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스퀘어
마틴 크루즈 스미스 / 영림카디널 / 1993년 5월
평점 :
절판


마틴 크루즈 스미스의 러시아 형사 아르카디 렌코 시리즈의 3번째 작품입니다. 1작인 고리키 파크와 2작인 북극성 모두 재미있게 읽었기에 큰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1작에서 검사가 관련된 사건을 다루며 결국 권력 상층의 밀수 사건을 적발해 내는 아르카디 렌코, 그는 원래 촉망받는 형사 반장으로 2차대전의 전쟁영웅 렌코 장군의 아들이라는 설정입니다. 1작에서의 사건 해결 이후 2작에서는 그 사건에 관련된 핵심 인물이자 연인 이리나의 미국 망명을 조건으로 혼자 소련에 남게되어 결국 시베리아 원양 어선 "북극성"호에서 일하는 처벌을 받게 된 후 북극성호에서 발생한 여자 승무원의 살인 사건을 조사하여 미국 어선과 얽힌 음모를 밝혀내는 과정까지가 그려져 있는데 3작에서는 2작에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다시 형사반장으로 복귀한 이후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네요.

시니컬한 러시아의 묘사와 여러 디테일 들이 이 시리즈에 뺄 수 없는 재미인데 냉전이 한창이던, 그래서 "철의 장막"에 둘러 쌓여 있던 소련을 배경으로 한 1, 2작과는 다르게 해빙 무드가 본격적으로 무르익던 고르바쵸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인지 보다 이야기의 스케일은 커진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러시아, 체첸 마피아들이 거대한 음모를 진행하며 그 과정에 많은 거물급 인물들이 얽히는 등 전작 시리즈들 보다 사건이 훨씬 거대하고 흥미진진합니다. 하지만 스케일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큰 줄기를 놓치지 않고 있어서인지 읽기가 어려웠고 불편했던 1,2작보다 읽기가 보다 수월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번역이 그나마 가장 최신인 만큼 가장 잘 되었다라는 생각도 들지만^^)

또한 가장 중요한 단서 중 하나인 "레드 스퀘어"라는 단어, 이 단어와 러시아 마피아의 관계를 알 수 없었던 초, 중반부의 수수께끼가 풀리는 반전이 굉장히 좋습니다. (사실은 유명한 "붉은 광장"이라는 장소가 아니라 러시아 현대 미술의 대 작가 말레비치의 전설적인 절대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을 이야기 하는 것임)이 반전을 통해 전반부의 거의 대부분의 인물들과 사건, 그리고 복선이 연결고리를 찾게 되는 이야기 구성이 상당히 매끄럽네요.

약간 첩보 스릴러물 비슷하게 여러 단체들의 암투와 그 사이에서 좌충우돌 하는, 하지만 너무나 인간적인 주인공의 활약이 흥미진진하게 묘사되어 재미를 더합니다.

무엇보다 추리적으로도 깔끔하지만 역사의 큰 흐름이었던 "페레스트로이카" 당시를 배경으로 하여 러시아의 사회 실상을 치밀한 사전 연구 및 조사를 통해 르포 형식으로 디테일하게 묘사하면서도 실제 그 흐름에 휩쓸린 아르카디 렌코를 비롯한 주인공들이 실제로 살아 숨쉬는 듯한 느낌을 주는 특유의 문체가 잘 살아있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실제 고르바쵸프의 개방 정책에 불만을 품은 군부의 쿠데타라는 역사적 현실의 와중에서 마피아 보스 보리스 벤츠와 알보프를 상대로 마지막 승부를 펼치는 장면이 특히 인상깊었습니다. 비록 보리스 벤츠가 보리야 구벤코였다는 반전아닌 반전은 책 옆날개의 캐릭터 소개로 알 수 있어서 김이 좀 빠지지만 어쨌건 악역이 파멸하는 제가 좋아하는 "해피엔딩"이니 만족스럽습니다.

최근의 흐름이기도 한 역사와 추리를 섞은 작품들이 대부분 공상과 허구에 기반하고 있지만 이 소설은 실제 시대 분위기를 잘 전해주는 실감나는 묘사와 현실감 있는 사건들 덕분에 돋보이는 점이 있습니다. 말레비치의 실제 생애와 역사를 절묘하게 조합하면서도 러시아의 당시 현실을 냉정하고 디테일하게 결합시킨 설정과 이야기를 읽고 나니 작가의 사전 조사와 구성력이 놀라울 뿐입니다. 더군다나 작가가 미국인이라는 사실에서 한번 더 놀라게 되네요.

전 3편에 달하는 마틴 크루즈 스미스의 이 시리즈 중에서 가장 읽기 편했고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아마존을 뒤져봤더니 다른 시리즈도 있는 듯 하던데요, 냉소적이면서도 너무나 인간적인 아르카디 렌코의 팬인 만큼 후속 시리즈도 빨리 번역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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