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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는 알고 있다 ㅣ 행복한 육아 7
토마스 버니 지음, 김수용 옮김 / 샘터사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생명을 잉태하는 일은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다. 여자가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면 아기를 갖고 출산하고 양육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 세상 여자 대부분이 경험하는 일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모든 과정이 당연시되는 것은 아주 답답한 일이다. 한 예비맘 카페에서 임산부인 한 여자는 이렇게 말했다. 요컨대 임신을 했는데 지치고 피곤해 집안일을 좀 등한시했더니 남편이 하는 말이 "당신 임신한 게 무슨 벼슬인 줄 알아?" 라며 폭언을 했다는 것이다.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임신, 벼슬 맞다!! 아니 벼슬이야 사람이 노력해서 과거급제하면 되는 것이라지만 임신이 어디 그런 줄 아는가? 남자, 여자만 있다고 되는 것인 줄 아는가? 두 남녀의 성적 관계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아기란 하늘이 허락해야 얻을 수 있는 생명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여자들이 경험하는 일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중받고 고귀하게 여겨져야 할 기간 동안 '임신했다고 유세 떠는 안사람'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좀 더 말하자면, 남녀 모두 건강하고 생리적인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아기를 얻지 못하는 가정도 아주 많고 불임부부 역시 날로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당신의 아내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의 아기를 잉태하고 출산하는 그 과정을 남들 다하는 것이라고 업신여기거나 가벼이 봐서는 안된다. 좀 더 쓰다가는 연단에 서서 웅변을 해야 할지도 모르니 이쯤에서 각설하자. 하하.
다시 생각해자! 대부분의 여자가 경험하는 '아주 엄청나고 특별한 일'이라고. 여자의 몸에서 여자의 것과 또 다른 생명의 것인 두 개의 심장이 뛴다는 일은 정말 경이로운 일이며 이 엄청나고 특별한 경험으로 창조된 생명이 여자의 몸속에서 놀라운 속도로 성장한다는 것 또한 굉장한 일이다. 몇 억 마리의 치열한 정자들이 하나의 난자를 공략하고 그 중 가장 강한 녀석이 난자와 결합하고 둘을 수없이 세포 분열을 시작하며 자궁으로 미끄러져 들어와 편안한 곳에 자리를 틀고 뿌리를 내리고 태낭을 만들고 그 안에 작은 생명이 만들어지고 그 생명은 머지않아 심장 소리를 들려준다. 그리고선 뼈와 장기들이 만들어지고 더욱 정교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이 과정, 우리가 머리로 이해하는 이 과정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건 정말 신비로운 일이다.
이렇게 엄마 뱃속에 존재하게 되는 태아에 대해 우리는 얼마만큼 알고 있을까? 얼마만큼 태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을까? 이런 질문에 만족스러운 답을 줄 책이 있다. 바로 이 책, <태아는 알고 있다> 정말 놀라운 책이었다. 산모라면 누구나 한 두 권의 임신출산육아 관련 책을 접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책들은 대부분 임산부 몸의 변화, 태아의 성장에 대한 부분만 충실히 다루어져 있다. 태아가 어떤 존재이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그저 볼록 솟은 배를 보며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근데 이 책은 정말 놀라우리만치 태아에 대해 잘 설명해주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 태아에 대해 알아가면서 이 작은 생명이 생각보다 정교하고 완전에 가깝다는 사실에 나는 아주 놀랐다. 이 모든 내용이 저자의 짐작이나 유추가 아닌 실험과 연구로 밝혀진 내용이라고 하니 신뢰할 만하지 않을까?
이 책은 정말 놀랄 만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었는데 그 중 일부를 잠시 살펴 보겠다. 임신 5개월 정도가 되면 태동을 느낄 수가 있는데 이 태동이 활발한 경우 대개 '태아가 건강하기 때문이야' 라고 오해하고 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책에서는 그것이 태아의 불안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 태아가 4주~8주가 지나면 한 살된 아기와 다르지 않게 촉각이 발달한단다. 이때는 사실 배아기라고 부르는데 이미 이때 한 살 아기와 다름없는 촉각이 발달한다니. 그리고 자궁에서의 체험이 성격의 기본을 형성한단다. 성격은 타고나는 기질과 부모의 양육환경에 따라 형성되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태아기의 체험이 성격의 기본이 된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왜 예로부터 임산부에게는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생각하고 좋은 것만 먹어야 한다고 해왔는지에 대한 근거가 될 이야기다. 심지어는 아이의 '남자다움' '여자다움'도 태아기체험으로 결정된단다.
뿐만 아니다. 자연분만이 좋다고는 하지만 왜 좋은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유도분만, 제왕절개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때 자행되어야 하는 의술이지 일반적인 분만의 한 방법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유도분만은 사디스트, 매저키스트를 만든다고도 한다. 그리고 이 책뿐 아니라 다른 책에서도 태아기를 기억하는 아이들이 유도분만과 제왕절개로 분만한 아이들이 많았는데 이 과정을 고통스럽고 힘겹게 묘사하고 있었다. 나는 자연분만이나 유도분만이나 제왕절개나 아이를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과정만이 다를 뿐이라고 생각했다. 좀 더 생각해 보자면 산모의 몸의 회복의 차이가 있는 정도로 이해했다. 그런데 출생방식이 태아의 정서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전 읽었던 <아기는 뱃속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에서처럼 이 책에서도 태아기의 기억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아이가 자신의 태아기와 출생에 대해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엄마 몸에서 분비되는 옥시토닌이라는 호르몬 때문이란다. 태아기를 기억하는 아이에 대한 기이한 진술이 거짓이 아니며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이 밖에 정말 놀랍고 유용한 정보들이 가득했다. 임산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컬러판의 두꺼운 잡지와 같은 임신정보서를 읽어야 하는 반면, 태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책 <태아는 알고 있다>를 읽어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임신을 준비 중인 여성이나 임신여성이 꼭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또한 산부인과 의사들이 반드시 읽었으면 싶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아기를 출생하고 바로 탯줄을 끊고 체중을 재고 이름표를 달고 산모에게서 분리하는 출산 후의 일련의 과정이 너무 성급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비인간적인 처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출산 직후 모든 과정을 뒤로한 채 산모에게 안겨주고 서로 교감하고 모체로 안정을 찾게 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한다. 인권분만이라고 르봐이예 분만으로도 우리나라에 잘 알려져 있다. 출산이 산부인과 전문의에게하는 하나의 일이 아닌 한 아기가 세상을 마주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는 것을 좀 더 자각해주길 엄중히 권하고 있다.
그리고 대다수 병원이 갓 출생한 아기들을 형광등 불빛 아래 누이고 모체와 격리하는 환경도 문제 삼고 있다. 또한 많은 엄마들이 출생의 고된 순간으로부터 회복하고 휴식하기 위해 아기를 신생아실에 맡겨버린다. 나 역시 모자동실에 대해서 부정적인 산모들의 고백을 많이 들어왔다. '아기랑 같이 있으면 엄마는 절대 쉬지 못해' '모자동실이 얼마나 피곤한데' 그러나 모자동실 또 캥거루케어(조산아나 미숙아를 인큐베이터가 아닌 엄마의 몸 위에 올려두는 것만으로 아기가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 후 엄마와 아기의 신체접촉을 장려하는 방식)가 아기 성장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침은 여러 연구에서 증명되고 있다.
많은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이 산모의 편리만을 강조하고 있다. 왜냐면 아기에게 안락함과 행복을 줄 시설을 가늠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시설을 선택하는 주체는 아기가 아닌 산모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많은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이 산모를 위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그러나 아기의 환경 역시 배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처럼 산모와 아기를 모두 고려한다면 아기에게 더욱 안락하고 행복한 환경을 위해 시설들이 좀 더 신경 쓰게 되지 않을까? 또한 산모들 역시 깨끗한 시설, 좋은 식단, 산모를 위한 편의를 살펴봄과 동시에 내 아기에게 어떤 환경이 주어지는지, 아기를 얼마나 꼼꼼히 살펴주는지도 반드시 따져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의식의 변화와 행동의 요구가 있어야 비로소 산모와 아기를 위한 진정 필요한 시설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정말 태아, 임부, 산모, 출생 후의 아기에 대해 바람직한 정보를 주는 책이었다. 태아를 바르게 이해하고 바르게 사랑할 방법이 바로 여기 있다. 가급적 많은 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