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녹차밭
보성 녹차밭은 두 번째다. 3년 전에 부산에서 땅끝까지 걸어갈 때 보성에서 녹차밭으로 빙 둘러서 장흥으로 갔던 곳이다. 이번에 차를 몰고 쌩쌩 달리면서도 그 때 두 발로 밟았던 기억이 뚜렷해서-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도 분명하게 기억이 났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보성의 녹차밭은 아직, 동면 중인가 보다. 아니, 겨울잠을 깨고 기지개를 한참 켜는 중인가 보다. 가지런한 차나무들 사이를 걷다보면 겨울 햇살은 너무나 다사롭고, 바람은 너무 보드랍다. 이 햇살과 바람의 힘으로 이제 곧 차나무의 새순이 기운차게 돋아 오를 것이다.
원래 차밭 사진은 차밭 꼭대기쯤에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찍으면 좋고, 또 크게 굽이치는 곳에서 찍으면 더 예쁘게 나온다. 새벽 안개가 살짝 낀 늦봄이나 여름이면 금상첨화! 이 사진은 거기에 해당사항이 전혀 없다.
// 1939년 차 재배의 적지를 찾아 우리 나라 곳곳을 다니던 일본인 차 전문가들은 보성의 활성산 봇재에서 발을 멈추었다. 차나무가 잘 자라려면 날씨가 따뜻하고 연평균 강우량이 1,500mm 이상 되어야 하는데 이곳은 강우량은 좀 모자라지만 대륙성 기후와 해양성 기후가 교차하는 곳이어서 아침저녁으로 안개가 끼어 습기를 보충해 준다.
이곳의 차밭은 일본인 회사인 경성화학주식회사가 1941년에 야산을 개간하고인도산 차나무를 심으면서 조성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기업식 재배를 시작했을 뿐, 이곳에서 차가 재배된 것은 훨씬 전부터였다. [동국여지승람]과 [세종실록지리지]에도 이미 이곳이 차의 산지로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 답사여행의 길잡이 5-전남편, 한국문화유산답사회 엮음, 돌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