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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따뷔랭 - 큰책
장자끄 상뻬 지음, 최영선 옮김 / 열린책들 / 199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 말 좀 먼저 들어봐요! 당신이 알아야 할 일이 있어요. 나는 한번도.... 단 한번도.... 이 얘기를 진작 했어야 하는 건데.... 이건 비밀이요.... 날 좀 이해해 줘요. 내가 할 줄 모르는 것이 하나 있는데.... 자전거포 주인 따뷔랭의 말이다.
장자끄 상뻬의 책은 얇고 글이 그리 길지 않아 읽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런 덕에 밀란 쿤데라의 <웃음과 망각의 책>을 읽고 지란지교님께서 보내주신 <나, 황진이> 뚜껑을 열기전 가벼운 마음으로 읽은 <속깊은 이성 친구>와 <자전거포 아저씨 라울 따뷔랭> 을 읽었다.
그런데 이 책 정말 맘에 든다. 일단 재미있다. 만화같기도 하고 프랑스 영화같은 신비로운 재미. 장자끄 상뻬 특유의 익살스러움.... 그리고 재미난 이야기나 인물묘사들. 무게가 실려있지 않아 후~ 불면 날아가 버릴 것 같아 가벼운 터치의 그림들.
자전거 박사라 불리우고 이곳 사람들은 급기야 자전거 대신 '따뷔랭' 이라고 부르기까지 할 정도로 그는 자건거의 천재이다. 그러나 자전거포 주인 따뷔랭에게는 그를 평생을 괴롭히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바로 '자전거를 못 탄다' 는 것이다. 속마음을 털어놓아도 그저 그가 장난하는 줄로만 받아들이는 사람들 탓에 그 점은 따뷔랭의 일급 비밀이 된다.
그리고 사진작가 피구뉴와의 만남. 피구뉴는 따뷔랭처럼 비밀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이야기의 끝부분에 밝혀지는데 '순간포착을 못한다'는 점이다. 이 둘은 따뷔랭이 자전거 타는 모습을 피구뉴가 순간포착하기로 하는 중대한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결국은 따뷔랭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성공적으로 찍게 된다. 그러나 피구뉴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닥에 떨어지는 카메라가 우연히 찍어내게 된다. 그 사진이 사람들의 인기를 얻자 따뷔랭은 '이건, 사기야, 사기' 라며 죄책감을 느끼고 피구뉴에게 사실을 고백한다.
우리에게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그것이 중대한 것이건 그렇지 않아보이는 것이건 그것은 비밀로 존재하는 한 일생일대의 고민거리일 수도 있다. 누군가가 밀을 털어놓으려 할 때 사소로운 것으로 치부하고 가볍게 넘겨 버리지 않았는지. 라울 따뷔랭이 자전거 위에서 균형잡기에 고심했듯 한번쯤 고심해볼 문제일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