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 - 모던걸과 모던보이를 매혹시킨 치명적인 스캔들
이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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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에 읽었던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과 같은 시리즈로 제목 그대로 일제 강점기 시대를 중심으로 한 당시 조선의 스캔들(?) 11개를 풀어놓은 책입니다. 그야말로 "경성스캔들" 이죠.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은 읽고나서 실망이 컸지만 이 책은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두 책의 차이점은 정말로 "충격적이고 몰랐던" 역사를 얼마나 디테일하게 설명하면서도 쉽고 이해하기 쉽게 묘사했는지의 여부 같습니다. "조선을.."은 너무 주제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많아서 실망스럽기도 했고요. 물론 이 책도 제목과는 다르게 당대에 그다지 충격을 전해주지 않은 스캔들도 몇건 다루고 있긴 하지만 그러한 이야기들도 드라마틱하다는 점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야기들이기에 충분한 재미를 전해 주고 있습니다. 또한 11개의 스캔들 중 익히 알고 있었던 사건이 윤심덕과 김우진의 이른바 "사의 찬미" 사건이나 여류화가 나혜석의 사건 두가지 밖에 없었다는 것도 책의 가치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고요. 물론 이 두 사건 역시 알고 있는 내용보다 훨씬 자세하게, 당시의 자료를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지루한 맛은 전혀 없었다는 것도 장점이겠죠.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사건은 친일파 대부호의 아들 장병천과 기생 강명화의 정사사건이었습니다. 장병천-강명화 정사사건은 친일파 대부호의 아들과 기생이라는, 그야말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신분, 재력의 차이로 비극으로 끝난 너무나 순정만화같고 일일 드라마 같은 이야기로 이런 순정파적이고 비극적인 로맨스가 1920년대에 존재했었다는 점과 실제로 너무나 유명하여 여러권의 소설과 영화로도 가공되었을 만큼의 충격을 당시에 가져다 주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이렇게 유명한 이야기가 지금은 전혀 전해지지 않는 것도 의문이 들었고요. 아마도 해방 후 국무총리까지 역임했던 장병천 아버지의 형제인 장택상씨의 권세로 사건을 은폐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더군요.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도 드러나는 친일파들의 행각은 씁쓸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당대 매스컴들과 이른바 "지식인" 들의 편견과 비뚤어진 시각을 보여주는 김명순 사건과 독살미인 김정필 사건도 흥미로왔으며, 유명 공산주의자들과 혁명가들이 다수 등장하는 대하 서사시와도 같은 제4부 - 경성을 붉은색으로 물들인 혁명적 연애 사건의 이야기들도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공산주의 혁명가들의 불꽃같은 삶과 격동의 시대가 잘 표현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그야말로 조선과 중국, 소련, 해방 후 북한을 넘나드는 거대한 스케일에 정말로 조선 해방과 민족을 위해 헌신했던 그들의 삶, 체포와 탈옥, 탈출, 고문 등의 고난의 세월 및 해방 후 공산주의자로 남한에서는 매도되었다는 점과 북한에서는 대부분 숙청되었다는 비극적 종말까지 모두 갖춘 극적인 이야기라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 외에도 당시의 여러 정사사건, 자유 연애주의자들과 신여성들에 대한 이야기, 동성애자 자살 사건 등 흥미로운 주제가 한 가득입니다. 목차만 읽어도 읽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로 말이죠.

역시나 "경성탐정록" 자료로서 구입한 책이었지만 의외의 재미와 새로운 역사를 알게되는 재미가 쏠쏠하여 횡재한 기분까지 드는 책으로 별점은 5점입니다. 재미와 더불어 당대의 여러 사료와 문헌을 다수 인용하고 있기에 자료적 가치까지 충분했으니까요. 일제 강점기 시대의 또다른 역사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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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ncite mill 인사이트 밀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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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 미스터리가 굉장해!”에서 10위를 차지한 요네자와 호노부의 장편 소설입니다.

정말 재미있게 읽은 소설로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몰입하여 하루만에 읽어버리게 만드는 흡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추리소설 매니아를 두근거리게 만드는 작중의 설정 및 트릭도 굉장히 매력적이었고요. 또한 일상계 추리소설을 발표해 왔던 요네자와 호노부의 전작과 유사하게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이 일상인, 소시민들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자친구를 사귀기 위해 중고차를 사려고 아르바이트에 응모하는 주인공이라니.. 정말 생동감이 넘칩니다.

하지만 분명 단점도 존재합니다. 제일 큰 단점은 모든 상황과 설정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이겠죠. 애당초 비밀의 조직에서 거액의 돈으로 아르바이트를 모집한 뒤 잘 기획된 폐쇄된 공간에 일단의 무리를 집어넣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만화적이죠. 법과 돈을 초월한 의문의 조직, 잘 짜여진 룰과 상황에 어울리는 최적의 무대, 이건 완전 만화 “라이어 게임” 에서나 봄직한 설정이거든요. 대관절 이 비밀의 조직이 행하는 실험(?)의 이유조차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아르바이트 잡지에 광고를 실었다는 결정적 증거가 있는 이상 관련한 수사가 진행된다면 분명히 꼬리가 잡혔을 텐데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되지 않는 점은 작가 스스로 쓰고싶은 부분만을 위해 억지로 가져다 붙인 설정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인터넷 지인이신 decca 님의 말에 따르면 이러한 작위성이 매력이라고 하시던데 저는 만화를 소설로 억지로 각색한 느낌이었습니다.

또한 이 폐쇄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의 과정 역시 합리적인 이야기 진행과는 거리가 멉니다. 일단 한명 죽이면 몇배, 범인을 밝히면 몇배 식으로 배율을 정해놓고 살인 게임을 유도한다고 하는데, 사실 제일 힘이 센 인물이 한명만 동료로 끌어들여 연쇄살인을 뚝딱 저지른다면 곧바로 게임이 끝나고 엄청난 거액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거든요. 물론 양심에 호소하며 그러한 상황을 방지코자 하는 애매한 묘사가 나오긴 하지만 설득력은 떨어져 보였습니다. 작중에서도 결국 범인은 “2명”을 살해하는 상황인데 “2명”과 “10명”의 차이가 과연 존재할 지 의문이기도 하고요. 아울러 한 4~5명 살해하고 감옥에 갇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었을까요? 가장 안전한 곳은 감옥이니 만큼 살해에 따른 보너스 수입과 안전을 손에 넣는다면 괜찮은 방법이었을 텐데 말이죠.

그리고 사건이 너무 “트릭”을 위해 작위적으로 짜여진 것도 껄끄럽더군요. 이 소설에서 진정한 이유를 가진 살인은 첫번째 살인밖에 없으며, 이후 벌어진 두번째 살인은 우발적이고 우연에 의한 것, 세번째와 네번째 살인은 확실한 동기가 나중에 밝혀지기는 하지만 상황이 우연과 우연이 결합된 상황이었다는 것 등에서 작위적이고 결말을 위해 가져다 붙인 티가 많이 납니다. 우연과 우연이 결합되는 상황 역시 중간에 등장하는 “어디에 가나 3인 이상 이동” 이라는 그럴듯한 설정에 발목을 잡힌 듯 무리수를 둔 느낌까지 들고요. 이후의 다섯번째와 여섯번째 살인 (or 죽음)은 뭐 언급할 필요도 없겠죠.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손에 한번 잡으면 놓기 힘들 정도기에 별 3개는 충분한 작품이죠. 재미 하나만으로도 다른 단점은 다 묻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뭔가 속편을 암시하는 에필로그가 있는데 좀 더 업그레이드 된 재미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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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미스터리 2000 - 2
일본추리작가협회 편저 / 태동출판사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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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만 듣던 책인데 인터넷 서점에 마침 재고가 있길래 냉큼 구입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들의 단편선이니 구입 안 할 수가 없군요. 제목과 서론을 보니 2000년도판 베스트 단편선쯤 되는 것 같은데 일본 추리작가 협회에서 직접 선정한 듯 하군요. 국내의 한국 추리 작가 협회가 매년 출간하는 베스트 추리소설 모음집과 유사한 느낌입니다.

워낙 일본이 추리 강국이라 저변과 시장이 넓은 만큼 단편도 꽤 많이 선정되어 있네요. 덕분에 2권으로 나누어져 출판되었습니다. 1권에 11편이, 2권에는 9편이 수록되어 있네요. 상당한 양이지만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어버린 책입니다. 그만큼 선정된 작품들이 우수하며 재미도 있습니다. 또한 정통 추리물을 비롯해서 형사물, 공포스릴러, 환상단편, 인간 드라마, 심리 서스펜스에서 패러디까지 각종 쟝르를 넘나들며 전개와 설정도 다양하게 보여줘서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작가군의 선정 역시 독특해서 사노 요, 노리츠키 린타로, 이마무라 아야, 모리 히로시, 니카이도 레이토 등 유명 작가들을 비롯해서 끝부분 작가 소개에서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다"라고 표시된 작가도 상당 수 있습니다. 이런 작가진만 보더라도 정말로 다양한 작품들 중에서 엄선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전해 주네요.

전체적으로 우수한 작품들이 실려있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1권의 베스트는 사기극 "영원표묘", 정통추리물에 가까운 "사용중"과 "일곱통의 편지"이며 2권의 베스트는 정통 추리 "흉소면", "까마귀의 계시"였습니다. 물론 다른 작품들도 평균 이상의 재미는 전해줍니다.

번역이 약간 깔끔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점과 조금 더 작은 판형으로 예쁘게 장정하였다면.. 하는 등의 아쉬움은 약간 있지만 이렇게 번역되어 출판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야죠. 추리 강국으로서의 일본의 진수를 최소한의 노력으로 맛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생각되며, 수고롭더라도 구해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울러 2000년만 아니라 다른 년도의 베스트 단편 모음집도 소개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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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Mr. Know 세계문학 8
존 르 카레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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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냉전시대에 발표된 스파이 물입니다. 존 르 카레의 출세작이기도 하고 영화화도 된 베스트셀러인데 워낙 이쪽 쟝르를 좋아하지 않아 이제서야 보게 되었네요.

우선 우리가 익히 007등으로 알고 있는 슈퍼 히어로 스파이 세계는 이 책에서는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스파이 소설로 정보와 정보의 교환에 따른 댓가와 음모만 있을 뿐 슈퍼맨같은 액션을 보여주는 주인공들이나 미인 여자 정보원 따위는 없는 어떻게 보면 평범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 무척 특이합니다.

특히 주인공 리머스는 나이도 어느 정도 있는, 어학에 대한 재능은 있지만 육체적인 능력은 별볼일 없고 사실 주변 조직에 결국 이용당하는 존재로만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간 스파이소설의 주인공으로 생각했던 인물들보다 무척 현실적이고 순진한 캐릭터라 왠지 공감되는 부분이 많더군요. 아마 이러한 현실적인 면 때문에 당시 하나의 충격과 함께 어필했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마지막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는 "리즈"의 재판정 등장은 과연 영국 공산당 당원이라고 해서 동독으로 그렇게 쉽고 갈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렇게 이용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들더군요. 결말 또한 예상대로지만 너무 드라마틱하고 약간 억지스럽게 짜여진 것 같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음모 자체도 책 뒷커버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 처럼 "사상 최대..." 어쩌구 하는 정도는 아니었다는 생각입니다. 음모의 기본 요소가 될 수 있는 여러 단서와 근거들도 그다지 치밀하지도 못한것 같습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스파이물의 효시로 이 분야에 있어서는 기념비적인 작품임에는 틀림없고 읽을 가치는 충분하지만 지금 읽기에는 너무 오래된 이야기라 생각되네요. 각종 상을 휩쓸고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이긴 하지만 역시 너무 시대가 지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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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사냥개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7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정성희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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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집은 11편의 단편이 수록된 작품집인데 말년에 심령현상에 심취했던 여사의 취향을 반영하듯 대부분 심령 호러물로 채워져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목차와 쟝르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죽음의 사냥개 - 심령 호러 (?)
2. 집시 - 심령 호러(?)
3. 등불 - 심령 호러
4. 아서 카마이클 경의 기묘한 사건 - 심령 서스펜스 (?)
5. 목련꽃 - 심리 드라마
6. 개 다음에 - 드라마
7. 이중 범죄 - 추리
8. 말벌 둥지 - 추리
9. 의상 디자이너의 인형 - 심리 서스펜스
10. 이중단서 - 추리
11. 성역 - 추리


그런데 호러와 서스펜스를 표방한 대부분의 작품이 21세기 독자의 시각으로는 참 심심하더군요. 공포를 효과적으로 전해주지도 않으면서 공포의 실체조차 두리뭉실 표현해 버리는 점이 역시 빅토리아 여왕 시대 작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합니다. 한마디로 말해 썰렁하달까요.

그 중 4편의 추리물이 포함되어 있는데 단편집 전체의 성격을 반영하듯 전체적으로 시시합니다. 포와로가 활약하는 "이중범죄"와 "말벌 둥지", "이중단서" 3편 모두 대단한 사건다운 사건은 벌어지지 않고 왠지 영국 시골에서 벌어지는 촌극같은 느낌입니다. 마플양의 "성역" 역시 추리물 적인 성격은 별로 느껴지지 않고 마플양 작품 같지도 않네요.

트릭적으로 본다면 그나마 "이중범죄" 쪽이 제일 추리 성향에 근접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닥 신선하지도, 흥미롭지도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이중 단서"는 로사코프 백작부인이 처음 등장하여 포와로와 대결을 펼친다는 점에서는 점수를 줄 만 하지만 그냥 그뿐이었고요.

전체적으로 크리스티 여사의 단편집으로 보기에는 기대 이하의 작품들이었습니다. 차라리 심령 미스터리 쪽으로 가려면 더 화끈하고 더 무섭게 가는 것이 좋았을텐데 말이죠. 단편집을 완독했다는 성취감은 크지만 그 이상의 즐거움은 없었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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