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2003-10-15  

신경질만 내고...
휴~! 어제, 오늘 아이들에게 계속 짜증만 났다.
특히, 어제 저녁은 이 학교에 와서 최악의 날이었다.

5번 수업에 들어가서 매번 화를 내고 말았다.
두번째 수업부터는 아이들에게 '샘이 오늘 기분이 너무 안 좋거든. 그러니 평소와 똑같이 행동해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으니까, 오늘은 너희들이 좀 조심해라!!'고 미리 이야기를 해도, (내가 보기엔) 아이들은 들은 둥 마는 둥 여전한 것 같았다. 그래서 잔소리를 해 대고, 분위기도 썰렁해진 채로 수업을 끝냈다.
어제는 야자감독이라 스스로에게 계속 '너그럽게' '따뜻하게' 생각하자고 다짐을 해 두었건만, 결국 만만한 우리반에 들어가서 떠드는 두 녀석에게 '공부하지 말고 집에 가라'고 해 버렸다. (그 전에 옆 반에 가서 여학생들이 5명이나 없어 또 화를 내고 말았다 ^^;) 아~! 정말 최악의 상황이었다.
강한 사람에게 단단한, 약한 사람에게 편하고 너그러운 사람이고 싶은데, 학교에서 가장 약한 존재인 아이들에게 편하고 따뜻한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은데, 그래서 가능하면 화를 내고 싶지 않았는데, 어제는 정말 나 자신조차 싫은 날이었다.
오늘도 그 여파가 미쳤다. 어제 화낸 반에 수업을 들어갔더니 내 표정을 살피던 몇 녀석이 "야~! 조용히 하자! 샘 기분 별로 안 좋다" 이런 말을 던졌을 때, 얼마나 얼굴이 화끈거리던지... 아~! 안 되겠다. 지금 더 스스로를 다스려서 내일부터는 평상심으로 돌아가도록 노력해야겠다.

뭐, 매달 있는 일이지만 산뜻하게 보이려고 이발을 했다. (그런데 애들이 파마하다가 태운 거 같단다.-약간 곱슬머리라 그런가? 헐~!) 오륙도에 갔었다. 망망무제의 바다를 보며, 수 천만년의 흔적을 가진 오륙도 바위 위에 앉아 낮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 아! 그 파란색 끝 어디쯤이 바다이고 또 하늘인지...금정산에도 올랐다. 파류봉!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하는 산성마을을 조금만 벗어나도 해탈한 듯 무심한 눈길로 속세를 바라보고 선 바위. 아무도 없는 산길을 걷는 맛은 짜릿하다. 더구나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길이라 더욱 좋았다.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다!!

* 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세계화 국제포럼, 필맥)을 읽고 있다.
 
 
플레이아드 2003-10-15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쌤=힘내세요^ㅡ^*

비로그인 2003-10-16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낮술까지..-_-;;

가을산 2003-10-15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 나은 세계를 읽고 계시다니 반가와서 인사드립니다.
전 요즘 다치바나 다카시의 '임사체험'을 읽고 있습니다. 아직 주류 과학이나 정신과 영역에 인정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5년여 전 다른 연구자들의 비슷한 책들이 나올 때보다는 많이 체계가 잡혔더군요. 나름대로 걸러서 받아들일 필요는 있겠지만, 간접적으로라도 이들의 지혜를 접하면 아웅다웅 하는 세상에서 좀 여유를 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