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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아이들
양석일 지음, 김응교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어둠의 아이들> 이 책은 여러번 그냥 지나쳤다. 스스로 어둠을 택한 아이들 그리고 수렁에서 벗어나 새 삶을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들이겠거니 했었다. 그러다 우연히 이 책의 서평을 읽게 되었다. 소재가 '아동매춘, 인신매매, 장기밀매' 란다. 그에 모자라 이것이 현재 일어나는 사실이란다.
나는 유치원 교사다. 모든 아이들은 행복해야 하며 보호받을 권리가 있고 소중히 다뤄져야 하며 사랑받아야 마땅하다. 내가 매일같이 만나는 아이들은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오히려 지나치리만큼) 웃는 얼굴이 그저 사랑스러운 아이들 뿐이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고 울고 말았다. 대체 내가 만나는 아이들과 전혀 다를 것 없는 이 소중한 생명들은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불쌍하고 화도나고 너무 아파 울고 말았다.
정말 끔찍했다. 나는 절대 읽던 책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 포기하고 싶었다. 구토가 일고 현기증이 났다. 활자들을 바라보기가 치욕스러웠고 그 내용은 잔혹했다. 이 책의 앞 뒤 커버에는 '19세 미만 구독불가'라고 인쇄되어 있고 비닐로 포장되어 있다. 내용을 죄다 봐버리고 결국 구입하지 않을 것이 우려되어 비닐포장을 한 잡지들과는 전혀 달랐다. 비닐에 쌓은 이야기는 정말이지 마주하기 고통스러웠다.
이 책을 읽기 전 누군가 아동학대에 대해 말해보라 했다면 나는 폭력, 굶주림 그리고 앵벌이 이상의 것을 말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동매춘? 이게 정말 현실이고 가능한 일인가? 아동을 대상으로 한 변태적인 성폭력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이 아니다. 최근에도 '조두순 사건', '김길태 사건' 이 있었으며 지금 역시 또 다른 조두순과 김길태가 어두운 골목길에서 우리 아이들을 범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것만도 경악스러운데 아이들의 성을 사고 판다고? 이게 정말 가능하다는거냐고! 아이들을 부모로부터 사들이거나 길에서 납치하여 이 아이들에게 매춘을 시킨다니. 정말 그럴수가 있나. 그 어리고 연약한 아이들에게, 손에 쥐어주는 사탕 하나에 선량한 웃음을 짓는 아이들에게 어찌 그럴 수가 있냐 말이다.
아동성애자, 소아성애자로 불리는 페도필리아들의 이야기는 역겨웠다. 그들은 성적 취향이 다른 것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이것은 분명 범죄행위다. 이 책의 묘사는 정말 역겨웠다. 아동 매춘을 주도 하는 집단이 실제 있으며 그 곳에서 이런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아이들의 몸을 개값으로 사고 팔며 영혼 짓밟아 뭉개버리는 이런 일이 있다는 사실, 자정말 믿기 힘들었다. 한 아이들이 그런 일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사회로부터의 유기이자 유린이다.
상상력이 지나치게 뛰어난 한 소설가의 지어낸 이야기이길 바랬다. 이런 이야기는 분명 픽션이어야 했다. '아니, 이게 어디까지 사실일까? 작가는 과장했을꺼야' 그렇게 생각했고 그리 믿었고 그러했길 바랐지만 책의 후미 부분에는 어린이 구호 단체에서 자료를 받아 서술한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었다.
아아, 나는 그동안 얼마나 행복한 아이들만 봐왔던가. 그 아이들의 웃음과 사랑스러운 몸짓에 얼마나 즐겁기만 했던가. 나는 왜 여지껏 이처럼 버려지고 찢기고 밟힌 아이들의 피맺힌 고통은 외면했던 것인가. 나는 부끄럽다. 이 시대의 어른인 것이 부끄럽고 이 아이들을 위해 지금 내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아프다.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까? 아니다.
있다! 교육이다.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하고 이들이 바르게 자라 훌륭한 어른이 되도록 도와주는 일. 아쉽지만 이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전부다. 그러나 이 또한 미래를 위한 대안이지 지금 당장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어찌할 수 없고 미래만을 위한 대안이라 할지라도 교육이야 말로 아이들과 사회를 구원하는 길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이야기 속 '충' 이라는 인물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역시 책 속 아이들과 다르지 않은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는 길 가에 버려진 아이였다. 이 아이가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었다면 그는 아마 그런 잔인한 성인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아이가 성인으로부터 따스한 보호를 받은 일이 있다면 지금과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 뿐 아니라 사회 각계 각처에서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경찰은 감시*감독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고 어린이 보호 단체는 그들을 적극 수용하고 보호해야 할 것이고 정부는 어린이 복지 및 보호를 위한 예산을 충분히 집행하고 할 것이고 부모와 성인은 아이들에 대한 인식을 바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소설가인 양석일씨는 이 비참한 상황을 글로 고발한 것이리라. 우리 모두 이렇게 합심한다면 한 명이라도 더 건져낼 수 있지 않을까.
아이티 지진 당시, 구호단체 뿐 아니라 아동납치 및 매매 단체가 그 곳에 함께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구호물자와 생명을 연명할 음식과 의약품만 줄 것이 아니라 전쟁고아와 같이 보호와 안정을 모두 잃은 아이들을 잘 보호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사회 악의 무리들이 강하고 빠르다면 우리는 그 보다 더 강해져야 하고 빨라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이 책을 많은 어른들이 읽었으면 좋겠고, 읽기 전에 마음을 강하게 먹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