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치 - 2013 제37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재찬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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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작가상>이 이렇게 멋지게 이어지고 있었다. 이전에 기억하고 있던 것과는 다른 각 잡힌 푸른 양장본 책이 참 멋지다.

 

주인공 방인영을 세상에 불만 많은 여고생이라 생각했다. 그런 불만을 표출하는 모습을 보고 한 순간엔 소설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블랙 유머를 넘어서 점점 이상야릇한 긴장으로 몰아간다.

 

엄마가 뭘 주고 갔는지는 모르지만 한동안 날 보는 담탱이의 시선이 따뜻했다. 그 따뜻함은 포근하지 않다. 수영장 안에서 소변을 본 느낌이랄까.(86)

 

내가 여대에 갈 일은 없다. 남자가 좋은 건 아니지만 여자끼리 있는 곳은 정신병원 같다. 그 병원에서 일하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변태다.(133)

 

이전에 김려령 작가의 <너를 봤어>낭독회에 갔을 때, 작가가 이런 말을 했다. 본인의 소설에서 엄마부터 죽기이 시작했다고. 만일 자기 딸이 소설에서 자기를 죽일지라도 지저분하게 하지 않고 깔끔하게 단칼에 죽인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인간이 느끼는 깊은 고통과 괴로움에는 분명 유사점들이 있는 것 같다. 그걸 어떻게 풀어가느냐는 다를지라도.

 

신기한 점은, 중년의 남성 작가가 여고생들의 생태를 참 잘고, 그들의 유리가면 같은 관계를 치밀하게 그려냈다는 것이다. 일찌감치 <아홉살 인생>에서 말하던 '월급기계'같은 '담탱이'와, 오직 돈으로 계산되고 학벌로 증명할 수 있는 학원, 입밖에 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계급이 갈리는 교실과 교회, 외모등급, 내신등급 등등.

 

이 모든 게 방인영의 꿈이라면 어땠을까.

 

"당신이 나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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