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 창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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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와 생명 보험 교토지사에 근무하는 와카쓰키 신지는 어린 시절 형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에게 고모다 시게노리라는 보험 가입자가 불만사항을 토로하며 방문을 요청하고 고모다의 "검은집"에 방문한 신지는 고모다의 아들 가즈야의 자살한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가즈야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점을 느끼는 신지는 보험금 지급을 미루며 사건을 독자적으로 조사하게 된다. 점점 공포스러운 과거의 여러 사건들을 발견하는 신지에게 점차 위험이 닥치게 되고 결국 신지는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게 된다....

이전부터 읽고 싶었었지만 절판되어 구하지 못해 아쉬워 하던 기시 유스케의 "검은집"이 양장본으로 재간되어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검은집"이라는 흉가를 무대로 한 호러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서스펜스 스릴러라 할 수 있더군요. 가즈야의 죽음을 토대로 고모다와 그의 아내 사치코를 조사하며 알게되는 공포스러운 과거와 여러 죽음들의 실체, 그리고 신지와 그 주변인물들에게 닥치는 위협과 죽음을 세련된 문장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스티븐 킹이나 클라이브 바커류의 소설처럼 유령이나 초현상, 괴물 같은 존재를 주 악역으로 설정하는 것 보다도 오히려 평범하면서 주위에 얼마든지 있는 보통 사람들 중에 "감정이 없는 인간 (싸이코파스)"을 악역으로 설정하여 그러한 인간의 광기와 잔인성을 묘사하는 부분이 다른 호러소설과 구분됩니다.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고 생각하면 아무런 꺼리낌없이 살인을 반복하는 "싸이코파스"들.....저는 유령이나 괴물이 나오는 이야기보다 이렇게 평범한 사람들의 극한으로 치닫는 잔인성이라는 것이 더 무섭다고 느껴지네요. 이 소설에서는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잔인성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신지의 과거에 있었던 형의 죽음과 그에 따르는 괴로움을 묘사하는 부분은 불필요 했다고 생각되며 "감정이 없는 인간", 즉 "싸이코파스"라고 현대적으로 정의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부분 역시 아주 약간 지루했지만 워낙 문장이 흡입력있고 전개가 흥미진진해서 쉬지않고 단숨에 읽어버리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특히 중반 이후부터 쉴 틈 없이 몰아붙이는 작가의 능력에는 정말 감탄했습니다. 서스펜스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다른 유명한 작품들에 비해서 결코 뒤지지 않는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또다른 악몽을 예감하며 전율하는 신지의 모습을 그리며 끝맺는 엔딩도 인상적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기대했던 것 만큼의 공포스러움을 안겨주지는 못했지만 소설적인 재미는 기대치 이상이었습니다. "생명보험"이라는 사회적 장치를 토대로 발생할 수 있는 현실에 기반한 실질적인 공포와 위험을 묘사했다는 점에서 카드빛으로 인한 신용 불량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살인을 소재로 다룬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와 유사한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사실적인 소재로 다룬 이야기 전개는 정말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조금 자료를 찾아보니 이미 영화화가 되었는데 소설을 거의 각색없이 찍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비쥬얼과 공포를 충분히 전해줄 것 같아 한번 구해볼 생각입니다.

PS : 일상에서 벌어질 수 잇는 공포를 그리고는 있지만 그래도 신지의 애인 메구미의 말처럼 "인간은 근본적으로 모두 선하다" 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게 훨씬 세상 사는데 도움이 되겠죠? 아직 세상은 살만한 곳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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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리타 2004-09-23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이코파스라는 개념의 도입과 공포의 전개가 무척이나 흥미롭게 보입니다. 꼭 읽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