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cite mill 인사이트 밀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2008년 “이 미스터리가 굉장해!”에서 10위를 차지한 요네자와 호노부의 장편 소설입니다.

정말 재미있게 읽은 소설로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몰입하여 하루만에 읽어버리게 만드는 흡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추리소설 매니아를 두근거리게 만드는 작중의 설정 및 트릭도 굉장히 매력적이었고요. 또한 일상계 추리소설을 발표해 왔던 요네자와 호노부의 전작과 유사하게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이 일상인, 소시민들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자친구를 사귀기 위해 중고차를 사려고 아르바이트에 응모하는 주인공이라니.. 정말 생동감이 넘칩니다.

하지만 분명 단점도 존재합니다. 제일 큰 단점은 모든 상황과 설정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이겠죠. 애당초 비밀의 조직에서 거액의 돈으로 아르바이트를 모집한 뒤 잘 기획된 폐쇄된 공간에 일단의 무리를 집어넣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만화적이죠. 법과 돈을 초월한 의문의 조직, 잘 짜여진 룰과 상황에 어울리는 최적의 무대, 이건 완전 만화 “라이어 게임” 에서나 봄직한 설정이거든요. 대관절 이 비밀의 조직이 행하는 실험(?)의 이유조차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아르바이트 잡지에 광고를 실었다는 결정적 증거가 있는 이상 관련한 수사가 진행된다면 분명히 꼬리가 잡혔을 텐데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되지 않는 점은 작가 스스로 쓰고싶은 부분만을 위해 억지로 가져다 붙인 설정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인터넷 지인이신 decca 님의 말에 따르면 이러한 작위성이 매력이라고 하시던데 저는 만화를 소설로 억지로 각색한 느낌이었습니다.

또한 이 폐쇄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의 과정 역시 합리적인 이야기 진행과는 거리가 멉니다. 일단 한명 죽이면 몇배, 범인을 밝히면 몇배 식으로 배율을 정해놓고 살인 게임을 유도한다고 하는데, 사실 제일 힘이 센 인물이 한명만 동료로 끌어들여 연쇄살인을 뚝딱 저지른다면 곧바로 게임이 끝나고 엄청난 거액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거든요. 물론 양심에 호소하며 그러한 상황을 방지코자 하는 애매한 묘사가 나오긴 하지만 설득력은 떨어져 보였습니다. 작중에서도 결국 범인은 “2명”을 살해하는 상황인데 “2명”과 “10명”의 차이가 과연 존재할 지 의문이기도 하고요. 아울러 한 4~5명 살해하고 감옥에 갇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었을까요? 가장 안전한 곳은 감옥이니 만큼 살해에 따른 보너스 수입과 안전을 손에 넣는다면 괜찮은 방법이었을 텐데 말이죠.

그리고 사건이 너무 “트릭”을 위해 작위적으로 짜여진 것도 껄끄럽더군요. 이 소설에서 진정한 이유를 가진 살인은 첫번째 살인밖에 없으며, 이후 벌어진 두번째 살인은 우발적이고 우연에 의한 것, 세번째와 네번째 살인은 확실한 동기가 나중에 밝혀지기는 하지만 상황이 우연과 우연이 결합된 상황이었다는 것 등에서 작위적이고 결말을 위해 가져다 붙인 티가 많이 납니다. 우연과 우연이 결합되는 상황 역시 중간에 등장하는 “어디에 가나 3인 이상 이동” 이라는 그럴듯한 설정에 발목을 잡힌 듯 무리수를 둔 느낌까지 들고요. 이후의 다섯번째와 여섯번째 살인 (or 죽음)은 뭐 언급할 필요도 없겠죠.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손에 한번 잡으면 놓기 힘들 정도기에 별 3개는 충분한 작품이죠. 재미 하나만으로도 다른 단점은 다 묻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뭔가 속편을 암시하는 에필로그가 있는데 좀 더 업그레이드 된 재미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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