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의 대가 - 분열된 사회는 왜 위험한가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이순희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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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글리츠가 강조하듯이 지금의 불평등은 바꿀 수 없는 흐름이 아니라 정치적, 정책적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좀 더 낙관적일 필요가 있다. 물론 지금의 불평등 구조를 지탱하는 사회 정치적 기득권 구조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낙관적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함께 노력할 때 <다른 세상은 가능해진다>. #해제-22~23쪽

만약에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의 사법 시스템이 경제 파탄을 야기한 사람들이 위법 행위를 범한 <죄>가 있음을 확인했다면,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고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회 정의가 보장되는 시스템이라면 잘못을 한 사람은 마땅히 문책을 당했어야 했다. 하지만 위법 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은 대부분 기소되지 않았고, 기소된 경우에도 대부분 무죄 판결을 받거나 유죄 판결을 모면했다. 헤지펀드 업계에서 활동하던 일부 사람들이 내부자 거래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것은 대중의 관심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는 눈속임에 불과했다. 정확히 말해서, 금융 위기를 초래한 것은 헤지펀드 업계가 아니라 은행들이었다. 지금도 잘못을 저지른 금융업자들은 그 대가를 치르지 않고 빠져나가고 있다. #서문-33쪽

효율적인 사회 보호 시스템은 현대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근간이다. 시장이 실업 혹은 장애 등에 대해 적절한 보험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하 것이다. 실업 급여나 장애 급여를 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대가를 이미 직간접적으로 지불했다. 다시 말하면 이들과 이들의 고용주들은 실업 보험과 장애 보험 기금의 구축에 필요한 실업 보험 분담금, 장애 보험 분담금 등을 납부했다. 실업 및 장애 보험 기금 조성에 기여한 만큼 그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사회 보호는 사회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 사람들은 일이 잘못되더라도 자신을 보호해 줄 안전망이 있다는 믿음이 있을 때에만 고위험 고수익 활동에 도전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 보호가 제대로 보장되는 일부 국가들은 최근의 침체기에도 미국보다 훨씬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보급판 서문-57쪽

모든 공동체는 내부에 불행한 사람들이 있으면 그들을 도와준다. 소득이 없거나 충분치 않아 생계가 불안하기 때문에 정부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다면, 그것은 미국 경제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것, 따라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급판 서문-59쪽

나는 빈곤 퇴치에 주력하는 세계은행에서 수석 경제학자로 일하는 행운도 누렸다. 빈곤과 불평등 문제에 초점을 맞춘 당시의 활동은 소중한 경험이었고, 불평등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시각을 정립하고, 불평등의 원인과 결과가 나라마다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 계기였다. #감사의 말-75쪽

경제적 불평등의 추세를 역전시키는 것은 가능하다. 힙겹게 역전에 성공한 나라들도 있다. 브라질은 불평등의 측면에서 세계 수위에 꼽히던 나라다. 그러나 1990년대에 브라질은 불평등이 사회적, 정치적 분열과 장기적인 경제 성장의 약 측면에서 위험 요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결과 브라질 사회 전체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정치적 여론이 형성되었다. 엔리케 카르도수 대통령 집권기에 빈곤층을 포함하여 모든 소득 계층에 대한 교육비의 대폭 증가가 이루어졌다. 루이스 아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집권기에는 기와 빈곤을 줄이기 위한 사회 복지 정책이 도입되었다. 이렇게 해서 불평등이 줄어들었고, 경제 성장률은 높아졌으며, 사회적 안정은 강화되었다. 물론 브라질은 지금도 여전히 미국보다 불평등이 심한 나라다. 그러나 브라질은 빈곤층이 겪는 곤경을 완화하고, 빈부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해 분투해 오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데 반해서, 미국은 불평등이 심화되고 빈곤층이 증가하는 상황을 방치해 왔다. #1장. 1퍼센트의 나라 미국-86~87쪽

경제학적인 논리로만 따지면, 세계적인 생산량의 측면에서 볼 때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으로 인한 효율성 증가 폭은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으로 인한 효율성 증가 폭에 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즉 자본 수익률 격차는 노동 수익률 격차에 비해 아주 작게 나타난다. 그러나 금융 시장은 세계화를 적극 추진해 오고 있다. 금융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효율성 개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그들이 실제로 노리는 것은 전혀 다른 것, 이를테면 자신들이 노동자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게 하는 일련의 규칙이다. 이들은 노둥자들이 권리 및 임금과 관련해서 강력한 요구를 할 경우에는 자본이 철수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게 함으로써 노등자들의 임금을 낮게 유지한다. #3장. 시장과 불평등-158~159쪽

하지만 세계화를 운용하는 방식 자체도 노동자들의 협상력을 위축시킴으로써 임금을 크게 끌어내린다. 자본의 이동성이 높은 경우ㅡ그리고 관세가 낮은 경우ㅡ임금 인하 및 악화된 노동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회사를 옮기겠다는 기업 측의 말만으로도 노동자들은 위축된다. 비대칭적 세계화는 노동자들의 협상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자본은 전혀 이동할 수 없고 노동력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면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각국은 노동자들을 끌어들이려고 경쟁할 것이다. 그들은 노동자들에게 세금을 적게 거두겠으며 좋은 학교, 좋은 환경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할 것이고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자본에게 높은 세금을 매겨서 거둔 수입으로 충당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계는 그렇지 않다. 왜 그럴까? 문제의 핵심은 상위 1퍼센트가 그런 세계를 원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3장. 시장과 불평등-161쪽

그런데 왜 세계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이 더 풍요롭게 될 거라고 주장하는 걸까? 그들의 주장은 모든 사람들이 더 풍요로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뿐이다. 다시 말해서 승자가 패자에게 보상을 해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일 뿐, 반드시 그럴 거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승자는 대체로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실제로 세계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종종 세계화란 승자가 패자에게 보상을 할 수 없고 또 보상을 해서는 안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패자를 도울 목적으로 세금을 징수하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또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세계화된 국가들은 이런 일을 수행할 여력이 없다. 사실 하위 계층은 세계화의 직접적인 피해자일 뿐 아니라 간접적인 피해자이기도 하다. 세계화로 인해서 사회 복지 예산과 누진세가 감축되기 때문이다. #3장. 시장과 불평등-163~164쪽

2장과 3장에서 설명했듯이, 지대 추구자들의 목적은 자신들에게 이로운 내용의 법률과 규칙을 이끌어 내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법률가가 필요하다. 만일 미국 정부가 1퍼센트의, 1퍼센트에 의한, 1퍼센트를 위한 정부라고 말할 수 있다면, 미국 정부는 법률가들의, 법률가들에 의한, 법률가들을 위한 정부라는 말은 더욱 확실한 근거를 가진다. 미국 역대 대통령 44명 가운데 26명이 법률가였고, 미국 하원의원의 36퍼센트가 법률과 관련된 배경이 있다. 이들이 법률가들에게 경제적으로 유익한 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인지적으로 포획한> 상태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4장. 왜 불평등이 문제인가-211쪽

개인의 인지 자원은 제한되어 있다. 돈이 부족해서 절박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이런 상황을 완화시키는 결정을 내릴 능력이 줄어든다. 이들은 제한된 양의 인지 자원을 모두 소비했기 때문에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4장. 왜 불평등이 문제인가-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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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이는 사회 1 - 스탈린 시대 보통 사람들의 삶, 내면, 기억
올랜도 파이지스 지음, 김남섭 옮김 / 교양인 / 2013년 8월
절판


'속삭이는 사람(whisperer)'에 해당하는 러시아어에는 두 단어가 있다. 하나는 '누가 엿들을까 두려워 소곤거리는 사람(shepchushchii)'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 몰래 당국에 고자질하거나 귓속말을 하는 사람(sheptun)'이다. 이 구분은 소련 사회 전체가 이런저런 부류의 속삭이는 사람들로 구성되었던 스탈린 시대의 관용 어법에 기원이 있다. -머리말 中-28~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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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을 훔치다
조완선 지음 / 엘릭시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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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학동네 임프리트 엘릭시르의 책. 여러 권을 훑어보다 한국 작가의 책이 있기에 먼저 집어 읽었다.

 

2. 서문이 찡했다.

 

3. 초조대장경을 둘러싼 도굴꾼과 보물 사냥꾼, 정부 관료들, 지킴이 스님들의 이야기가 신선하다. 그러고보니 도굴꾼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은 처음 읽어봤다.

 

4. '온몸이 자지러든다'는 표현은 내겐 어색했지만, 초조대장경을 둘러싼 역사적 자료를 두루 살피는 데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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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 2013 제37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재찬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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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작가상>이 이렇게 멋지게 이어지고 있었다. 이전에 기억하고 있던 것과는 다른 각 잡힌 푸른 양장본 책이 참 멋지다.

 

주인공 방인영을 세상에 불만 많은 여고생이라 생각했다. 그런 불만을 표출하는 모습을 보고 한 순간엔 소설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블랙 유머를 넘어서 점점 이상야릇한 긴장으로 몰아간다.

 

엄마가 뭘 주고 갔는지는 모르지만 한동안 날 보는 담탱이의 시선이 따뜻했다. 그 따뜻함은 포근하지 않다. 수영장 안에서 소변을 본 느낌이랄까.(86)

 

내가 여대에 갈 일은 없다. 남자가 좋은 건 아니지만 여자끼리 있는 곳은 정신병원 같다. 그 병원에서 일하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변태다.(133)

 

이전에 김려령 작가의 <너를 봤어>낭독회에 갔을 때, 작가가 이런 말을 했다. 본인의 소설에서 엄마부터 죽기이 시작했다고. 만일 자기 딸이 소설에서 자기를 죽일지라도 지저분하게 하지 않고 깔끔하게 단칼에 죽인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인간이 느끼는 깊은 고통과 괴로움에는 분명 유사점들이 있는 것 같다. 그걸 어떻게 풀어가느냐는 다를지라도.

 

신기한 점은, 중년의 남성 작가가 여고생들의 생태를 참 잘고, 그들의 유리가면 같은 관계를 치밀하게 그려냈다는 것이다. 일찌감치 <아홉살 인생>에서 말하던 '월급기계'같은 '담탱이'와, 오직 돈으로 계산되고 학벌로 증명할 수 있는 학원, 입밖에 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계급이 갈리는 교실과 교회, 외모등급, 내신등급 등등.

 

이 모든 게 방인영의 꿈이라면 어땠을까.

 

"당신이 나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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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제임스 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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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함께 있고 싶은 사람하고는 함께 있지 않게 된다는 거. 언제나 그렇지 않은 사람과 있게 되지요. <스타의 눈> 中-40쪽

저녁을 먹을 때 둘 다 말이 없었다. 남편은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아냐의 얼굴이 짜증이 났다. 예쁜 얼굴이었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있었다. 아내의 얼굴은 여러 장의 사진 같아서 그중 잘 안 나온 건 골라서 버려야 했다. 오늘 밤 그녀의 얼굴이 잘못 나온 사진 같았다. <나의 주인, 당신> 中-69쪽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해요. 마리트가 흐느꼈다.
<어젯밤> 中-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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