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독서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날부터인가 나는 세상이, 사람이 책으로 보였다. 읽고 싶은 책이 있는가 하면 안 읽고 싶은 책도 있다. 책을 보면서 밑줄을 긋고 싶고 질문을 하고 싶듯, 사람에게도 그러고 싶다." 등단 16년차 소설가 김경욱이 소설집 <위험한 독서>를 출간하고 가진 어느 낭독회에서 독자에게 했던 말이다. "나를 읽어봐. 주저하지 말고 나를 읽어봐" 그 속삭임이 도발적이다. 책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기도 하고 나를 흠모하는 누군가가 나를 유혹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는 그렇게 독자에게 말걸기를 시도한다.

이 소설집은  작가가 2005년과 2006년 사이에 문예지에 발표했던 8편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는 그의 아홉번째 책이자 다섯번째 소설집이다. 각 단편의 소재와 등장 인물들이 새롭고 독특하다. <위험한 독서>에서는 독서 치료사와 피상담자와의 얘기를 다루고 있고, <맥도널드 사수 대작전>에서는 정체 모를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맥도널드 사수하는 알바생이 나온다. <천년여왕>에서는 신춘문예 당선을 위해 귀농하는 부부 이야기가, <고독을 빌려 드립니다>에서는 인터넷에서 휴식같은 고독을 대여하는 직장인의 이야기가, <달팽이를 삼킨 사나이>에서는 좀더 안락한 삶을 위해 자궁을 빌려주는 대리모가 등장한다.

이 중에서 독서법에 대한 얘기를 다루고 있는 표제작 <위험한 독서>가 역시 흥미롭다. <위험한 독서>는 독서 치료사인 남자가 상담을 받으러 온 한 여자에게 독서 치료 상담을 하면서 마치 책을 읽듯 한 여자를 읽어 나간다는 내용이다. 이 단편은 책읽는 법과 사람 읽는 법이 이중 구조를 이루면서 책을 읽는 독서법을 사람에게 대입하는 방식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 재미있다. 그리고 이 단편의 또다른 재미는 책 속에서 미시마 유키오, 밀란 쿤데라, 다자이 오사무 등의 작가와 작품들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소설에 맛보기로 언급된 책들을 나중에 찾아 읽으면서 그 인용 부분을 확인하는 재미도 느껴보면 좋을 것 같다.

작가는 여러 작품에서 현실 세계에 발을 담가 있으면서도 비현실적인 세계를 얘기하고 꿈꾼다. 또 작가 스스로가 친절하게 결말을 설명해주기 보다는 독자의 상상력에 맡기는 열린 결말을 선택한다. 현실적이고 똑떨어지는 결말을 기대하는 독자라면 자칫 실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가 소설을 통해 얻는 것은 단순한 흥미 위주의 줄거리만은 아닐 것이다.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인물들에게 말을 걸어보고 그들의 미래를 완성해보자. 그러면 언젠가 내가 삶이 지치고 힘이 들 때, 무엇이 정말 필요할 때 그들이 내 삶으로 불쑥 걸어나와 나를 위로해 줄지도 모른다. 그것이 진정 소설의 힘, 문학의 힘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