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웨이
토니 힐러먼 지음, 설순봉 옮김 / 민음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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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바호 족의 마을에 정체불명의 나바호가 찾아오고 그를 뒤쫓아온 또 다른 사나이와 총격전을 벌이는 사건이 일어난다.

정체불명의 나바호는 LA의 자동차 절도 조직에서 일한 앨버트 고먼으로 그는 그의 숙부뻘 되는 친척 호스틴 비게이의 호건(오두막) 근처에서 나바호 방식으로 매장된 시체로 발견되며 호스틴 비게이는 실종된다.

나바호 부족 경찰 순경인 짐 치는 이 사건과 더불어 호스틴 비게이의 손녀인 마가렛 빌리 소시가 할아버지의 편지를 받고 기숙사에서 빠져나온 사건을 병행 수사 하게된다. 자동차 절도 조직의 보스 멕네어가 고용한 살인 청부업자에게 폭행당하는 등 갖은 고초끝에 짐은 이 사건은 맥네어의 범행을 증언하기위해 FBI의 증인보호 프로그램으로 숨어 있는, 살해당한 앨버트의 동생 르로이 고먼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인디언 탐정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로 추리소설 시리즈를 발표해 온 토니 힐러먼의 작품입니다.

전에 "시간의 도둑"과 "카치나의 춤"을 이미 재미있게 읽어서 나름대로 기대하고 구입했는데 의외로 두 작품보다 먼저 발표된 책인 것 같더군요. 두 작품에서 주인공 중 한명인 조 리프혼 경위가 등장하지 않고 젊은 짐 치 순경만 탐정역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분하고 냉정한 리프혼 경위보다는 젊고 행동적이면서도 명랑한 구석이 있는 짐 치를 보다 좋아했던 터라 읽은 순서에 상관없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 시리즈의 특징은 나바호, 크게는 인디언 사회에 대한 깊은 지식으로 그려져 있다는 것으로 이 책에서도 그 특징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습니다. 다른 시리즈에서는 여유가 조금 더 생겼는지 약간 유머스럽게 그리는 부분도 있는데 이 작품은 초기작 답게 일반적인 지식만 나열하고 있어서 약간 불만스럽긴 하지만 노래의식이나 매장방식, 기타 여러가지 자질구레한 생활방식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물론이고, 호스틴 비게이의 호건에서 벌어진 앨버트 고먼의 나바호 매장 방식의 이상함을 짐 치가 느끼고 조사를 하는 과정 등에서 독특한 이색 소재를 추리적인 트릭과 잘 결합하고 있습니다.

나바호 부족 경찰 순경인 짐 치라는 캐릭터도 단순히 독특한 설정이라는 것에 머물지 않고 생생하게 살아있어서 마음에 듭니다. 짐 치라는 캐릭터에 대한, 나아가서는 인디언에 대한 작가의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이색적이고 색다른 소재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데 추리적으로도 나무랄데 없는 구성을 보여주어서 더욱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특별한 트릭 같은 것은 없지만 자신만의 느리지만 꾸준한 방식으로 집요하게 추적하여 수사하는 짐 치의 수사방법이나 모아진 단서로 결론을 무리없이 이끌어내는 마무리가 아주 인상적입니다.

정교하게 맞물리는 기발한 트릭이나 싸이코 범죄자가 등장한다거나 엽기적인 연쇄살인이 벌어지지는 않지만 오히려 인간적인 넉넉함이 살아있다는 점에서 미국 추리 문학계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후속작들의 계속된 출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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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이틀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 들녘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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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초등학생 소녀 연쇄 폭행마를 수사하던 시키 경정은 경찰청 간부인 가지 경감의 아내 살인사건의 조사를 명령받고 심문관으로 참석하게 된다.

가지 경감은 13살의 아들이 백혈병으로 사망하고 아내가 알츠하이머 병을 보이자 아내를 목을 졸라 살해한 것. 시키 경정은 가지 경감의 범행을 심문하다가 살해 후 자수할때 까지 이틀간의 공백이 있다는 것과 그가 그 이틀 사이에 도쿄의 환락가 가부키쵸로 찾아 갔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이틀의 공백을 시키 경정은 집요하게 조사하려 하지만 경찰청 내부에서 스캔들을 피하기 위해 살해 후 방황한 것으로 사실을 왜곡하게 되며 시키 경정은 사건에서 강제적으로 물러나게 된다.

이후 사건은 검찰로 송치되며 검찰청의 사세 검사 역시 경찰 내부의 음모를 파악하여 이틀의 공백을 밝혀내려 한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 고위층의 거래로 이같은 시도 또한 무산된다.

한편 동양신문사의 나카오 기자는 가지 경감의 도쿄 행이 가부키쵸였다는 사실을 특종으로 터트리지만 이러한 경찰과 검찰의 거래로 오히려 궁지에 몰리게 되는데... 과연 이틀의 공백기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미스터리 부분 1위!", "영화화 되어 격찬을 받은 바로 그 작품!" 등등의 카피 문구에 혹해서 사게 된 요코야마 히데오의 장편 소설입니다.

이 책은 크게 5 단계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단계에서는 시키 경정이 주인공으로 가지 경감을 심문하는 내용, 2단계에서는 경찰에서 범인을 인계받은 사세 검사의 조사, 3단계에서는 동양신문 나카오 기자의 특종을 위한 사건 조사, 4단계는 변호사 우에무라와 판사 후지바야시의 조사와 인터뷰, 그리고 재판 과정, 마지막 5단계는 교도소에 입소한 가지를 관찰하는 교도관 고가와 마침내 밝혀지는 진실이 그려집니다. 이 각 단계별 이야기는 각각 시작과 끝맺음이 확실하게 구성되고 있어서 연작 단편을 읽는 기분마저 들더군요.

각각의 단계마다 가지 경감을 조사하는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설정되어 각각의 인간관계와 과거, 생각들을 가감없이 투영하는 구조로 인물이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 편이지만 단계별로 포커스가 확실한 편이라 큰 혼란 없이 쉽게쉽게 읽을 수 있는 점은 장점이라 생각되며 주인공급 캐릭터들의 성격도 뚜렷하여 이야기별로 중심을 확실히 잡아주고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단지 시키 경정-사세 검사-나카오 기자의 3인방이 불의를 참지 못하고 정의감에 불타는, 그렇지만 상부의 압력에는 결국 굴복한다는 유사한 성격으로 그려지는 것이나 치사한 상사들의 묘사는 너무 평면적이고 천편일률적이라 아쉽네요.

또 아쉬웠던 것은 초반에는 상당히 궁금하고 흥미진진했던 가지 경감의 수수께끼의 이틀과 "인생 50년"이라는 유언 같은 글귀의 비밀이 단계별로 서서히 밝혀지는 것이 아니라 중반 이후부터는 어느 정도의 내용만 밝혀진 채로 각 단계를 담당하는 주역 인물들만 바뀌며 반복되는 이야기로 진행되면서 초반의 흥미가 많이 떨어지는 점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이 점점 가지 경감이 아닌 다른 주인공들로 옮겨가면서 뭔가 밀도가 점점 약해지는 것도 불만이었고요.

무엇보다 이 책은 추리소설은 절대로(!) 아닙니다. 사건과 수사라는 기본적인 형식은 어느정도 따라가고 있다고 보여지지만 애시당초 이 공백의 이틀에 관한 내용은 가지 경감의 자백 이외에는 수사의 단서가 전혀 없는 것으로 묘사됨으로써 그 어떤 추리적인 가능성이나 상상의 여지를 불허하는 작품입니다.

한마디로 그냥 추리작가가 쓴 정통 드라마에 가까운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읽는 재미는 상당한 편이고 막판의 밝혀지는 비밀 역시 꽤 괜찮은 설정이라 생각되지만 정통 추리를 기대한 저에게는 기대 이하의 책이었습니다. 예전에 추리소설인줄 알고 구입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밀"이 연상되더군요. 대체 어떻게 미스터리 부문 1위를 했다는 것인지 알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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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 동서 미스터리 북스 102
앤소니 버클리 콕스 지음, 황종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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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리뷰"지에 정기적인 평론을 기고하는 평론가 토드헌터씨는 동맥류로 시한부인생 판정을 받게된다. 그는 남은 시간을 가장 값지게 사는 방법을 고심하다가 사회에 해가 되는, 하지만 처벌 받지 않는 존재들을 처단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그가 선택한 인물은 대중 작가 팔로웨이를 유혹하여 가정과 가계를 파탄낸 요부 진 노우드. 하지만 경찰은 팔로웨이의 사위 빈센트 파머를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하여 사형선고까지 내리게 되며 토드헌터 씨는 그의 무죄와 자신의 유죄를 밝히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기 자신을 고발하여 재판정에 서게 된다...

세계 3대 도서 추리소설 중 하나인 "살의"의 작가 앤서니 버클리 콕스의 작품입니다. "살의"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작가의 명성은 익히 들어온 탓에 주변 분의 추천으로 읽게 된 작품입니다.

일종의 도서 추리처럼 범인역의 토드헌터씨를 미리 밝혀 놓고 있지만 일반적인 상식과는 반대로 범인이 스스로의 범행을 증명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면서도 유머스럽게 그리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범행을 증명하기 위해 단서들을 나열하고 복선들을 잘 짜깁기 하는 등의 추리적인 요소와 더불어 법정에서의 치열한 공방같은 법정 스릴러의 요소도 잘 갖추고 있어 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내용상 탐정역의 비중이 작을 수 밖에는 없지만 중요한 조력자인 범죄 연구가 치터윅씨라던가 법정 장면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이는 왕실 변호사 어니스트 프리티보이(!) 경 같은 캐릭터가 잘 살아 있고 각각의 영역 (추리-법정 스릴러)을 확실히 구축하고 있어서 마음에 듭니다.

무엇보다 사소해 보이는 여러 사건들이나 단서를 짜맞추고 앞부분의 불필요해 보였던 여러 묘사들이 의미를 가지게 되는 부분들이 많고, 마지막의 반전이 상당히 괜찮아서 더욱 즐거웠습니다. 반전은 어느 정도는 예상 가능했지만 저의 생각을 뛰어넘는 부분이 있었고 그 모든 내용이 앞에 등장한 단서와 복선에 기한다는 정통 추리적인 요소를 잘 따르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목차에서 각 단락마다 제1부 - 악한 소설풍 (피카레스크) / 제2부 - 신파연극풍 (트랜스폰타인) / 제3부 - 미스터리소설풍 (디텍티브) / 제4부 - 신문소설풍 (저널리스틱) / 제5부 - 괴기소설풍 (고딕) 이라는 재미있는 부제로 구분하여 놓았지만 번역의 미스인지 각 부제별 소설의 느낌은 별로 살아 있지 않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원본은 느낌이 과연 다를까요?) 그리고 "시한부인생"이라는 토드헌터씨의 나름대로의 긴장감있는 핸디캡이 거의 노출되지 않고 하나의 설정으로만 쓰인 점은 좀 유감입니다. 유머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는 있겠지만 최후의 순간까지 토드헌터씨의 병과 죽음이 별로 와 닿지 않았습니다.

뭐 그래도 법정물과 추리물의 줄타기를 성공적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독특한 유머가 잘 살아있어서 상당한 길이인데다가 등장인물의 수도 많은 편이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이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만으로 평가하기는 이르겠지만 상당히 즐길만한 작품을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표작이라는 "살의"도 한번 구해 봐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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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스퀘어
마틴 크루즈 스미스 / 영림카디널 / 199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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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틴 크루즈 스미스의 러시아 형사 아르카디 렌코 시리즈의 3번째 작품입니다. 1작인 고리키 파크와 2작인 북극성 모두 재미있게 읽었기에 큰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1작에서 검사가 관련된 사건을 다루며 결국 권력 상층의 밀수 사건을 적발해 내는 아르카디 렌코, 그는 원래 촉망받는 형사 반장으로 2차대전의 전쟁영웅 렌코 장군의 아들이라는 설정입니다. 1작에서의 사건 해결 이후 2작에서는 그 사건에 관련된 핵심 인물이자 연인 이리나의 미국 망명을 조건으로 혼자 소련에 남게되어 결국 시베리아 원양 어선 "북극성"호에서 일하는 처벌을 받게 된 후 북극성호에서 발생한 여자 승무원의 살인 사건을 조사하여 미국 어선과 얽힌 음모를 밝혀내는 과정까지가 그려져 있는데 3작에서는 2작에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다시 형사반장으로 복귀한 이후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네요.

시니컬한 러시아의 묘사와 여러 디테일 들이 이 시리즈에 뺄 수 없는 재미인데 냉전이 한창이던, 그래서 "철의 장막"에 둘러 쌓여 있던 소련을 배경으로 한 1, 2작과는 다르게 해빙 무드가 본격적으로 무르익던 고르바쵸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인지 보다 이야기의 스케일은 커진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러시아, 체첸 마피아들이 거대한 음모를 진행하며 그 과정에 많은 거물급 인물들이 얽히는 등 전작 시리즈들 보다 사건이 훨씬 거대하고 흥미진진합니다. 하지만 스케일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큰 줄기를 놓치지 않고 있어서인지 읽기가 어려웠고 불편했던 1,2작보다 읽기가 보다 수월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번역이 그나마 가장 최신인 만큼 가장 잘 되었다라는 생각도 들지만^^)

또한 가장 중요한 단서 중 하나인 "레드 스퀘어"라는 단어, 이 단어와 러시아 마피아의 관계를 알 수 없었던 초, 중반부의 수수께끼가 풀리는 반전이 굉장히 좋습니다. (사실은 유명한 "붉은 광장"이라는 장소가 아니라 러시아 현대 미술의 대 작가 말레비치의 전설적인 절대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을 이야기 하는 것임)이 반전을 통해 전반부의 거의 대부분의 인물들과 사건, 그리고 복선이 연결고리를 찾게 되는 이야기 구성이 상당히 매끄럽네요.

약간 첩보 스릴러물 비슷하게 여러 단체들의 암투와 그 사이에서 좌충우돌 하는, 하지만 너무나 인간적인 주인공의 활약이 흥미진진하게 묘사되어 재미를 더합니다.

무엇보다 추리적으로도 깔끔하지만 역사의 큰 흐름이었던 "페레스트로이카" 당시를 배경으로 하여 러시아의 사회 실상을 치밀한 사전 연구 및 조사를 통해 르포 형식으로 디테일하게 묘사하면서도 실제 그 흐름에 휩쓸린 아르카디 렌코를 비롯한 주인공들이 실제로 살아 숨쉬는 듯한 느낌을 주는 특유의 문체가 잘 살아있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실제 고르바쵸프의 개방 정책에 불만을 품은 군부의 쿠데타라는 역사적 현실의 와중에서 마피아 보스 보리스 벤츠와 알보프를 상대로 마지막 승부를 펼치는 장면이 특히 인상깊었습니다. 비록 보리스 벤츠가 보리야 구벤코였다는 반전아닌 반전은 책 옆날개의 캐릭터 소개로 알 수 있어서 김이 좀 빠지지만 어쨌건 악역이 파멸하는 제가 좋아하는 "해피엔딩"이니 만족스럽습니다.

최근의 흐름이기도 한 역사와 추리를 섞은 작품들이 대부분 공상과 허구에 기반하고 있지만 이 소설은 실제 시대 분위기를 잘 전해주는 실감나는 묘사와 현실감 있는 사건들 덕분에 돋보이는 점이 있습니다. 말레비치의 실제 생애와 역사를 절묘하게 조합하면서도 러시아의 당시 현실을 냉정하고 디테일하게 결합시킨 설정과 이야기를 읽고 나니 작가의 사전 조사와 구성력이 놀라울 뿐입니다. 더군다나 작가가 미국인이라는 사실에서 한번 더 놀라게 되네요.

전 3편에 달하는 마틴 크루즈 스미스의 이 시리즈 중에서 가장 읽기 편했고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아마존을 뒤져봤더니 다른 시리즈도 있는 듯 하던데요, 냉소적이면서도 너무나 인간적인 아르카디 렌코의 팬인 만큼 후속 시리즈도 빨리 번역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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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표적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22
로스 맥도날드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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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의 기억이 살아있던 차에 다시 집어들어 읽게 된 루 아처 시리즈의 기념할만한 데뷰작입니다.

하드보일드의 전통이 잘 살아 있으면서도 루 아처만의 매력이 풍기는 것이 이 시리즈의 매력인데요, 특히 여성 캐릭터들, 악역이던 선역이던 여성들을 대하는 시각에서 약간 감성적인 부분이 느껴지는 것도 다른 하드보일드 작가와 비교해서 독특한 점이라 할 수 있겠네요.

제목 "움직이는 표적"은 그다지 작중에서 효과적으로 쓰이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인상적인 대사로 인용되며 루 아처라는 캐릭터를 부각 시키는데 유용한 장치였다고 생각됩니다. 또 일단 멋진 제목이기도 하고요^^

이 작품은 데뷰작 답게 작가가 오랜 시간 준비한 티가 물씬 납니다. 상당히 복잡한 플롯이지만 굉장히 치밀하고 잘 짜여져 있는것이 그러한데요, 행방불명된 백만장자가 약간 미쳤다.. 라는 소재로 쓰였던 한 광신자에게 준 사당과 사원이 백만장자의 사업과 관련이 있다라는 내용이나 중반부에 잠깐 나오는 바다로 향해 날아가는 검은 원반의 정체 등, 인물 하나 하나, 장면 하나 하나가 결과적으로 다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너무 복잡해서 한번에 읽지 않거나 캐릭터들 상관관계를 정리하지 않으면 읽기가 약간 까다롭기도 하다는 점이죠.

주인공인 루 아처는 다른 작품에서처럼 멋진 모습입니다. 데뷰작인 만큼 액션이면 액션, 추리면 추리, 배짱이면 배짱 모든면에서 충분히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으며 자신만의 존재를 잘 어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소름" 처럼 나름의 한방, 반전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반전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의 심리를 꿰뚫는 표현으로 여타 작품들보다 수준 높은 품격을 보여주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황금 만능 주의 사회에 울리는 경고의 메시지도 좀 담겼달까요? 이런 비슷한 상황이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다는 부분이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네요.

마지막까지 쿨한 루 아처의 모습을 보여주며 소설은 끝을 맺는데 거의 모든면에서 완벽한 데뷰작입니다. 루 아처라는 탐정의 될성부른 떡잎(?)을 알아보는데는 모자람 없는 작품이었고 미국 하드보일드의 계보를 짚는데도 중요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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