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운중의 유럽미술관순례 1 - 루브르를 천 번 가본 남자 윤운중의 유럽미술관순례 1
윤운중 지음 / 모요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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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천남, 유럽 도슨트계의 전설, 걸어다니는 백과사전, 콘서트 마스터. 이 모든 수식어는 바로 루브르를 천 번 가본 남자, 미술 해설가 윤운중을 부르는 말이다. 그는 한국인 최초 유럽 5대 미술관 해설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10여년간 현장에서 미술 해설을 하며 4만여명의 관광객들이 그를 거쳐갔다. 지금은 국내 최초로 음악과 미술을 접목한 아르츠 콘서트를 진행하는 콘서트 마스터로 예술의 경계를 아우르며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다. 그의 풍부한 현장 경험과 다양한 인문,예술적 지식이 함께 녹아있는
<윤운중의 유럽 미술관 순례>는 유럽 여행을 준비하는 여행자들에게는 가이드 책이 되어주고, 미술에 갓 입문하는 미술 초보자들에게 입문서가 되어 준다. 또 이미 미술관을 다녀온 사람들에게는 옛 기억을 상기시켜 주는 향수가 되어주고, 이미 보았지만 모르고 지나갔던 그림에 대해 뒤늦게 알게 되면서 꼭 한 번 더 미술관을 가보고 싶다는 뒤늦은 아쉬움도 남기게 해 줄 것이다. 

 

1권에서는,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오르세, 로댕, 퐁피두센터의 국립 현대 미술관과 영국 런던의 영국 박물관과 내셔널 갤러리를 소개한다. 2권에서는 로마와 피렌체의 바티칸 박물관과 우피치 미술관을 비롯하여 마드리드, 브뤼셀, 암스테르담, 빈의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을 소개한다. 처음 500 페이지가 넘는 2권의 두꺼운 책을 보고는 읽기도 전에 부담스럽다면 목차를 보고 먼저 가본 미술관이나 관심 있는 미술관부터 읽기 시작해봐도 좋다. 그림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주눅들 필요도 없다. 이 책의 저자도 서른이 넘어서 가이드를 시작하면서 처음에 고흐와 고갱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문외한이었다고 한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저자가 쓴 책이어서 누구보다 대중의 이런 마음을 잘 알기에 현학적이고 학문적인 말보다는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의 언어로 보다 쉽게 풀어냈다.

 

그리고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생생한 현장성에 있다. 미술관 입구부터 출구까지 동선에 따라 설명되어 있는 이 책은 미술관에 가보지 않아도 책의 동선을 따라 가다보면 마치 미술관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들게 한다. 또한 엔지니어 출신다운 꼼꼼함과 완벽함은 미술 해설에서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책은 더 친숙하고 쉽게 독자에게 다가온다. 또 각 장의 끝에는 관광객에게 유용한 도시 관광과 미술관 이용 tip이 소개되어 있다. 루브르에서 대기 시간을 줄이려면 근처 담배가게에서 입장권과 박물과 패스를 구입하라든지, 루브르에서 화장실은 모자리자 전시실에서 가장 먼 곳을 이용히야 한다든지 하는 유용한 정보는 바로 이 책의 덤이다.

 

쉽게 술술 읽힌다고 해서 결코 책의 내용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하나의 그림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그 당시 역사적 사건이나 시대 및 정치 상황을 알고 보면 그림이 더 재미있다. 그림은 그저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읽고 느끼고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 맞다. 나의 다른 공간, 다른 시대의 그림이 나와 나의 현재와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 이 느낌은 비로소 그림을 제대로 알고 봐야만 가질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아닐까?

 

이 책에서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작품을 소개해볼까 한다. 이 작품에 대한 해설은, 내가 위에서 설명한 이 책의 여러 장점들을 아우르고 있다. 이 작품은, 저자가 서양 미술사에서 빛나는 작품들로 내 거실을 채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작품을 우선 걸고 싶다고 극찬한 내셔럴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 (p.443) 이다. 이 그림의 제목과 함께 그림을 처음 봤을 때 한 명의 외교관과 한 명의 성직자로 보이는 두 남자가 무표정한 모습으로 탁자에 한 쪽 팔을 걸치고 서 있고, 탁자에는 여러 소품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바닥에는 뭔지 모를 물체가 서 있는데 아무리 뚫어져라 봐도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이 그림이 결코 아름답지도 강렬하지도 않고 그저 무미건조한 그저그런 재미없는 작품이었다. 그림을 먼저 보고 나서 12페이지에 가깝게 설명된 작품 해설을 읽으면서 그림의 하나하나 다시 살펴보게 되었고, 작은 소품 하나하나 책 속의 도판으로는 도저히 구별 불가능하긴 했지만 그 의미를 읽어내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여러번 읽고나서야 그림 속에서 숨은 그림을 찾는 것처럼, 하나하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짜릿함을 맛보았다. 그리고 이 그림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16세기 초반의 영국 왕실과 국왕 헨리 8세에 대해 더 궁금해졌고, 그 호기심은 그림을 넘어 세계사로까지 이어졌다. 이 그림이 도대체 무슨 그림이냐구요? 그림과 해설이 궁금하다면 얼른 이 책 1권을 사서 443쪽을 얼른 넘겨보시기를.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훗날 내가 내셔널 갤러리에서 이 그림과 마주한다면 생각만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 그림 앞에서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할 것 같다. 나의 아이들에게 이 그림을 앞에 두고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엄마의 모습 생각만해도 근사하다. 나 역시 고갱과 고흐도 잘 구분하지 못하는 미술 문외한이고, 이 책 두 권을 읽었다고 해서 갑자기 미술적 지식이 확 높아지거나 유식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누구나 떼기 힘든 그 첫 발걸음을 떼었다. 그 첫 걸음 이 책과 함께여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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