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손톱
빌 밸린저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고전 걸작 중 하나인 빌.S.밸린저의 작품으로 이번에 다시 재간되어 읽게된 작품입니다. 제가 읽어보고 싶다고 예전 "사라진 시간"을 읽고 포스팅 한지도 2년 8개월이 지나서 나와 인연이 없는 작품이구나... 싶었는데 이렇게 다 읽고나니 정말이지 감개무량하네요.

이 작품은 크게 두가지의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배치되어 전개됩니다. 한개의 이야기는마술사 루가 우연히 도와준 탤리라는 아가씨와 결혼하지만 그녀가 살해당한 뒤 복수를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의 디테일을, 또 다른 한개의 이야기는 뉴욕 지방 형사법원에서 자신의 고용인 아이샴 레딕을 살해한 뒤 보일러를 통해 시체를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험프리스라는 인물의 재판 과정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이 두개의 이야기가 서로 포개지며 결말로 치달을 것이라는 것은 솔직히 너무나 뻔했습니다. 작품의 가장 중요 포인트이기도 한 결말이 저에게는 너무 속이 들여다 보였달까요? 아무래도 1955년 작, 즉 반세기 전의 작품이기에 발표 당시에는 충격적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읽기에는 낡은 감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출판사 북스피어가 원서 초판 당시의 봉인 (결말부를 봉인한 뒤 개봉하지 않고 반환하면 책값을 돌려준다는 이벤트) 까지 재현해가며 반전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좀 지나친 설레발이었던 것 같아요.

아, 물론 저는 봉인을 열고 읽었고 그만한 가치와 재미는 있었습니다. 지금 읽기에 좀 낡아보인다고 해서 이 작품의 가치가 뒤떨어지는 것은 전혀 아니죠. 복수극이야 추리물에서는 발에 채일만큼 많고 진부한 소재이지만 이 작품은 복수담의 교과서같은 작품으로 주인공의 복수를 위한 치밀한 과정이 너무나 흥미진진하게 묘사되어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하는 재미가 아주 잘 살아있습니다. 이런 류의 복수담에는 정교한 플롯이 재미의 가장 큰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인데 그야말로 "완전범죄"와 "복수" 라는 두가지 토끼를 동시에 잡는 주인공의 기민한 행동은 지금 읽어 보아도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생생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물론 재판과정에서의 검사와 변호사의 신경전, 증언과 단서에 의해 드러나는 진상 같은 법정 드라마로의 재미 요소 역시 쏠쏠하고요. 봉인 문제는 단지 좀 귀찮았을 뿐이죠. 칼이 없으면 뜯기도 힘들고...

주인공이 악당(?)을 생각보다 쉽게 찾는다는 것과 몇가지 요소가 우연에 기반하고 있는 등 약간 애매한 부분도 있지만 재미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고, 지금 읽기에 반전은 낡아보이지만 역시나 재미 하나는 명불허전인 작품으로 잡자마자 하루만에 후딱 읽어버릴 정도로 푹 빠져 읽었습니다.

왠지 다 읽고 나니 작품이 "상복의 랑데뷰"와 비슷한 느낌을 가져다 주는 것도 조금 신기하네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복수극이라는 것 이외에는 유사한 점이 거의 없는데, 두 작품 다 주인공의 기본 감정 최 하단에 "사랑" 이라는 것을 녹여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기회에 "상복의 랑데뷰"나 다시 꺼내어 읽어봐야 겠네요.

아, 마지막으로 역자의 해설을 통해 제목이 가진 중의적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예전부터 제목의 의미가 뭘까 궁금했고, 읽어나가면서 제목이 너무 직접적인게 아닌가 싶었는데 역시나 깊은(?) 의미가 있더군요^^ "맹렬하게, 필사적으로"라는 구어 표현을 가지고 단서와 연관시킨 멋진 센스의 제목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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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8-09-29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성님,이글루스에 있는 글들은 종종 읽고 있읍니다.이제 알라딘에도 진출하셨네요.좋은 리뷰 부탁드립니다^^
이와 손톱 정말 재미있는 책이지요.저는 이전 자유추리문고본으로 봤는데 정말 흥미 진진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