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이틀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 들녘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학생 소녀 연쇄 폭행마를 수사하던 시키 경정은 경찰청 간부인 가지 경감의 아내 살인사건의 조사를 명령받고 심문관으로 참석하게 된다.

가지 경감은 13살의 아들이 백혈병으로 사망하고 아내가 알츠하이머 병을 보이자 아내를 목을 졸라 살해한 것. 시키 경정은 가지 경감의 범행을 심문하다가 살해 후 자수할때 까지 이틀간의 공백이 있다는 것과 그가 그 이틀 사이에 도쿄의 환락가 가부키쵸로 찾아 갔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이틀의 공백을 시키 경정은 집요하게 조사하려 하지만 경찰청 내부에서 스캔들을 피하기 위해 살해 후 방황한 것으로 사실을 왜곡하게 되며 시키 경정은 사건에서 강제적으로 물러나게 된다.

이후 사건은 검찰로 송치되며 검찰청의 사세 검사 역시 경찰 내부의 음모를 파악하여 이틀의 공백을 밝혀내려 한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 고위층의 거래로 이같은 시도 또한 무산된다.

한편 동양신문사의 나카오 기자는 가지 경감의 도쿄 행이 가부키쵸였다는 사실을 특종으로 터트리지만 이러한 경찰과 검찰의 거래로 오히려 궁지에 몰리게 되는데... 과연 이틀의 공백기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미스터리 부분 1위!", "영화화 되어 격찬을 받은 바로 그 작품!" 등등의 카피 문구에 혹해서 사게 된 요코야마 히데오의 장편 소설입니다.

이 책은 크게 5 단계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단계에서는 시키 경정이 주인공으로 가지 경감을 심문하는 내용, 2단계에서는 경찰에서 범인을 인계받은 사세 검사의 조사, 3단계에서는 동양신문 나카오 기자의 특종을 위한 사건 조사, 4단계는 변호사 우에무라와 판사 후지바야시의 조사와 인터뷰, 그리고 재판 과정, 마지막 5단계는 교도소에 입소한 가지를 관찰하는 교도관 고가와 마침내 밝혀지는 진실이 그려집니다. 이 각 단계별 이야기는 각각 시작과 끝맺음이 확실하게 구성되고 있어서 연작 단편을 읽는 기분마저 들더군요.

각각의 단계마다 가지 경감을 조사하는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설정되어 각각의 인간관계와 과거, 생각들을 가감없이 투영하는 구조로 인물이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 편이지만 단계별로 포커스가 확실한 편이라 큰 혼란 없이 쉽게쉽게 읽을 수 있는 점은 장점이라 생각되며 주인공급 캐릭터들의 성격도 뚜렷하여 이야기별로 중심을 확실히 잡아주고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단지 시키 경정-사세 검사-나카오 기자의 3인방이 불의를 참지 못하고 정의감에 불타는, 그렇지만 상부의 압력에는 결국 굴복한다는 유사한 성격으로 그려지는 것이나 치사한 상사들의 묘사는 너무 평면적이고 천편일률적이라 아쉽네요.

또 아쉬웠던 것은 초반에는 상당히 궁금하고 흥미진진했던 가지 경감의 수수께끼의 이틀과 "인생 50년"이라는 유언 같은 글귀의 비밀이 단계별로 서서히 밝혀지는 것이 아니라 중반 이후부터는 어느 정도의 내용만 밝혀진 채로 각 단계를 담당하는 주역 인물들만 바뀌며 반복되는 이야기로 진행되면서 초반의 흥미가 많이 떨어지는 점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이 점점 가지 경감이 아닌 다른 주인공들로 옮겨가면서 뭔가 밀도가 점점 약해지는 것도 불만이었고요.

무엇보다 이 책은 추리소설은 절대로(!) 아닙니다. 사건과 수사라는 기본적인 형식은 어느정도 따라가고 있다고 보여지지만 애시당초 이 공백의 이틀에 관한 내용은 가지 경감의 자백 이외에는 수사의 단서가 전혀 없는 것으로 묘사됨으로써 그 어떤 추리적인 가능성이나 상상의 여지를 불허하는 작품입니다.

한마디로 그냥 추리작가가 쓴 정통 드라마에 가까운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읽는 재미는 상당한 편이고 막판의 밝혀지는 비밀 역시 꽤 괜찮은 설정이라 생각되지만 정통 추리를 기대한 저에게는 기대 이하의 책이었습니다. 예전에 추리소설인줄 알고 구입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밀"이 연상되더군요. 대체 어떻게 미스터리 부문 1위를 했다는 것인지 알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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