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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박준 글.사진 / 넥서스BOOKS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처음 국외 여행을 간 곳이 바로 태국, 방콕이었다. 돈무앙 공항에 내려서자 후덥지근한 바람, 눅진하고 매캐한 공기가 나를 반겼다. 이 책은 마치 그때의 공기와 바람이 닿는 듯 했다. 뭔가 이질적인 분위기, 낯선 것이 주는 설렘과 같은.
카오산 로드. 배낭여행자의 성지라고 불릴 만큼 많은 배낭여행객이 있는 곳이다. 그 곳이 태국의 방콕일 뿐, 온 인류의 집합소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카오산 로드의 풍경을 이 책을 통해 들여다보게 되니 참 반가웠다.
저자 박준 씨의 저서는 <네 멋대로 행복해라>에 이어 <On the Road> 이 책이 두 번째이다. 이 책은 참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던 책인데 이제야 보게 되었다. 그때도 카오산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마구 설레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지금 역시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내가 이 세계 수많은 나라를 여행한 것은 아니지만 몇 나라들을 여행해 보았는데 나는 태국이 가장 좋다. 먼가 정감이 넘치는 나라였다. 태국이 미소의 나라라는 말도 있는데 이 부분은 아직 잘 모르겠다. 내가 만난 태국인은 아주 잘 웃거나 전혀 웃지 않거나 했기 때문이다. (사실 어느 나라든 그렇긴 하지. 모두 웃을 수는 없고 모두 찡그릴 순 없지) 그러나 웃음 지은 그들은 정말 인상적이리만큼 활짝 웃었다. 그 미소를 본 누구나라면 무뚝뚝한 얼굴의 태국인보다 그들의 얼굴이 훨씬 태국인의 얼굴을 대표할 수 있을 만큼 각인이 될 것이다.
이 책은 태국인들을 만날 수는 없었다. 방콕 카오산 로드를 여행 중인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과의 인터뷰가 실린 책이다. 내가 만나지 못할 또 다른 이들과의 만남, 그리고 그들과의 대화는 참 즐거웠다. 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고 가치로운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서 말이다. 무엇보다 여행자에게서 배어 나오는 삶의 여유와 편안함이 너무 좋다. 다양한 사람들만큼 사연도 다양하다. 학교를 무단결석하고 여행을 왔는가 하면 아예 자퇴를 해버린 경우도 있었다. 아무리 여행이 좋아도 나는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취할 용기도 없거니와 내 입장에서는 이것이 옳으리라 생각되진 않는다. 이렇게 누군가와의 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 또 생각해볼 문제들, 한 번도 염두에 두지 않았던 부분들에 대해 스스로와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박준 여행 인터뷰 집에서 항상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게 뭐냐면, 왜 외국인과의 인터뷰에서는 반말로, 한국인과의 인터뷰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높임말로 기술될까? 외국인은 저자보다 나이가 어려도 반말로 기술되고, 한국인은 저자보다 어리다 하더라도 존댓말로 기술된다. 예를 들어 "이번 여행 어때?" 하고 질문을 했을 때 한국인의 경우는 "참 좋은 것 같아요. 즐거우니까요" 라고 기술하고 외국인의 경우는 "참 좋아. 즐거우니까" 라고 기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왜 이 둘은 달라야 할까? 여기서 외국인은 대부분 서양인인 것을 봤을 때 저자는 서양이 동양보다 당당하고 자주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나는 이러한 표기가 동서양, 엄밀히 말해, 한국과 서양인을 나타나는 문체의 하나라고 생각진 않는다. 저자의 편견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왜 한국인은 항상 조심스럽고 겸손할까? 왜 서양인은 모두 당당하고 자기 주관이 강할까? 혹자는 반말과 높임말에 있어 독자인 내가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지 되물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 반말과 높임말은 뉘앙스가 상당히 달라진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마치 규칙처럼 반말과 높임말을 나누어 적용하고 있다는 것은 그가 의식적인 뉘앙스를 싣고자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것이 그의 무의식 중에 생기는 일이라면 이러한 편견은 없어야 되지 않을까? 이점이 가장 안타깝다.
위와 같이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여행기는 항상 어디든 떠나고 싶게 하고 또한 진정 떠나는 것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 같다. 세상 속에서 세계인을 만나는 여행기, 박준 책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