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호텔 살인사건 - Mystery Best 10
모리무라 세이치 지음, 김정우 옮김 / 해문출판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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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작품입니다. 꽤 유명한 작품이지만 예전 번역본은 구하기가 어려워 손을 놓고 있던 차에 해문의 미스테리 베스트로 출간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작가의 1971년 작품으로 비교적 초기작에 속하고, 이 작가의 초기작은 꽤 괜찮은 작품이 많아 읽기 전 부터 상당히 기대를 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작가의 후기작은 작품이라 부르기 미안한 수준의 작품마저 양산한 작가라서.....

작품 내용은 이전에 읽었던 "고층의 사각"과 유사합니다. 호텔에서 실제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설정이 꽤나 요긴하게 쓰인 다는 것과 고층의 호텔 밀실이라는 점은 판박이로 보여집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데뷰작 이후 어느정도 내공이 쌓인 탓인지 인물과 드라마 자체는 훨씬 복잡하게 전개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호텔에서 발생한 밀실 살인 트릭과 시간차를 이용한 장소이동 알리바이 트릭, 그리고 체인으로 밀실을 만드는 3종의 트릭이 등장해서 추리적인 재미를 마음껏 느끼게 해 주는 것이 최대의 장점으로 생각되네요.

하지만 "고층의 사각"에 비해서는 너무 흥행을 의식한 티가 풍겨서 전체적인 분위기는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난잡한 상류계층의 생활과 범죄를 그리는 것이야 모리무라 세이이치 작품의 특징이긴 하지만 이 작품은 그 정도가 너무 지나쳐서 만화와 같은 과장으로 인물 및 배경 설정에서 현실감이 너무 떨어지고 있습니다. 항상 느껴왔던 것이지만 이러한 설정들이 좋은 트릭과 전개를 너무 흐리고 있어서 아쉽기만 하네요.

그래도 그냥 트릭만 놓고 본다면 모리무라 세이이치 작품에서도 꽤 높은 수준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평가한다면 첫번째 사건 -초고층 호텔 살인사건- 은 제목으로까지 쓰인 임팩트 있는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트릭은 그다지 수긍하기 어려운 그냥저냥한 수준이었지만 다른 2개의 트릭은 상당히 재미있고 깔끔합니다. 특히나 2번째 시간차 알리바이 트릭이 아주 좋은 편인데요, 기발하기도 하거니와 범인들이 보다 치밀한 함정을 파기 위한 공작을 벌이다가 오히려 꼬리를 잡히게 되는 전개가 마음에 듭니다.

작가의 최고 대표작이라고 보기는 무리가 있지만 추리작가로서의 모리무라 세이이치를 잘 느낄 수 있고 길이도 그다지 길지 않아 쉽게 읽을 수 있어서 심심풀이 독서로는 괜찮은 선택이었다 생각됩니다. 접하기 힘든 작품을 과감하게 선정해서 소개해 주는 점, 거기에 계보도까지 그려놓고 시간차 트릭을 깨기위한 시간대를 표로 구성하여 삽입한 출판사의 센스에도 박수를 보냅니다. 역시 추리전문 출판사는 다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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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긴 일요일의 약혼
세바스티앙 자프리조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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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프랑스 작가 세바스티앙 자프리조의 장편소설로 그 길이가 일단 만만치 않은 작품입니다. 간략한 줄거리만 놓고 본다면 추리 쟝르라고 말하기는 애매하지만 여러 증언들을 종합하여 그 중에 놓여있는 진상을 찾아내는 과정은 물론이고 기초적이기는 하지만 암호트릭까지 등장하는 등 추리물로 손색이 없어 보이네요.

이 소설처럼 다양한 인물들의 증언들을 모아서 하나의 진실을 찾아낸다는 소재와 설정은 많은 작품에서 반복되어 왔지만 장애인이라는 핸디캡을 주인공에게 설정함으로 주로 "편지"를 통해 전개되는 이야기 전달 과정은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 되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또한 1차대전 당시와 직후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시대상황을 잘 보여주는 여러 디테일한 묘사도 좋고 독특한 성격의 주인공의 심리묘사 역시 재미있을 뿐더러 나름대로 해피엔딩인 결말까지 완벽해서 상당한 길이에도 불구하고 쉽게쉽게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주 스토리인 마틸드의 마네크 탐색과 그것에 관련된 여러 반대의견, 협박과 더불어 5인의 병사 모두 각각의 이야기와 설정이 자세하고 흥미진진해서 정말 눈을 떼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물론 프랑스(!) 소설 답게 묘사가 좀 장황해서 약간 지루한 부분도 없잖이 있기도 합니다만...

하나 아쉬운 점은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 그리고 그 등장인물들이 거진 다 별명으로 통하기 때문에 머리속에서 다 정리가 안되서 여러번 앞장을 넘겨보게 되는 부분이 많은데 주인공들을 맨 앞머리에 간략하게 정리해 주었으면 훨씬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드네요.

"비의 여행자"라는 작품은 이미 읽어 보았었지만 "비의 여행자"는 영화 시나리오를 소설로 재 구성한데 반해 이 작품은 소설을 영화화한 "인게이지먼트"라는 작품이 곧 개봉한다고 하니 이것 역시 아이러니컬 하군요. 도대체 편지를 주 매개체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어떻게 영화화 했는지 궁금해서라도 영화는 꼭 챙겨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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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비행 2005-08-02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사람 신데렐라 함정 쓴 그 사람 아닌가요? 우와..이런 소설도 있었군요..

maettugi 2005-08-02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간비행 : 맞습니다. 꽤 재미있는 작품이었어요^^
 
어느 샐러리맨의 유혹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27
헨리 슬레서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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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플란넬 수의"라는 제목으로도 출간된 단편의 명수, TV시리즈 극본의 대가 헨리 슬레서의 장편소설입니다. 단편은 그다지 많이 접해보지는 않았지만 이런저런 앤솔로지에서 몇편 읽어보았던 작가이긴 한데 땡기는 작가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자주 찾아가는 석원님 블로그의 포스트에서 꽤 좋게 평가 하셨길래 구입해 읽게 되었습니다.

하여간, 이 작품은 먼저 광고회사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작가 답게 광고회사를 주요 무대로 해서 소설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독특합니다. 분위기는 전혀 다르지만 광고인을 주인공으로 한 "너기바"라는 단편이 연상되기도 하네요.

하지만 예상했던 대로 정통 추리소설로 보기에는 조금 어렵고 저만의 표현을 빌자면 "헐리우드 스릴러" 에 가까운 작품으로 보여집니다. 평범한 인물이 사건에 휘말려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엄청난 모험을 한다는 이쪽 바닥의 전형적인 전개로 이루어 지고 있거든요. 약간 차이가 있다면 실제로 주인공이 위험에 처하거나 궁지에 몰리는 설정이 아니라 주인공이 "탐정"역으로 전개를 이끌어 나간다는 것 정도인데 그 이외에는 좀 많이 뻔한 설정이죠.

또한 사건의 배후와 그 동기에 대한 설정은 기발하면서도 완벽한 편이지만 실질적으로 "트릭"이라고 부를만한 요소가 없고 범인이 너무나도 의외의 인물이며 범인의 행동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한 점 때문에 더더욱 추리물로는 보이지가 않네요.

그래도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디테일이 캐릭터에 대한 묘사와 실제로 소설에서 진행되고있는 광고회사의 업무 묘사에 생생하게 살아 있고 실제 광고 카피를 차용한 소제목들같은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마음에 듭니다. 무엇보다도 사건의 원인이 되는 광고에 대한 설정이 정말 좋습니다. 현실적이고 광고 그 자체의 아이디어도 참신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사건을 유발시키게 되는 설정이라 설득력이 뛰어나다고 보여집니다. 거기에다가 사건이 복합적이고 점차 주인공 주변인물들이 전부 관련되게끔 발전하며, 그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어서 정말로 읽기 시작해서 한번도 쉬지 않고 완독하게 된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원제인 "회색 플란넬 수의"는 내용 결말 부분에서 언급되는 꽤 괜찮은 울림을 주는 멋진 제목인데 제가 구입한 번역본 (해문판)은 제목이 왜 "어느 샐러리맨의 유혹"인지 모르겠습니다. 구입을 망설인 이유 중 하나가 이 이상하게 싼티나는 제목이라는 점을 비추어 본다면 훗날에라도 제목만 원상복구해서 다시 출간하였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PS : 그나저나 "백작부인"과 그 딸은 도대체 왜 등장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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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F가 된다
모리 히로시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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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히로시씨의 추리소설 데뷰작입니다. 이 작가의 작품은 이전 서울문화사에 나온 "웃지않는 수학자"를 먼저 읽었었는데 조사해 보니 (작가 홈페이지에 자세히 나와있군요)사이카와-모에 커플의 시리즈 중에서 웃지않는 수학자는 3번째 작품이고 데뷰작이 이 작품이었네요. 이 작품으로 제 1회 메피스토 상을 수상했군요. 내용을 보니 원래는 시리즈 5연작으로 쓰던 작품중 4번째 작품이 될 예정이었다는데 출판사의 의향에 따라 첫번째로 간행되었다고 하네요.

일단 굉장히 독특하고 보기 힘든 밀실 트릭이라는 데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카메라 등으로 완벽하게 관리되는 시스템 하에서 기발한 발상으로 거의 완벽한 밀실을 구현한 것은 놀랍네요. 이른바 "현대과학 기술 시대의 완벽한 밀실 살인 사건"의 모범답안 격이랄까요? 또한 제일 첫머리에서부터 중요한 단서들을 제공해 주고 있으며 중간부분 곳곳에 나오는 여러 단서들 역시 상당히 공정한 편이라 마음에 듭니다.

탐정역의 사이카와는 제가 싫어하는 "천재형 명탐정"에 가까운 인물이지만 엘러리보다는 "트릭"의 우에다에 가까울 정도로 소탈하고 거부감 없는 성격으로 역시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재벌가의 외동딸이자 수학의 천재인 모에는 너무 만화스럽긴 하지만 감초같은 재미는 충분히 가져다 주고요.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천재 마가타 시키 박사 역시 등장은 몇번 하지 않지만 멋진 캐릭터로서 이른바 "천재 사이코 살인범"의 그동안 전형이었던 한니발 렉터 박사에 뒤지지 않는 카리스마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작가 자신이 지적하고 있지만 트릭 자체가 "실제로 쓰이기에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라는 점이 정통 본격추리 팬들에게는 가장 아쉬운 점이겠죠. 일부 독자들은 이 트릭 때문에 이 작품을 "SF"로 까지 분류한다고 하는데 그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히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것임에는 분명합니다. 물론 트릭은 그 자체가 비현실적이거나 완전 허구는 아니고 때문에 이 작품이 본격물로서 가치를 잃지 않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아무리 단서와 복선을 많이 설정해도 저같은 일반인이 해독하기에는 불가능한 트릭이지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큰 반전이자 내용의 핵심인 이른바 "트로이의 목마" 트릭은 너무 작위적이지 않았나 싶네요. 무엇보다 15년이라는 세월동안 은폐가 가능했다는 점과 어느 시점에서의 "교체"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은 이 소설에서 여러가지 장치로 설득력있게 설명하고는 있지만 그 기간이 너무 길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불만스러운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소설 자체는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내용적으로도 상당히 과학적이고 이론적으로 뒷받침 되고 있어 현학적인 재미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약간 건조하기는 하지만 건전한(?)묘사와 전개들로 좀 변태적이고 엽기적인 다른 일본 작품들과는 뚜렷한 차별점을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렇게 건전하고 밝으면서도 완벽한 연쇄살인을 다룬 현대 본격물이라는 것이 이 작품이 가진 최대의 장점이겠죠.

모리 히로시는 상당한 베스트셀러 작가지만 국내에는 "웃지 않는 수학자" 한편만 번역, 출간되어 아쉬움이 남던 차에 이번에 다시 국내에 출간된다니 더욱 반갑네요. 모쪼록 시리즈 전편이 출간되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너무나 불량한 표지 디자인에 비싼 가격은 다시한번 국내 추리 도서 시장에 대해 재고하게 만드는군요.

PS : 이 작품은 "The Perfect Insider"라는 제목으로 게임으로까지 나와 있다니 게임도 한번 즐겨보고 싶네요. 사이트를 방문하시면 게임 오프닝과 일러스트를 보실 수 있으니 한번 들려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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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승객 - Mystery Best 5
패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심상곤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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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가득히"의 패트리셔 하이스미스의 소설 데뷰작입니다. 서로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는 2명이 우연히 만나 서로의 원수를 바꿔서 죽여준다는 설정은 프레데릭 브라운의 "교환살인"과도 거의 동일한 아이디어이기도 하고 이미 영화로도 접해서 그다지 새로운 소재는 아니었습니다.그리고 이 작품은 아주 예전에 히치콕 감독 영화로 먼저 접했기 때문에 그다지 손이 가지 않았었는데 읽어보니 왠걸! 영화와 소설이 굉장히 딴판이라 무척 놀랐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중반부까지 이야기는 동일하게 가져가지만 후반부 부터 달라지기 시작해서 결말은 전혀 다른 이야기로 끝납니다.

영화에서 테니스 선수였던 주인공 거이는 건축사로 나오며 영화에서는 결국 교환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데 비해 소설에서는 브루노의 협박에 의해 심신 상실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전개라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 인 것 같습니다. 때문에 영화는 거이가 아내 살인범이 브루노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과정을, 소설은 범죄 이후 두명의 주인공이 심리적으로 붕괴하는 과정을(주로 거이 중심이지만) 중반부 이후부터 굉장히 디테일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두 작품을 비교해 보니 보다 색다른 재미가 있네요.

하지만 추리적으로는 영화쪽이 더 나은 것 같군요. 소설적인 심리묘사의 디테일때문에 소설쪽도 재미있는 편이지만, 영화에서는 거이가 발버둥치면서 끝까지 버티다가 결국 브루노가 결국 아내를 살해했다는 것을 꽤 타당하게 밝혀내는데 비해 소설에서는 두 사람이 우연히 과거에 서로 만나서 서로가 원하는 사람들을 각각 살해했다..라는 것을 사립탐정이 추리해 내지만 이후의 검거 과정에서는 아무런 물증을 제시하지도, 찾아내지도 못하고 단지 마지막에 미행에 의한 도청으로 사건의 전모를 밝혀낸다는 점은 너무나도 안일한 결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한마디로 기차에서 사람 한명 잘못 만난 것 때문에 인생이 망가지게 되는 내용이라 개인적으로는 주인공 거이에게는 연민의 감정이 들더군요.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는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리되며 해피 엔딩인 영화쪽의 전개나 결말이 더욱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소설도 묘사 하나만은 치밀하고 극적이므로 충분히 읽으면서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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