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키드 :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하는 40가지 이유
코린느 마이어 지음, 이주영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하는 40가지 이유’ 라는 부제가 붙은 <NO KID>  출간 당시 굉장히 쇼킹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읽어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잊어버리고 며칠 전 갑자기 생각이 나서 이제야 읽게 된 책이다.  참고로 나는 부부의 인생에 있어 아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뒤에 가서 더 이야기하겠지만 나는 ’결혼은 안 할지언정 아이는 반드시 낳아 기르고 싶다’는 망측한 발언을 처녀시절 엄마 앞에서 하고 온 집안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그만큼 아이가 좋고 아이란 인생에서 가장 축복받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하는 40가지 이유’라니.  대체 어떤 이유로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프롤로그, ’이 책은 앞으로 부모가 될 사람들의 사기를 꺾어놓고자 집필되었다(p.20)’한다.  솔직히 겁났다.  ’이 책이 지나치게 설득력이 있어서 내가 아이없는 삶도 괜찮겠구나’ 하고 불온한 사상을 갖게 되지는 않을까 싶어서.

  그런데 다 읽어 본 결과, 어느 하나 내 맘을 움직이는 대목이 없었다.  저자가 아이를 낳기 싫어하는 이유는, 단지 ’자신’ 때문이다.  오로지 자신을 위해 임신과 육아의 과정이 필요치 않다고 생각하는 저자에게 나는 반문하고 싶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서라면 세상은 어떻게 살아가냐고’  일단 그 40가지 이유를 한 번 살펴보자.  다음과 같다.

  01. 다른 사람들이 원해서 아이를 갖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02. 출산은 고통이다.
  03. 걸어 다니는 젖병이 되지 마라.
  04. 점점 할 수 없는 일들이 늘어난다.
  05. 사무실에서 40시간, 아이에게 30시간, 총 70시간 노동
  06. 친구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라
  07. 아이들이 하는 바보 같은 언어를 배우지 마라.
  08. 둘이 더 좋다.
  09. 아이는 성욕을 죽이는 존재다.
  10. 아이가 생기면 부부 생활도 끝이다.
  11.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느냐, 아니면 부모의 역할을 다 하느냐를 선택하려 하지 마라.
  12. 아이는 천성적으로 잔인한 악동이다.
  13. "우리 엄마는 직업이 없어"
  14. 아이는 너무 비싸다.
  15. 자본주의의 둘도 없는 친구
  16. 아이를 집중시키기는 어려워
  17. 최고로 힘든 부모의 노동
  18. 이상화된 아이의 모습에 속지 마라.
  19. 아이 때문에 실망할 날이 반드시 오리라.
  20. 전업주부가 되는 건 끔찍해.
  21. 무엇보다 부모의 역할이 우선이라고? 아니, 사양하겠어요!
  22. 아동 전문가의 계획을 가로막아라.
  23. 가정이 무서워.
  24. 키덜트가 되지 마라.
  25. ’무엇보다도 내가 우선이에요’ 라고 굽히지 않고 말하는 당신은 용감하다.
  26. 아이는 젊은 시절의 꿈을 산산조각 낸다.
  27. 아이의 행복만을 위해 살게 될 것이다.
  28. 진드기 같은 존재
  29. 학교는 타협을 봐야 하는 처벌 수용소
  30. 아이를 기르는 건 무엇을 위해서지?
  31. 너그러운 중입적 태도를 버려라.
  32. 부모는 늘 달콤한 노래만 불러야 하는군.
  33. 모성이라느 모든 여성을 옭아매는 덫이다.
  34. 엄마가 될 것이냐, 아니면 일에서 성공할 것이냐.
  35. 아이가 생기면 아버지의 존재는 사라진다.
  36. 요즘 아이는 완벽하다.
  37. 위험한 아이를 조심하라.
  38. 미래에 소외될 텐데 왜 사서 고생을 하는가?
  39. 이 땅엔 아이들이 너무 많다.
  40.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지켜야 하는 우스꽝스러운 십계명 따위는 무시하자.

  몇 가지나 공감이 되는가?  미안하지만 나는 전혀 단 한 가지도 공감하지 못하겠다.  사실 공감되는 항목이 몇 가지 있기는 하나 이 책을 읽어보고 나서는 그 극단적임과 외곬적인 해석을 인정할 수 없기에 단 한가지도 공감하지 못하겠다.  저자는 아이를 낳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기에 육아와 엄마의 역할에 있어 혐오를 금치 못하는 대목들에서는 누군지도 모를 그 아이가 내내 불쌍해 혼났다.  아기의 모습은 혐오스럽고 끔찍하며 출산은 아플 뿐 아무런 아름다움이 없다니.  물론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이런 마음을 가진 부모 아래 자녀가 사랑받으며 살 수 있을까?  차라리 저자는 영영 아이를 낳지 말아야 했다.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할 이유라는 항목들은 억지스럽고 그 억지스러운 주장을 계속하기 위해 아주 치졸하게 임신과 육아를 반대하고 있다.  몇 가지 굵직한 개념들만 반박해보자.  물론 저자의 주장에 대한 내 주관적인 생각이다.

  육아는 단순히 일일 뿐인가?  육아는 일이기만 한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그 안에서 아이에게 감동받을 수도 있고 아이를 통해 세상의 가치들을 깨닫기도 할 것이다.  육아가 고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오로지 일만으로 보는 것은 아이를 통해 삶을 살아감으로 얻게 되는 숨은 매력을 전혀 보지 못하고 하는 말이다.  

  둘이 더 좋다?  아이가 생기면 부부 생활도 끝이다?  오로지 남편과 단둘이 사는 삶이 더 좋기만 할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부부가 서로 사랑하는 이를 닮은 자식을 낳고 그 아이를 바라보며 함께 느끼는 행복도 물론 있을 것이다.  아이가 생기면 부부 생활도 끝이라고?  예전만큼 둘 만의 시간을 갖기는 힘들겠지.  그러나 그렇다고 ’끝’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다.  아이가 자라고 나서도 부부 둘 만의 시간을 가질 시간은 우리 인간의 인생에서는 충분히 있다.  다 늙어빠져서 그 때 뭘 하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저자는 언제나 젊기만 하리라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리고 젊어야만 사랑할 수 있고 서로가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는 발상 자체도 우습다.  

  아이는 천성적으로 잔인한 악동이라고?  짧고 간략하게 말하면 그건 당신이 아이를 제대로 들여다본 일이 없기 때문이고 당신 자신이 천성적으로 잔인한 인간이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지.  

  아이 때문에 실망할 날이 반드시 오리라.  이 땅의 모든 엄마들을 저주하고 있는 듯해 기분이 나쁘다.  당신은 아이로 인해 단 한 순간도 감동과 기쁨을 느끼지 못하겠지.  때때로 아이에게 실망하는 것보다 아이로 인해 아무런 감동이 없는 삶보다 지독하지는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내가 우선이에요’ 말하는 자는 용감하다고?  아이로 인해 엄마의 인생을 팽개치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인생에서는 희생이라는 것도 있고 돌봄과 섬김의 시간들도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가 우선이라고 하는 것은 이기적인 발상이다.  

  아이의 행복만을 위해 살게 될 것이라고?  그건 어디까지나 아이와 나를 완전히 분리된 객체로 보았을 때다.  다시 말해, 아이를 기르며 사는 삶에서 아이로 인해 행복을 느끼는 순간도 있다는 말이다.  가족이라는 것은 비로소 하나가 되는 것이기에 모든 일과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는 감정의 끈을 갖게 된다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엄마가 될 것이냐, 일에 성공할 것이냐?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극단적인 양자택일의 경우는 또 뭐람?  엄마도 될 수 있고 일에 성공할 수도 있고 엄마가 되고 일에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둘은 하나를 택하면 하나를 반드시 버려야만 하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그런데 마치 엄마가 되기를 택하면 당신의 인생은 실패할 것이라고 매도하고 있다.  전혀 논리적이지도 못하고 설득력이 없다.

  그 밖에 항목들 역시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 책은 단지 도발적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 책은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하는 40가지 이유가 아니고 저자가 ’아이를 싫어하는 40가지 이유’일 뿐이다.  기고만장한 글의 시작과는 달리 글은 도무지 논리적이지 못하고 설득력이 없다.  또한 모든 상황들을 충분히 고려하고 하는 말이 아니고 배려가 없는 직감적인 말들이다.  그렇기에 일부 공감 정도면 감지덕지할 것이고 이런 글로 전적인 공감을 얻어내기에는 절대 부족이다.  왜 안 그럴까?  이 세상에는 오로지 나뿐인 사람이 보살펴야 하고 돌봐야 하고 나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성가신 존재를 어떻게 감히 감당할까?  아니 아이뿐 아니라 자신의 앞길에 조금이라고 거치적거리는 대상을 모조리 경멸하고 기피하지는 않을지.  

  생명을 잉태하는 신비로움과 사랑의 대상을 빼닮은 또 하나의 존재로 인해 힘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감동하고 그로 기쁨도 느끼며 비로소 인생에서는 희생과 봉사도 있음을 알고 아이와 남편으로 더불어 다양한 감정들을 공유하며 사는 삶.  이것이 인생이 아닐까 말이다.  오늘같은 저출산 시대에 이 책이 제대로 쓰였다면 금서가 될 뻔 했다.  그러나, 전혀.  그럴 가치나 그리될까 염려할 필요가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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