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 신화가 된 르네상스 맨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 6
엔리카 크리스피노 지음, 김경랑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레오나르도 다빈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모나리자' 그리고 '최후의 만찬'이다.  이 사람은 미술에 관심이 있건 없건을 떠나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귀익은 화가이다.  그의 수많은 작품보다도 그의 이름이 더 유명한 화가이기도 할 것이다.  나 또한 '모나리자와 최후의 만찬을 그린 화가'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이 책 시리즈 '반 고흐' 편도 봤는데 '레오나르도' 까지 보니 이 책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는 알 듯 싶다.  작품 감상보다는 화가의 일대기나 일생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더 잘 담긴 책인 것 같다.

  올컬러 책이나 삽화나 그림이 주류를 이루는 책들은 가급적 미리 훑어보지 않으려 하는 편이다.  신선한 느낌으로 한 장 한 장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랄까?  역시 이 책도 첫 장부터 천천히 넘겼다.  그런데 이 책을 펼치고 '다빈치....  이 사람 뭐야?  장난아니잖아' 하는 탄성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정말 어떤 인물일까?  그가 다방면에 재능이 있었다는 것은 어느정도 알고 있었으나 이처럼(?)인줄은 정말 몰랐다.  그는 단지 화가라는 수식어만 붙여주기에는 너무나도 불충분하다.  화가, 수학자, 화학자, 조각가, 건축가, 발명가....  반드시 수없는 수식어가 따라야 할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천재다.  내 감히 그리 자신하고 확신할 수 있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그의 노트들은 완전 경악 그 자체였다.  과학, 발명, 미술, 골상학, 인체해부 심지어는 물과 바람까지....  그런 것들을 전문가와 같이 연구하고 드로잉한 그의 노트들....  MS사 사장이자 컴퓨터 천재로 이름높은 빌 게이츠 그의 노트중 한 권을 경매에서 낙찰받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 빌 게이츠도 레오나르도 다빈치 노트에 기록된 섬세하고 심도깊은 연구들에 탄복했을 것이다.  또한 그의 노트들은 다빈치 자신만이 해독가능한 암호와 같은 글자들로 적혀있단다.  

  또 한 가지 놀란 사실은 그가 동성연애자였다는 사실.  음, 제 입으로 말하지 않고는 어디까지나 추정일테지만.  그리고 더 놀란 것은 다빈치라는 작자 대체 세상만사, 만물에 얼마나 호기심이 많은지....  그의 노트에는 성관계까지 연구한 기록이 있다.  이 부분의 그의 드로잉에서 다소 엽기적인 것을 발견했는데 물론 그의 드로잉도 함께 있는데 하체의 그것은 분명 남성의 것인데 머리는 구불구불한 펌으로 분명 여자로 그려져 있었다.  어째서 그런 것일까?  그리고 그는 실제로 인체해부까지 했다고 하는데 그 세밀함이 의사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란다.  그의 정교함과 꼼꼼한 연구는 섬뜩하기까지 했다.  '어쩜 사람이 이런 것도 연구할 수 있어?  절대 평범한 사람은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는 사람의 다리를 단면으로 잘랐을때 어떠한지까지 드로잉 해두었으니 말이다.  그의 그림은 훌륭할 수 밖에 없다.  인체에 관해서 자연과 과학에 관해서 세상 만물의 변화와 움직임과 형태에 관심을 가졌으니 그럴밖에. 

  이 책은 단지 레오나르도의 그림을 소개하고 감상하도록 한데 그치지 않아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그는 역시 평범한 인물이 아니다.  그는 확실히 천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의 영혼 2 -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세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게 된 데 가장 큰 이유가 있었다면 바로 '프랑스판 살인의 추억' 이라는 카피 때문일지도.  개인적으로는 경기도 화성 연쇄살인사건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게 미궁에 빠진 사건이기 때문에도 그렇고, 경찰이라는 직업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도 그럴 것이다.  실은 '살인의 추억(2003, 봉준호)'이라는 영화를 본 것도 경기도 화성 연쇄살인사건이 모티브가 되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 책 <악의 영혼>과 살인의 추억과의 연관성이라면 연쇄살인이라는 점이겠지.  

  참 빨리 읽혔다.  마음만 먹으면 서너시간이면 읽을것 같은 소설이었다.  한 편의 영화를 본 느낌이다.  영화의 장르는 당연히 공포, 호러, 스릴러쯤 되겠지?  이 책의 작가가 배우지망생이라는데....  혹시 알겠는가?  그를 주인공으로 이 작품이 영화가 될런지.  스물 여섯의 데뷔작이라고?  아, 곤란해 곤란해!!  그렇데 이렇게 치밀하고 다분히 '계획적'인 소설을 써내다니....  실제로 그가 이 소설을 쓰기 이해 범죄심리학을 수강하고 실제 부검에도 참여했다지?  역시 사실이나 입증할 만한 근거나 자료가 충분한 것들은 신뢰가 간다.  <악의 영혼>의 매력 또한 이런 점 인듯 싶다.  실제 수사법, 범죄심리, 시체 부검....  데뷔작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잘 썼잖아, 당신!

  그런데 역시 아쉬운 점이 있었다.  이야기 구성이 아닌 책의 편집에 대한 아쉬움이다.  불행히도 2권으로 넘어올 즈음 스토리 유추가 가능했다는 점이다.  물론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눈치챘냐고?  간혹가다 보면 친절하게 등장인물 소개에 지면을 할애한 책들을 보게 된다.  이 책 또한 그러했는데 추리소설이나 공포소설에서는 절대 써서는 안될 방법이다!!  어째서 그러하냐면, 등장인물 소개란에 유심하여 읽다 보면 등장인물로 소개는 되어 있으나 이야기 속에서 실명이 거론되는 일이 적거나 베일에 가린 인물이 있다.  십중팔구 그가 범인이거나 실마리를 쥐고 있는 자다!  등장인물에 소개가 된 자라면 적잖은 활약을 하는 사람인데 소설 속에서는 정작 두각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은둔할 수 밖에 없는 그 누군가' 라는 역설이 된다.  결국 범인이라는 얘기.  이 책 역시 그런 실수를 철저히 범했다.  책을 읽기 전부터 범인을 공포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더 큰 실수는 또 있었다!  또 한 가지가 있었지만 그것은 이 책의 범인에 대한 너무 직접적인 스포일러가 될 듯 하여 밝히지는 않겠다. 

  아! 줄리에트.  그녀를 질책하고 싶다.  마지막에 왜 그리 미련한 용기를 발휘한 것인지.  그렇게 큰 죽음을 대면한 여자치고는 간이 부어도 너무 부었다.  이제 막 당신을 사랑하게 된 가엽은 브롤린씨는 어쩌라고.  흑흑 (나 로맨스 소설을 읽은게 아닐지....하하)  사실 이 책은 로맨스의 기본을 갖고 있는 책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사설 도서관에서의 뜬금없는 '짓' 은 너무 생뚱 맞았어.  여하튼 굉장한 속도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얼마전 읽은 이갑재씨의 <로맨틱한초상>이 떠올랐다.  사지절단(요약하니 많이 끔찍하군), 정신병, 광기, 박제....  너무 닮았다.  <로맨틱한 초상>이 인간의 정신분석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 소설 <악의 영혼>은 시체부검과 수사과정을 면밀히 소개한 작품이다.  데뷔작이라기엔 너무 주도면밀했던 작품!  막심 샤탕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할 이유, 이만하면 충분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 고흐 : 고독 속에 피워낸 노란 해바라기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 3
엔리카 크리스피노 지음, 정지윤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반 고흐.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다.  고흐를 처음 알게 되었던 것은 초등학교때다.  어쩌다 그의 전기를 읽은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위인전이라는 책으로 그를 처음 만났다.  스스로 자기 귀를 자른 화가라니....  그 미치광이 화가의 광기가 인상적이었다고 해야하나?  아니, 어린 내게는 충격에 가까운 기분이었을게다.  아무튼 그것이 나의 뇌리 속에 선명하게 박힌 것만은 사실이다.  무언가 인상깊은 점을 발견하게 되면 그것이 곧 관심이 되고 그 관심은 그것에 대한 애정으로 자라는게 아닌가 싶다.  우스개 소리가 아니고 한 때는, 커서 성이 '반'씨인 사람이랑 결혼해서 낳은 아이에게 고흐라고 이름을 지어주어야지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고흐는 내게 참 매력적인 화가다.  아마 이것은 나의 나중에라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아, 메로니에북스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미술관 시리즈에 이어 화가 시리즈도 내놓고 있는데 역시 훌륭하다.  내용면에서나 편집면에서나.  이 책은 고흐에 대해 몰랐던 사실들을 많이 알 수 있었다.  그의 자해하게 된 날 밤 폴 고갱(1848~1903)과의 사이에서 있었던 일, 부모와의 관계, 동생 테오와의 서신내용, 고흐家 집안 분위기, 그와 어울렸던 화가들, 그가 사랑한 여인들....  그리고 많은 데셍과 습작들까지도.  특히 '감자먹는 사람들(1885)'은 여러번 데셍을 거친 작품이다.  '감자 먹는 사람들' 뿐 아니라 그의 작품은 똑같은 포즈와 색채를 사용한 인물화들이 여럿 있었다.  수차례 데셍 후에 마지막으로 내놓은 작품은 그에게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는 반드시 그것을 그려내고 싶었다는 말이 아닐까?  그것도 제대로, 아주 잘 그려내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책의 표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1889)' 이다.  청푸른 밤하늘, 물결치는 듯한 별무리, 노랗고 따사로운 빛깔의 달, 조용해 보이는 집들....  책을 보며 안 사실은 나는 그 당시 고흐가 그린 작품들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고흐 그림이네' 정도만 알 수 있었는데 이 책은 시기별로 묶어 그의 작품을 소개해주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들은 대개 1888, 1889년에 그가 그린 그림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때가 고흐의 전성기가 아니었나 싶다.  아, 아니지 아니지.  고흐는 전성기가 없었단다.  이 무슨 말이냐면, 살아 생전 인정받지 못한 화가라니까.  죽어서야 그의 이름과 그의 그림이 알려졌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가 화가로서 가졌던 열정과 그림에 대한 욕심, 또 그림을 팔고자 했던 열망에 비하자면 너무 외면당한 인생이었다.  겨우 후세에서야 그가 그로서 화가 반 고흐로 존재하게 되니 말이다. 

  유난히 노란빛을 좋아하는 화가.  고흐의 작품에 주로 사용되는 노란색들....  최근 학계에서는 그가 노란색을 식별하는 시각장애가 있었다는 하는 것을 들은 일이 있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압생트때문에 시각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하고 있다.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나는 고흐가 측은해 견딜 수가 없었다.  부모님께 이해받지 못하는 아들, 동생에게 부양되어야 했던 형, 사랑을 이루지 못했던 남자, 친구 폴 고갱과의 극적인 결별, 그의 정신병....  이 모든 것들이 고흐의 괴팍에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건 고흐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인한 마찰이건간에 외롭다는 것은 누구나에게든 큰 형별이 될 것이다.  여럿이 모인 곳에 내가 마음 붙여 앉을 자리가 없다는 소외감.  하물며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고흐는 오죽 했을까 싶었다.  어쩌면 그것이 그의 병을 낳은 것은 아닐지....  유복한 집안도 아니었고 부모님 슬하에서 넘치는 사랑을 받지도 못했으며 풍족한 물감으로 그리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그릴 수 없었던 화가였던 그.  고흐는 길지 않은 인생을 너무나도 아프고 외롭게 살아간 화가다.  그러나 그에 손에서 생명을 얻은 해바라기, 밤 하늘, 별빛들은 그의 화폭안에서 고스란히 살아 외면당한 삶을 살았던 자신들의 조물주를 찬양하고 있는게 아닐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7-08-23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인간적인 외로움이 그의 그림으로 표출된 게 아니었을까요?
'내가 사랑하는 남자'에 꼭 넣고 싶은 반 고흐. 강추!!

매우맑음 2007-08-24 08:22   좋아요 0 | URL
개인의 정서가 창작물에 녹아나는 것은 당연한 것 같아요. ^^
네, 반 고흐는 저의 연인이기도 합니다. 덧글 너무 감사합니다~ ^^*
 
15년 전의 날씨
볼프 하스 지음, 안성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 아래의 내용은 단지 '서평' 일 뿐이다.



 
 
 
 

15년 전의 날씨라....  정말 호기심 가는 제목이 아닐 수 없었어요. 
우리 중 누구도 15년전 오늘의 날씨를 기억하지 못하니까요. 
아니 아니지, 일기장 따위에 기록을 해두었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죠. 
그러나 그 수도 아주 적을 거예요.  
15년전 일기장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테니까요. 
볼프 하스
 
그런데 15년전 날씨를 기억하는 남자가 있죠. 
바로 제 책 <15년 전의 날씨>의 주인공이죠.


 
 
 
 
 
 
 
 
 
 
 

 
잠시만요.  주인공이라는데에 뭔가 미심쩍은 물음표를 띄울 수 밖에 없겠는데요?  
그가 이 책의 주인공일까요?  정확히 말해, 주인공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고 봐야죠. 
만약 우리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었다고 하자구요.  
그리고 나서 당신과 나는 베르테르에 대해 무려 5일간 대화를 나눠요. 
그렇다면 베르테르가 주인공일까요?  당신과 내가 주인공일까요?  
선생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어폐가 있죠. 
저는 책 속 현실과 이야기 속 현실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해요.  
다시 말해, 책 속 볼프 하스씨와 여기자, 그리고 이야기 속 코발스키와 아니도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 잊은게 있어요.  오늘의 대화는 그냥 들어주세요.
왜냐면 선생님의 책을 읽고 든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제가 하고 싶을 뿐이예요.
그렇다고 졸지는 마세요.  제 눈을 쳐다보면서 고개는 끄덕여 주셨으면 좋겠거든요.
 

볼프 하스
 

그러지요.  어렵지는 않군요.
 


 
 
 
 
 

저는 선생님이 이 글을 어떻게 쓰셨는지가 궁금해요. 
음....  15년전 날씨를 기억하는 코발스키의 첫 사랑에 대해 충분히 구상을 하신
후 쓰신 것인지, 아니면 볼프 하스라는 책 속 작가가 여기자와 인터뷰하는 내용으로
애시당초 구상하신 것인지요.  
제가 보기엔 코발스키와 아니의 이야기가 무척 구체적이고 세심하게
신경을 쏟은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 이야기도 하나의 책으로 내놓으라면
가능하리만치 상세히 준비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볼프 하스
 
글쎄요.  제가 한 마디 해도 될까요?


 
 
 
 
 
 

아니요, 번뜩 번뜩 제가 하는 말에 답하고 싶으시더라도 참아주시길 바래요. 
왜냐면 저는 지금 선생님의 책 <15년전의 날씨>를 읽고 느낀 점을 그저 말하고 싶어
선생님을 댁으로 모신 것 뿐이예요.  아셨죠?  커피 드세요.  식겠네요. 
선생님은 제가 <15년 전의 날씨>를 어떻게 읽었을지 몹시 궁금하신 모양이네요. 
한 모금도 마시지 않으셨어요.  다 보고 있었거든요. 
혹시, 커피를 싫어하시는 것은 아니신가요? 
 

볼프 하스
 
 

아, 아닙니다.  솔직히 이야기 해도 될까요?  한국은 지금 매우 덥군요. 
그래서 더운 커피를 식히는 중이예요.
 


 
 
 
 
 
 
 
 
 
 
 
 

어머, 정말 죄송하네요.  그렇지만 얼음이 없어요.  그냥 드세요. 
하던 얘길 계속하죠? 
선생님의 소설 <15년 전의 날씨>는 정말이지 기발한 소설이었어요. 
선생님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제게는 선생님이 책에 어떤 얘기를 담았느냐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았어요. 
선생님의 새롭고 기발한 발상만으로도 아주 놀랐으니까요. 
빌헬름 라베 문학상을 받았다죠? 
그게 무슨 상인지는 잘 모르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상을 받을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는거예요.  아마 내가 읽은 적잖은 책들 중에
이런 기발한 형식의 책은 처음인 것 같아요.  가만히 생각해 보자면 말이예요. 
그리 신기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어요. 
그런데 어느 누구 하나 이런 방식은 사용하지 않았다는거죠.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니지만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시도를 한다는거,
새로운 뭔가를 보인다는거.  그게 놀랍고도 어려운 일인거죠.
 

볼프 하스
 

하하, 번개같은 이해력의 소유자시군요.
 


 
 
 
 
 
 
 
 
 
 

책의 표지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할께요. 
군청색의 표지에 형광연두의 익살맞은 그림들이 너무 눈에 띄었죠.  
죄송한 말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띠지를 벗기니 너무 정신이 없더군요. 
시선이 분산되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띠지의 노란색은 아주 적절했어요.
표지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더군요.  
포인트가 되어 시선을 머무르게 한다고나 할까요? 
아, 그리고 책 두 권을 읽은 듯한 느낌이라고 적혀있었잖아요. 
정말 그렇더군요.  제 기분과 꼭 같았으니까요.
이렇게 정확하게 축약하기도 어려웠을 것 같아요.
 

볼프 하스
 

그렇게 생각하셨군요.  웅진지식하우스에 대신 전하지요.
 


 
 
 
 
 
 
 

어머, 선생님~ 그러실 필요는 없어요.  그런데 또 아쉬운 점이 있더군요. 
작가의 말이 왜 없나요?  저는 선생님이 이 글을 어떻게 쓰신 것인지,
아니면 어떤데서 영감을 받으신건지 궁금했거든요. 
그렇다고 지금 이 자리에서 답하실 필요는 없어요. 
답을 하시고 싶으시다면 선생님의 다음 작품들에는 독자들에게 좀 친절을 베풀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참, 역자의 말도 없었어요.  속상했죠.
 

볼프 하스
 

네, 그러나 다음 작품에 작가의 말을 싣겠다는 약속으로 생각하지는 말아주세요.
 


 
 

네, 물론이죠.  저도 하나의 아쉬움이었을 뿐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리고 그것이 제가 강요하고 닦달할 영역도 아닌 것 같구요.
 

볼프 하스
 
 

고맙습니다.  커피가 적당히 식은 것 같아요.  마셔도 되겠죠?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은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그럼요.  드세요.  그리고 저는 번역자의 역할이 아주 큰 소설이 아니었나 싶어요.
모르긴 몰라도 번역은 원작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고 가급적 창조를 자제하고
글의 내용과 분위기를 잘 파악해서 가장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 면에서 번역가 안상철씨께서 큰 수고를 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데요?
이를테면, 꽃미남이과 같은....  그리고 또....  아, 오버! 오버요!   
꽃미남과 오버 얘기를 계속하죠.  
꽃미남은 리머 이야기를 하시며 그렇게 표현하셨죠? 
꽃미남이라는 단어는 한국 젊은이들이 잘 생긴 남자들을 지칭하는 말이거든요.
틀림없이 독일에서는 꽃미남이라고 부르지는 않을테니까요.  그렇죠?
그리고 오버요.  역시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오버' 라는 단어는 분수나 상황에
걸맞지 않게 과장되는 제스춰 따위를 말하거든요. 
저는 번역가와 독일에서 통용되는 언어들을 간파하고 있고
그것을 우리말로 잘 옮기지 않았나 싶어요.  아, 한 단어는 결국 생각이 나지 않는군요.
    

볼프 하스
 
 

한국어를 읽을 수 없어 제 글을 얼마나 정확히 잘 번역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국어 번역에 대해 칭찬을 해주시니 저도 안심이 됩니다.
 


 
 
 
 
 
 
 

네, 제가 느끼기엔 그랬어요.  음 뭐랄까.  책 속 볼프 하스라는 작가와 여기자는
아주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듯 하면서도 뭔가 신경이 곤두서 있더군요. 
그리고 그들의 재기발랄한 입담이 느껴졌어요.
선생님, 저는 코발스키와 아니가 등장하는 그 이야기가 별도의 책으로 존재한다면
틀림없이 읽어보겠어요. 
코발스키가 키스를 기억하기 위한 노력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그런 기분을 충분히 이해할 것도 같구요.  
 

볼프 하스
 
 

그렇게 생각하셨군요. 
제 작품에 정말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아 작가로서 기분이 좋습니다.
 


 
 
 
 
 

저는 일단 '볼프 하스' 라는 이름의 작가를 기억해두려고 해요. 
추리소설 '사설탐정 브렌너' 라는 작품으로 주목을 받으셨다는데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번역되어 나온 책이 없는가 보더군요.
그 책도 읽어보고 싶은데 말이죠. 
제가 알기론 국내에서 처음 소개된 선생님 작품인 것 같습니다.
 

볼프 하스
 
 

네, 저도 제 책이 더 많이 소개되었으면 합니다. 
작가로서 당연한 바램이겠지요.
 


 
 
 
 

네, 저도 그 날을 기대할께요.  선생님의 더 많은 책을 보고 싶어요.
음....  이번 작품은 별 다섯개를 주고 싶네요.  아아, 오해하지 마세요. 
선생님께 제가 '은별 오르가즘' 을 드리고 싶다는 말은 아니예요.  
절대 그런 불손한 생각은 하지 말아주세요. 
 

볼프 하스
 
 
 

 
 
 
 
................

물론입니다.  그런데 별을 겨우 다섯개라니....  이거 서운한걸요? 
보기와는 달리 많이 인색하시네요.  대화는 정말 즐거웠어요. 
아주 유쾌한 시간이었네요.  커피 맛도 좋았구요.
 
무슨 말씀을요....  한국에서는 대개 별로 영화나 책 따위에 점수를 주는데요.
제가 알기론 다섯개가 최고점수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저도 최고의 점수를 준 것이구요.
저도 오늘 대화 정말 즐거웠구요.  앞으로 선생님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또 뵙기를 바랄께요.


 
  
 
정말 기발한 구성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
나도 책을 흉내내어 서평을 써보았다.
서평에 등장하는 '볼프 하스' 씨에게는 제 말에 대한 응수외에는
어떠한 말도 허락하지 않았는데 이것은 서평 속 '볼프 하스' 씨의 말이
실제 작가의 입장인냥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
그럴만한 가능성을 아예 차단하려고 했을 뿐이다.
아, 번개같은 이해력의 소유자은별 오르가즘이니 하는 말은
이 책에서 유행어처럼 자주 사용되는 말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opo 2007-08-22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웅진지식하우스에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 퍼갈께요~

매우맑음 2007-08-22 15:35   좋아요 0 | URL
popo님, 혹시 웅진지식하우스 직원이신가요? ^^
책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볼프 하스의 다른 책고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사육장 쪽으로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육장 쪽으로> 제목이 풍기는 느낌이 참 묘했다.  참신하다고나 할까?  표지의 일러스트도 그랬고....  내게는 '편혜영' 이라는 작가 역시 신선했다.  이 책은 8편의 단편소설집인데 소풍, 사육장 쪽으로, 동물원의 탄생, 밤의 공사, 퍼레이드, 금요일의 안부인사, 분실물, 첫번째 기념일 이다.  무섭다.  무서운 글이다.  무서워서 무서운게 아니다.  진저리나는 일상들 속에서 느껴지는 공포다.  그러면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소풍' 은 제목이 역설적이다.  이 작품은 제목부터 독자들을 이야기 속에 끌어넣고 있다.  소풍이라는 단어가 자아내는 경쾌함, 설레임과 같은 감정에 의도적으로 독자를 속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독자에게 한층 더 깊은 불안감과 배신감을 주기 위함이 아니었을지.  마치 공포영화에서 하는 것 처럼 안심시키고 달래놓고 나서 갑자기 튀어나와 더 놀래킨다던가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내용에 반하는 제목을 차용함으로 더 극적인 감정을 배가시키기 위해 그랬을런지도.  남자와 여자.  나는 이야기 속 '남자'가 너무 못마땅했다.  그에 태도에 화가 날 지경이었다.  아마도 이 여행을 이 둘의 이별여행이 되었겠지.  이 소설에서 보면 명확하게 무언가를 고해바치지 않는 작가의 태도를 읽을 수 있었다.  공포의 대상, 두려움의 실체를 모른다는 것은 더 한 공포가 아닐까?

  '사육장 쪽으로' 는 표제로 쓰일만했다!  다른 7편의 작품도 좋았지만 가장 일상적이면서 가장 두렵게 만드는 이야기다.  이 작품에서는 작가의 현시대를 꼬집고 어떤 현상에 대해 풍자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정규속도를 절대 어기지 않고 운전을 하며 열심히 살며 지각 한 번 하지 않는 바람생활의 한 남자.  그는 한 집안의 측윽한 가장이자 줏대없는 인간 군상의 표본이다.  '요즘은 전원주택이 대세야' 라는 말에 엄청난 빚을 끌어가며 마련한 집.  더 섬뜩하고 가엾은 것은 전원주택촌에 사는 그들 모두 같은 부류라는 것이다.  이들은 붕어빵 틀에 찍어낸 마냥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 작품 아니라 다른 작품 곳곳에도 인간의 획일화에 대해 꼬집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개에 물린 아들.  그들은 그것을 모두 보고 있었다.  그러나 모른체 했다.  무관심한 우리들의 모습이다.  개에 물린 그의 아들을 싣고 사육장쪽에 있다는 병원을 향해 달려간다.  울부짖는 개소리를 쫓아....  그런데 경악할 일은 개를 잔뜩 실은 트럭이 그의 차와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달리고 있었다는 것.  너무나 일상적이고 담담하다.  그러나 충격적이고 아찔한 느낌을 안겨주는 소설이었다.  

  '동물원의 탄생' 은 쉽게 말해 우리가 사는 세상이 큰 동물원이 되고 인간들이 짐승이 되는 꼴을 비웃는 것이다.  동물원에서 탈출한 새와 늑대로 인해 인간들은 그야말로 동물처럼 변해간다.  오로지 사냥에만 열중하게 된다.  이 모양새가 상당히 어리석어 보이고 우스워 보인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었을까?  "인간들이야 말로 동물이야"

  '밤의 공사' 밤의 공사는 개인적으로 가장 원초적인 공포를 담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  늪에 빠져 눈을 뜨고 죽은 아내의 시신을 거머쥐고 살기위해 꿈틀대는 남편의 모습.  생각만으로도 섬뜩하다.  그리고 공사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해 이런 방법 저런 방법을 다 동원해 아득바득 살아가려는 이 부부의 모습은 측은하기까지 했다.  그토록 매달려 살아보려 했던 삶에서 너무나 쉽게 죽음을 맞이할게 될 때 덧없음, 인생무상이다.    

  '퍼레이드' 놀이공원에서 동물의 가면을 쓰고 퍼레이드를 준비하던 이들.  갑작스런 코끼리의 난동, 사라진 코끼리들.  우연히 발견하게 된 녹색철문.  그 안에 어떻게 들어갔을까?  갇혀있던 코끼리들은 나팔, 큰 북, 트렘펫을 불며 퍼레이드 연습을 하고 있다.  기이하면서 몽환적인 이야기다.  코끼리들은 정말 그 곳에 어떻게 들어간 것일까?    

  '금요일의 안부인사' 김, 박, 조 세 남자는 한 아파트에 사는 남자들.  금요일 밤이면 함께 모여 카드놀이를 하며 어울린다.  모두 불쌍한 남자들, 안타까운 가장들의 모습이다.  딸아이와 함께 살며 회사 부하들에게 찬대받는 김, 기러기 아빠 박, 죽도록 닭을 튀겨야 겨우 생활하는 통닭집 사장 조.  이 이야기는 세 남자의 삶의 처지가 측은하다.  너무 현실적이라서 참담한 이야기들이랄까?

  '분실물' 부정을 요구하는 상사 송.  그에 따르는 박.  송의 지시대로 모든 서류를 꾸민 박은 어느 날 잊어버린 가방으로 인해 마음을 바꾸게 된다는 내용.  늘 순응적인 박이 처음으로 권위에 대항하는 시원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첫번째 기념일' 기념삼아 증명사진을 찍는 택배배달원.  주인이 오랫동안 집을 비운 곳에 끈임없이 배달되는 택배들을 그는 가로챈다.  주인인 여자와는 곤돌라를 타며 물건의 배상에 대해 협상한다.  작가가 소풍이라는 제목 아래 끔찍한 새벽 안갯길 드라이브를 담았듯 곤돌라라는 낭만적인 곳에 어울리지 않는 암담한 현실을 담았다.  

  이 소설 <사육장 쪽으로>는 나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과 너무나도 닮았기에 무서운 것이다.  예사롭지 않은 글이다.  기이하면서 섬뜩한 이야기들....  공포와 섬뜩함에 극면한 생생한 체험이 아니라 너무나도 묵묵하고 담담하게 일상을 말하고 있어 더욱 그러했다.  공포의 대상이나 실체가 아닌 담담한 일상을 섬뜩하게 만들어 버리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