 경우는 은행을 사칭한 범죄자일 수도 있습니다. 나의 정보를 도용해 카드나 핸드폰을 만드는 거죠. 보증인으로 세우는 경우도 있구요.
개인정보에 담긴 재산가치를 생각한다면 호락호락 해서는 절대 안된답니다.

느티나무 2004-09-16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 듣고보니 그냥, 그렇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군요. 흠...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이젠 조금 더 당당하게 거절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