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샐러리맨의 유혹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27
헨리 슬레서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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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플란넬 수의"라는 제목으로도 출간된 단편의 명수, TV시리즈 극본의 대가 헨리 슬레서의 장편소설입니다. 단편은 그다지 많이 접해보지는 않았지만 이런저런 앤솔로지에서 몇편 읽어보았던 작가이긴 한데 땡기는 작가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자주 찾아가는 석원님 블로그의 포스트에서 꽤 좋게 평가 하셨길래 구입해 읽게 되었습니다.

하여간, 이 작품은 먼저 광고회사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작가 답게 광고회사를 주요 무대로 해서 소설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독특합니다. 분위기는 전혀 다르지만 광고인을 주인공으로 한 "너기바"라는 단편이 연상되기도 하네요.

하지만 예상했던 대로 정통 추리소설로 보기에는 조금 어렵고 저만의 표현을 빌자면 "헐리우드 스릴러" 에 가까운 작품으로 보여집니다. 평범한 인물이 사건에 휘말려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엄청난 모험을 한다는 이쪽 바닥의 전형적인 전개로 이루어 지고 있거든요. 약간 차이가 있다면 실제로 주인공이 위험에 처하거나 궁지에 몰리는 설정이 아니라 주인공이 "탐정"역으로 전개를 이끌어 나간다는 것 정도인데 그 이외에는 좀 많이 뻔한 설정이죠.

또한 사건의 배후와 그 동기에 대한 설정은 기발하면서도 완벽한 편이지만 실질적으로 "트릭"이라고 부를만한 요소가 없고 범인이 너무나도 의외의 인물이며 범인의 행동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한 점 때문에 더더욱 추리물로는 보이지가 않네요.

그래도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디테일이 캐릭터에 대한 묘사와 실제로 소설에서 진행되고있는 광고회사의 업무 묘사에 생생하게 살아 있고 실제 광고 카피를 차용한 소제목들같은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마음에 듭니다. 무엇보다도 사건의 원인이 되는 광고에 대한 설정이 정말 좋습니다. 현실적이고 광고 그 자체의 아이디어도 참신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사건을 유발시키게 되는 설정이라 설득력이 뛰어나다고 보여집니다. 거기에다가 사건이 복합적이고 점차 주인공 주변인물들이 전부 관련되게끔 발전하며, 그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어서 정말로 읽기 시작해서 한번도 쉬지 않고 완독하게 된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원제인 "회색 플란넬 수의"는 내용 결말 부분에서 언급되는 꽤 괜찮은 울림을 주는 멋진 제목인데 제가 구입한 번역본 (해문판)은 제목이 왜 "어느 샐러리맨의 유혹"인지 모르겠습니다. 구입을 망설인 이유 중 하나가 이 이상하게 싼티나는 제목이라는 점을 비추어 본다면 훗날에라도 제목만 원상복구해서 다시 출간하였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PS : 그나저나 "백작부인"과 그 딸은 도대체 왜 등장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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