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F가 된다
모리 히로시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모리 히로시씨의 추리소설 데뷰작입니다. 이 작가의 작품은 이전 서울문화사에 나온 "웃지않는 수학자"를 먼저 읽었었는데 조사해 보니 (작가 홈페이지에 자세히 나와있군요)사이카와-모에 커플의 시리즈 중에서 웃지않는 수학자는 3번째 작품이고 데뷰작이 이 작품이었네요. 이 작품으로 제 1회 메피스토 상을 수상했군요. 내용을 보니 원래는 시리즈 5연작으로 쓰던 작품중 4번째 작품이 될 예정이었다는데 출판사의 의향에 따라 첫번째로 간행되었다고 하네요.

일단 굉장히 독특하고 보기 힘든 밀실 트릭이라는 데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카메라 등으로 완벽하게 관리되는 시스템 하에서 기발한 발상으로 거의 완벽한 밀실을 구현한 것은 놀랍네요. 이른바 "현대과학 기술 시대의 완벽한 밀실 살인 사건"의 모범답안 격이랄까요? 또한 제일 첫머리에서부터 중요한 단서들을 제공해 주고 있으며 중간부분 곳곳에 나오는 여러 단서들 역시 상당히 공정한 편이라 마음에 듭니다.

탐정역의 사이카와는 제가 싫어하는 "천재형 명탐정"에 가까운 인물이지만 엘러리보다는 "트릭"의 우에다에 가까울 정도로 소탈하고 거부감 없는 성격으로 역시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재벌가의 외동딸이자 수학의 천재인 모에는 너무 만화스럽긴 하지만 감초같은 재미는 충분히 가져다 주고요.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천재 마가타 시키 박사 역시 등장은 몇번 하지 않지만 멋진 캐릭터로서 이른바 "천재 사이코 살인범"의 그동안 전형이었던 한니발 렉터 박사에 뒤지지 않는 카리스마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작가 자신이 지적하고 있지만 트릭 자체가 "실제로 쓰이기에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라는 점이 정통 본격추리 팬들에게는 가장 아쉬운 점이겠죠. 일부 독자들은 이 트릭 때문에 이 작품을 "SF"로 까지 분류한다고 하는데 그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히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것임에는 분명합니다. 물론 트릭은 그 자체가 비현실적이거나 완전 허구는 아니고 때문에 이 작품이 본격물로서 가치를 잃지 않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아무리 단서와 복선을 많이 설정해도 저같은 일반인이 해독하기에는 불가능한 트릭이지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큰 반전이자 내용의 핵심인 이른바 "트로이의 목마" 트릭은 너무 작위적이지 않았나 싶네요. 무엇보다 15년이라는 세월동안 은폐가 가능했다는 점과 어느 시점에서의 "교체"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은 이 소설에서 여러가지 장치로 설득력있게 설명하고는 있지만 그 기간이 너무 길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불만스러운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소설 자체는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내용적으로도 상당히 과학적이고 이론적으로 뒷받침 되고 있어 현학적인 재미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약간 건조하기는 하지만 건전한(?)묘사와 전개들로 좀 변태적이고 엽기적인 다른 일본 작품들과는 뚜렷한 차별점을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렇게 건전하고 밝으면서도 완벽한 연쇄살인을 다룬 현대 본격물이라는 것이 이 작품이 가진 최대의 장점이겠죠.

모리 히로시는 상당한 베스트셀러 작가지만 국내에는 "웃지 않는 수학자" 한편만 번역, 출간되어 아쉬움이 남던 차에 이번에 다시 국내에 출간된다니 더욱 반갑네요. 모쪼록 시리즈 전편이 출간되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너무나 불량한 표지 디자인에 비싼 가격은 다시한번 국내 추리 도서 시장에 대해 재고하게 만드는군요.

PS : 이 작품은 "The Perfect Insider"라는 제목으로 게임으로까지 나와 있다니 게임도 한번 즐겨보고 싶네요. 사이트를 방문하시면 게임 오프닝과 일러스트를 보실 수 있으니 한번 들려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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