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표적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22
로스 맥도날드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3월
평점 :
품절


소름"의 기억이 살아있던 차에 다시 집어들어 읽게 된 루 아처 시리즈의 기념할만한 데뷰작입니다.

하드보일드의 전통이 잘 살아 있으면서도 루 아처만의 매력이 풍기는 것이 이 시리즈의 매력인데요, 특히 여성 캐릭터들, 악역이던 선역이던 여성들을 대하는 시각에서 약간 감성적인 부분이 느껴지는 것도 다른 하드보일드 작가와 비교해서 독특한 점이라 할 수 있겠네요.

제목 "움직이는 표적"은 그다지 작중에서 효과적으로 쓰이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인상적인 대사로 인용되며 루 아처라는 캐릭터를 부각 시키는데 유용한 장치였다고 생각됩니다. 또 일단 멋진 제목이기도 하고요^^

이 작품은 데뷰작 답게 작가가 오랜 시간 준비한 티가 물씬 납니다. 상당히 복잡한 플롯이지만 굉장히 치밀하고 잘 짜여져 있는것이 그러한데요, 행방불명된 백만장자가 약간 미쳤다.. 라는 소재로 쓰였던 한 광신자에게 준 사당과 사원이 백만장자의 사업과 관련이 있다라는 내용이나 중반부에 잠깐 나오는 바다로 향해 날아가는 검은 원반의 정체 등, 인물 하나 하나, 장면 하나 하나가 결과적으로 다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너무 복잡해서 한번에 읽지 않거나 캐릭터들 상관관계를 정리하지 않으면 읽기가 약간 까다롭기도 하다는 점이죠.

주인공인 루 아처는 다른 작품에서처럼 멋진 모습입니다. 데뷰작인 만큼 액션이면 액션, 추리면 추리, 배짱이면 배짱 모든면에서 충분히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으며 자신만의 존재를 잘 어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소름" 처럼 나름의 한방, 반전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반전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의 심리를 꿰뚫는 표현으로 여타 작품들보다 수준 높은 품격을 보여주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황금 만능 주의 사회에 울리는 경고의 메시지도 좀 담겼달까요? 이런 비슷한 상황이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다는 부분이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네요.

마지막까지 쿨한 루 아처의 모습을 보여주며 소설은 끝을 맺는데 거의 모든면에서 완벽한 데뷰작입니다. 루 아처라는 탐정의 될성부른 떡잎(?)을 알아보는데는 모자람 없는 작품이었고 미국 하드보일드의 계보를 짚는데도 중요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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