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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할머니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나라 요시토모 그림,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나는 가끔 아주 엉뚱한 이유로 책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 책은 표지가 예뻤고 제목이 신비로웠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했다. 물론 게다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간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근데 책을 받아보고 깜짝 놀랬다. 왜? 책이 너무 얇아서.... ^^;; 나중이야기지만 정독하는데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책을 덮고나서 또 깜짝 놀랐다. 이렇게 얇은 책이 인생을 진지하게 이야기할 수도 있구나 싶어서.... 요시모토 바나나다운 글이다. 경쾌하고 그러면서 진지하기도 한....
요시모토 바나나는 담담하고 일상적인 화두로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문장은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매력적인 작가다. 책은 또 어쩜 이리 이쁜지.... 색색깔의 물감 점들.... 요시모토 나라의 삽화가 일본인 특유의 앙증맞고 섬세한 부분을 잘 그려냈다.
그리고 정말이지 돌고래 비석은 너무나도 좋은 생각이야. 나도 내 죽음 앞에 세울 비석으로는 어떤 모양이 좋을까를 잠시 생각했다. 생각이 길어지지 않은 이유는 나는 죽은 후 화장을 원하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얘기지만 나는 좁아터진 땅덩어리에 죽은 자들이 누워 한 평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비경제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숭고한 영혼이 깃들었던, 열심히 살아온 육신을 무시해서는 아니다. 뭐 아무튼 그만을 상징하는 비석을 세우는 일은 참 의미로워 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지금 매장을 반대하면서 비석을 옹호하고 있다.
뭐 그것은 그렇다손 치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정말 눈물겹고 사랑스럽다. 미쓰코, 미쓰코의 아버지, 아르헨티나 할머니 그리고 사촌마져도.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우리 동네에는 작은 언덕이 있었는데 그 언덕배기 끝에 소녀 무당이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소녀는 더군다나 눈동자가 빨간색이라 홍안소녀라 불리우는데 친구도 없고 사람들을 싫어해 밤이면 집밖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내 머릿 속에는 오징어를 가면처럼 뒤집어쓴 한 소녀가 언덕위에 서 있다. 그런데 그것은 어린시절 나의 호기심이 만들어낸 하나의 환영인지 실존하던 것의 잔재인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미지의 공간에 살고 있는 아르헨티나 할머니를 보며 여하튼 나는 그 소녀가 떠올랐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제법 그럴싸하고 재미난 이야기들을 지어내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것을 좋아했다. 심지어 담임 선생님은 엄마에게 그랬다. "친구들에게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 급기야 나는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지 내가 만들어낸 이야기인지 혼동이 되기도 했다. 아, 나의 삼천포. 그 곳은 나와 너무나 가까운 곳에 있구나. ㅋㅋ
요컨대, 인생은 그런 것이다. 사랑하며 죽고 삶의 흔적을 남기고 또 그자리를 이어받고 만다라를 모자이크로 채우듯 나름대로의 삶의 이유와 세상의 섭리를 찾고 고민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