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 - 내 마음을 울리는 삼천 년 전 옛 노래 책 읽는 고래 : 고전 8
정경미 지음, 이정호 그림 / 웅진주니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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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 사서삼경 중의 하나로 읽기 어려운 경전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의 옛사람들이 썼던 고시가 아니라 함께 불렀던 노래들을 엮은 책이었다니.

고기도 씹어봐야 알고 책도 읽어봐야 제대로 안다더니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오래된 막연한 편견도 깨고, 아름다운 노래에 푸욱 빠져드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에서는 시경의 시 305편 중에서 요즘 우리들에게 공감의 폭이 넓다고 생각한 시 14편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해설을 덧붙인 책이다. 한자로 먼저 만나는 시가 아니라 한국어로 번역된 부드러운 시를 먼저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감상한 다음 해설을 그 다음이다. 굳이 해설을 읽지 않아도 쉽게 풀어놓은 시와 그림에 동화되어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다보면 어느새 시가 내 안에 들어와 있다.

 

아름다운 노래들에 어울리는 그림과 촉감까지 향기가 나는 책이다. <모과를 던지다> 편에서는 정말 모과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듯하다.

 

1장에서는 나의 반쪽을 찾아 헤매는 사랑의 구애 노래를 소개한다. 특히,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는 여인네를 잘 표현한 <매실이 떨어집니다>를 읽다가 큭큭 웃음이 났다. 매실이 열리고 떨어지는 계절이 오면 시경의 이 시 구절이 생각날 것 같다. 이래서 우리가 시를 읽어야하는 걸까.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풍성해진다.

 

2장에서는 사랑을 잃고 슬프고 애타는 마음을 노래한 시들을 소개한다. <두둥실 떠 있는 잣나무 배>의 한 구절인 '마음의 근심이여, 빨지 않은 옷을 입은 듯하구나!' 이 시 구절이 내 마음을 건드린다. 어쩜 이런 마음에 와 닿는 비유를 하며 탄성 한 번.

 

3장에서는 사랑이 아닌 효자, 군자, 선비의 삶을 노래한 시들이 소개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을 노래한 시가 소개되는데 공부하느라 일하느라 고달픈 삶을 사는 우리 학생들, 직장인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이것은 운명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라니. 사람은 각기 자신의 타고난 운명대로 살아야하는 걸까. 이 시에는 왠지 딴지를 걸고 싶어진다.

 

이 책은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이 함께 읽어도 좋을 책이다. 교과서와 참고서와 시름하는 청소년들, 자기계발서만 좋아하는 어른들. 바쁘게 앞서 나가려고만 하지 말고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옛 시 한 편 아니 옛노래 한가락에 귀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마음이 내키면 읽지만 말고 낭독까지. 소리 내어 같이 읽고 싶어지는 책, <시경, 내 마음을 울리는 삼천년 전 옛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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