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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검 1 - 돌아온 아이들
청산인 지음 / 창작아카데미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청검. 휘리뤽 읽힌 책이다. 불과 몇 시간 만에 다 읽었다. 이 책 50부작으로 출간된다지? 2달에 한 권씩, 무려 8년에 걸쳐 50권으로 나온다는데. 엄청나네. 현재로는 4권까지 나와있단다. 이 출판사.... 이 작품과 이 작가에게 올인하기로 했을지도. 그런데 50권이라.... 흠.... 나는 1권 밖에 읽지 않았는데.... 그렇담 약 10여년 뒤에나 서평쓰기를 해야할까? ㅋㅋ 그렇지만 내가 읽은 1권의 이야기를 남겨보자.
청산인. 작가의 필명이겠지. 왜 필명을 사용할까? 본명이 촌스러워서였을까? 아님 필명으로 좀 더 무협소설의 분위기를 내고 싶었을까?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괜시리 궁금하네. 작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가 몇 년생인지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정말 기대없이 펼쳤다. 내 손에 들어온 책, '한 번 읽어나 보자' 하는 심산으로.... 무협소설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재미있었다. 그치만 어마어마한 대장편이라는게 솔직히 2권까지 읽게끔 할지는 의문이다. 8여년에 걸쳐 50여권을 사 본다는 건 쉽지 않을테니 말이다.
문체는 어찌보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어찌보면 기품없고 가볍다. 가장 당황스러운건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일관성이 없는 것이다. 대개 이야깃 속의 등장인물은 이야기가 진행되면 어느정도 이미지가 그려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종잡을 수가 없다. 아주 정의로운 듯 하다가 날건달 같기도 하고, 그러다 아주 유치하기도 하고.... 그들이 뱉는 말은 시대를 오락가락하게 했다. 어깨에 화살을 메고 옷자락 펄럭이며 말을 탈 법하다가도 현재 뒷골목에서 자죽쟈켓을 입은 건달들이 뱉을 법한 욕지거리를 한다. 잘 만들어진 한편의 대하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가 어느샌가 19세금 비닐포장된 야설집이기도 하다.
그리고 다 각기 다른 이야기인듯 하다 하나의 모티브로 모아지는데 마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일명 '삼각뿔 필법'과 닮았다. 아아, 그때 그 시절 나를 깜짝놀라게 만들었던 그 삼각뿔 필법! (삼각뿔 필법이라는 칭호는 내가 붙인것이니 오해말게~) 각기 다른 이야기들인 듯 하다가 그것이 하나의 고지에서 모여 한 덩어리의 이야기를 이루듯.
푸른 반달 모양의 목걸이. 이를 통해 그가 소년 '하나'이고 그가 '청검' 임을 알았을 때 흠짓 놀랐다. 구구절절이 "소년 '하나'가 '청검'이요." 하고 설명하지 않아도 청검이 하나이고 하나가 청검임을 알 수 있게하는 깔끔함과 간결함, 하나의 상징으로 풀어나가는 법이 훌륭했다. 아, 여기서 감동했어. 이런 글쓰기 배우고 싶어요. ^^
이야기의 시작은 일본영화 배틀로얄을 연상 시켰다. 서로 죽이고 짓밟아서라도 절대명제 생존만을 지킨다.... 그런데 7명의 소수정예 아이들을 천하최강의 인간 병기로 만드는 것, 그럴 수 있다치자. 그치만 몇 백명의 군대를 이 7명이, 그것도 소년*소녀가 "재밌네" 라고 웃으며 손바닥 털듯 너무나도 쉽게 헤치워버리는 것은 조금 오바가 아닐까 싶었다. 부자연스럽다. 그리고 그들의 오만방자함과 시건방진 품성은 과하게 불량해 보여서 정의나 용기, 진지함.... 이런 것들이 그들에게서는 어색하게 느껴지리만치 불건전한 성향의 캐릭터들이다.
그리고 무명노인은 이은성의 '동의보감' 살신성인 유의태를 닮았다. 무명노인은 죽지 않았을 것이고 언젠가는 청검은 그를 만나게 되겠지. 이 책을 읽으니 내공수련을 하면서 무술을 연마하고 싶을 정도로 상상력이 재미있었다. 그런데 필요이상 잔인한 구석이 있는 것도 같다.
끝으로 하나.... 바라고 싶은 점이 있다면 재미있는 이야기와 작가의 필력을 충분히 살려낼 수 있게 조금 더 고급스러운(?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다) 묵직한 거작으로의 느낌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아, 나는 정말이지 너무 경솔하고 주제넘은 독자. ㅠ.ㅜ 세련된 세공으로 마무리된 후 요란한 불빛 아래 누윈 화려한 비치보석은 아름답기는 하겠지만 보석 그 자체의 빛을 잘 살려낸 진주의 은은한 무게있는 기품과 우아한 품위는 따라오지 못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