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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충 - 이제하 소설집
이제하 지음 / 세계사 / 2001년 3월
평점 :
품절
내가 읽은 이제하씨의 두 번째 소설이다. 그 처음은 <능라도에서 생긴 일> 이었는데 상당히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그 때, 이제하씨를 처음 알게 되었고 <독충> 역시 그런 감흥으로 읽게 된 소설이다. 나는 지금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어떻게 써야할지 염려스럽다. 정확히 말하면, 책을 충분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 어렵다. 너무 어려워. 작가의 의도는 뒤로하고라도 무슨 내용인지 알아내기도 힘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 한숨을 쉬었고 좌절했던가. 아, 이 지리멸렬함을 간파하기 위해서라면 소위 말하는 '내공'을 더 쌓은 후 재도전해보아야 할 책이다. 먼저 읽었던 <능라도에서 생긴 일>도 그리 쉽지 않았는데 <독충>에 비하면 너무나도 쉬운 소설이다. 그래도 이 책에 대해 간략하게라도 한 번 정리를 해보자.
이 책은 단편소설집이다. 담배의 해독, 독충, 견인, 버꾹아씨 뻐국귀신, 금자의 산, 어느 낯선 별에서 이렇게 6편이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단편들이 었으니 무어를 더 말 할수 있겠는가? 명확한 것은 모호하는 것일뿐. 음.... 내용과 제목이 별 상관없어 보이는 듯한 단편들이었다. 이 때문에 더 혼란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면 '담배의 해독' 이라는 제목 아래 쓰여진 글들에는 담배가 등장하지 않는다거나 의미로서도 별 관련이 없어 보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하씨는 제목은 글의 내용과 상관없이 하나의 상징으로 부여했다는 뜻이다. 이제하씨가 시인이기도 해서일까? 어쩌면 그는 글의 제목에 '메타포'를(시가 대개 그러하듯) 부여했을런지도. 그리고 6편의 단편들의 내용이 모두 기이했다. 현실적이지 못한 무정형, 허상의 세계들을 담아놓은 듯 하다. '담배의 해독'은 모파상의 괴기소설과 비슷한 느낌을 자아냈다. 연이어 '담배의 해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책의 처음에 위치한 단편이라 비교적 집중력을 갖고 읽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독충>에서 그의 소설보다 더 반가웠고 후련했던 것은 바로 박혜경씨의 작품해설이었다. 등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주는 시원함이랄까? 소설을 읽는 내내 혼잡하고 정리안된 그 무엇들을 차곡 차곡 정리해주는 듯한 느낌이었고 확실히 밝혀후려내 줌으로 속이 다 시원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내 기분과 느낌을 정확히 진단하여 명료하게 해설해준 작품해설은 여지껏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슬슬 이제하씨의 색깔을 알 것 같다. 그의 책이 담고 있는 내용들은 자극적이다. 이 자극이라 함은 선정적이거나 극적이라기 보다는 약간은 위험천만한 발상들이라고 해야하나? 이제하씨는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내는 작가인 것 같다. 나는 작가건 화가건 영화감독이건 음악가건, 민족주의를 겨냥하거나 정치적인 발상을 그들의 창작물에 주된 골자로 사용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내가 읽기로는 <능라도에서 생긴 일> <독충> 단 두 권이었지만 이제하씨가 그러한 작가인 것 같다. <독충>을 낸지 6년만에 <능라도에서 생긴 일>을 냈다지? 이 소설 <독충>은 이전 작이 나오고 15년이나 뒤에 나온 작품이다. 왜 작품과 작품사이에 이토록 오랜 기간의 공백이 필요한 것일까? 내가 짐작하기로는, 그가 너무 많은 것들을 글 속에 담으려는 욕심에서 비롯되지 않나 싶다. 개인적인 바램이기도 하거니와 경솔할지도 모를 뜻을 살포시 전해보자면, 나는 당신의 작품안에 담아 놓은 그 응어리들의 무게를 조금 덜어내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이다.
이거 뭐, <독충>에 대한 서평이라고 보기 힘든 글이 되어버렸네. 아쉽지만 영리하지 못한 독자의 몰이해가 빚어낸 일이니 어찌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는 분명 내게 매력 있는 작가다. 그의 문체가 좋다. 이지적이면서도 냉소적인 문장들. 그리고 그 대상이 사회나 독자인지, 혹은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일런지 모르겠으나 '거침없이 하이킥' 을 올려대는 그의 글이 좋다. 여전히 그의 다른 작품을 읽어 볼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