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읽는 임신출산책 - MBC 한준호 아나운서의 임신 출산 육아 노트
한준호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1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빠가 읽는 임신출산책> 남편에게 선물한 책이다.  남편의 아내가 첫 아기를 가진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선물한 책이다.  그런데 남편에게 건네기 전 내가 먼저 읽었다.  남편이 읽어도 좋을지, 임신한 나를 잘 이해해줄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반적인 임신출산육아에 관한 여느 책들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같은 남자가 썼다는 것이 그들에게(?) 조금의 공감대를 형성해주지 않을까 싶다.

  저자인 아나운서 한준호는 현재 두 아이의 아빠이고 한 아기가 곧 태어날 예정이다.  요즘같은 저출산 시대에 세 아이의 아빠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맞벌이 부부에게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저자와 그의 아내는 맞벌이부부다.  방송국 일을 열심히 해가며 살아가는 두 아이의 아빠이자 또 한 아이의 아빠가 될 젊은 남자는 세간의 주목을 받을만한 것 같다.  그리고 그에게 출판사는 임신출산기를 제의해고 이러저러한 과정을 지나 이 책이 출간되었을 것이다.  지금쯤 아내는 셋째 아이를 출산했겠지.

  첫 아이를 가진다는 것, 한 남자의 아내인 내게는 정말 가슴 설레고 벅찬 일이다.  남편 또한 다르지 않으리라.  남편은 내가 임신한 것을 알고 내가 보는 임신과 출산와 관한 책을 종종 옆에서 같이 보곤 한다.  그리고 태교동화책은 그의 전담이다.  그런 그에게 '나의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의 과정들을 소개해줄 만한 남편을 위한 책, 어디 없을까' 찾다 이 책을 발견했다.  내용은 앞서 말한것처럼 평이하다.  아니, 임신과 출산에 관해 이리 듣고 저리 듣고 몇 권의 책을 접한 내게는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여자보다는 임신과 출산의 전 과정에 대해 잘 모를 남자에게는 부담 없이 읽을 좋은 책인 것 같다.

  단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다.  나는 유명인들의 자서전과 에세이같은 책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들에게는 인간 아무개보다는 회장 아무개, 방송인 아무개, 정치인 아무개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들의 평범하지 않은 직업이 그 자신보다 더욱 드러나는 글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그런 점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임신출산에 관한 에세이 형식의 정보서인 이 책에 아나운서 한준호의 프로필식의 사진에 여러 면을 할애했다.  임신출산과는 전혀 통할 것이 없어 보이는 사진들.  그저 멋진 남자의 모습이 이 책에 왜 필요했을까?  아니 이런 사진들보다는 이 책의 주제인 임신, 출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진이 어땠을까?  아내와 병원 다녀와 함께 찍은 사진이라던지, 육아로 밤새워 부스스한 모습의 저자의 모습이라던지, 가족 간의 행복하고 화목한 모습을 담은 사진이라던지.  그러나 흰 와이셔츠에 반듯하게 맨 넥타이 차림의 사진은 도무지 왜 있는것인지 알기가 힘들었다.  여성을 위한 책이라면 '아, 정말 이 남자 멋지군' 하고 여심이라도 울려 볼 심산이라 짐작해볼 수도 있겠지만 아내가 임신을 했고 임신과 출산에 대해 어떻게든 알고 돕고 싶은 남편들에게 멋진 아나운서 저자의 프로필 사진이 어떤 감회를 줄까?  혹 모르지.  '아, 이 남자 정말 멋지네' 하며 남심이라도 흔들어 보려 했던 것인지. 

  그리고 간접적인 광고들을 눈치채지 않을 수 없었다.  글과 함께 작게 들어간 이미지들.  그 아래 그것이 어떤 동화책이며 어떤 젖병이며 어떤 회사의 임테기이며 어떤 회사의 출산용품인지 표기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상품을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소비자에게 상품 선택에 길라잡이가 되어주려는 의도라면 지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전혀 그런 의도는 아니다.  글의 내용에 맞게 자그맣게 들어간 이미지에 직접적으로 특정 회사의 상품 사진과 상품명을 적어둔 것이 내게는 못마땅했다.  이 책의 의도가 좀 더 순수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혹자는 '그냥 그러려니 하면되지 뭘 그리 까칠하게 보나?'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임신한 아내를 둔 아빠들을 위한 책이라면 정말 그들을 도우려는 순수한 마음과 진솔함으로 가득한 책이길 바랐다.  그러나 이곳  곳 자신을 PR 하기 위해서건 상품을 PR하기 위해서건 그런 쪽에 에너지를 쏟았다는 것이, 솔직히, 아쉬웠다.  그래, 그냥 아쉬웠다.

  그러나 분명 이 책은 남편에게 임신한 아내와 아가를 위해 전에 알지 못했던 정보들을 선배 아빠의 목소리로 조근조근 들려줄 것이다.  지금도 임신한 내게 너무나 잘하는 내 남편이지만 이 책은 내 남편에게 무조건 잘하는 남편보다 똑똑하게 알고 나와 내 뱃속 아가를 위해 잘하는 남편으로 끌어주리라고 믿는다.  그리고 세상에 하나뿐인 그의 아내가 임신을 했고 세상에 하나뿐인(현재까지는) 주니어를 맞게 되었으니 임신출산에 관한 책 한 권은 읽어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 처음이라는 설렘에 몇 배나 더 새롭고 신비한 그 기분을 누리고 있을 지금, 멋진 아빠가 되기 위한 준비를 같이 해나갔으면 좋겠다.  내가 건넨 책을 즐겁게 받아든 남편이 참 고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