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 - ADHD 꼬리표 붙이기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지음, 조응주 옮김 / 민들레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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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유치원 교사로 ADHD에 관심이 많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중 ADHD가 의심되는 유아도 몇 명이 있었고 최근 어린이 ADHD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ADHD 과연 이 아이들은 왜 그런 것이며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며 어떻게 이해해주어야 할지 도움을 얻고 싶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ADHD 아이들에게 약물치료를 하는 것을 엄중히 반대하고 있는 책이다.  ADHD 아이들 중 리탈린이라는 약을 복용 중인 아이들을 ’리탈린파’라고 부르기도 하며 이러한 처방은 절대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이에게 ADHD라는 질병을 낙인찍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단지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이라고 볼 뿐이다.  그리고 이 아이들에게 맞는 교육법은 따로 있으나 학교와 교사가 단순히 지도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아이에게 약물을 집어넣고 온순하게 만들려고 하나 아이들은 그 모든 분노와 불안을 속으로 표출할 뿐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리탈린이라는 약물이 아이에게 치명적인 여러 부작용을 초래한다고도 말한다.

  최근 TV에서 ADHD 어린이들만 생활하는 전문학교가 소개된 적이 있다.  이 책 역시 ADHD 어린이들이 생활하는 전문학교였는데 TV에 방영된 내용과 너무 비슷한 구조와 학습지도가 이루어지고 있어 같은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이들이 이 학교에서 생활하게 되면 일부러 일반 학교의 규율에 억압받을 일도 없고 아이에게 많은 놀이의 경험을 줌으로 더 많이 움직이는 산만한 아이에게 에너지를 분출할 기회를 주고 긍정적인 자기관을 갖게 하고 더 나아가 선택학습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집중도를 높여가는 수업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나도 ADHD 아이를 지도해 본 일이 있는데 솔직히 힘든 게 사실이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며 그 아이로 인해 모든 수업 분위기가 엉망이 됨은 물론 계속 눈여겨보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온 신경이 곤두선다.  그저 ’정말 못 말리는 말썽쟁이’ 인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러한 교사들의 시각이 아이들을 학교에서 내쫓고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학교에 맞추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학교가 아이에게 맞추어 주어야 한다고.  이 대목에서 우리 교사들의 ADHD에 대한 인식이 막연히 부정적이고 그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좀 더 눈과 마음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정말 친환경적이고 자연스러운 치료를 권하는 책이다.  말 그대로 약물을 거부하고 놀이만으로 아이들을 치료하는 학교란다.  문제 행동이 다분했던 아이들이 이 학교에 적응하고 에너지를 분출하고 성취감을 얻는 모습들은 참으로 훌륭했다.  모두 자신과 비슷한 아이들이기 때문에 아이는 각별히 지적받던 일상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반감되는 것이다.  정말 아이를 위한 학교 기관이라는 인상이 들었다.  ADHD 어린이뿐 아니라 모든 학교가 이렇게 아이들이 흥미롭고 즐겁게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은 ADHD 자녀를 둔 부모라면 리탈린이라는 약물 투여로 치료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약물을 대체할 수 있을만한 전문 학교 기관이 아직은 없다는데 있다.  다시 말해, ’약물이 아니다’ 라는 것을 알고도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학교 사례뿐 아니라 ADHD 어린이들을 약물없이 치료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 중이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단순히 아이의 기운을 빼버리는 약물 투여를 치료의 한 방법으로 고집할 게 아니라 전문학교 기관이라던지 이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치료 프로그램 개발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 책은 에세이 형식으로 ADHD 아이들의 일상을 담고 있는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렇게 약물없이 치료를 하는 아이들이 얼마의 기간이 지나 호전되기 시작하는지, 아니면 졸업을 한 어린이들은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등.  좀 더 눈으로 신뢰할 수 있는 연구결과라던지 수치들을 증빙자료로 게재해두었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학술을 뒤엎고 그에 반하는 이론을 주창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다.  이런 경우 확연히 차이를 보이는 결과는 아니라 할지라도 적어도 관심이 갈만한 수치들은 제시되어야 한다.  그런 것이 없이 ’약물없이 치료해야 한다’ 라고 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이 학교가 앞으로는 이런 연구에 게을리하지 않아 수치화하는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학계에서도 관심을 갖게 될 것이고 과연 그러한지를 밝히려는 연구들이 또 이어질 것이다.  그제야 ADHD를 보다 명확하게 정의를 내릴 수 있을 것이고 치료 방법 또한 연구, 개발되리라 본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정보들과 연구나 새로운 시도에 발 빠르게 움직였으면 좋겠다.  이 학교의 효과가 입증되고 이러한 교육이 ADHD 아이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 명확해진다면 ADHD 어린이를 치료하는 데 있어 새로운 지평이 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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