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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뱃속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 - 2009년 3월 고도원의 아침편지 추천도서
이케가와 아키라 지음, 김경옥 옮김 / 샨티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우연히 '태아가 뱃속 일을 기억한다'는 믿지 못할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책이라기에 망설임 없이 읽게 된 책이다. 정말 믿을 수가 없다. 태아기 시절을 기억한다니. 한 번도 그러리라고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 또한 태아기를 기억하지 못하니 더욱 그랬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 태아들이 엄마 뱃속에서의 느낌과 소리, 분위기, 출생의 순간을 기억하고 있는 많은 아이들의 출생 후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었다. 그 모든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분명 아닐게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태아기를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이유야 모르지만 어른과 비슷한 게 아닐까? 어떤 상황을 공유한 몇 사람 중에서도 그 일을 어제 일처럼 잘 기억하는 사람이 있고 반면 "우리가 그랬냐?" 하는 사람이 있듯이 말이다.
그런데 태아가 기억을 한다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냥 '그렇구나' 하면 되는 것일까? 태아에게 좋은 기억과 뱃속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 모든 엄마의 마음일 것이다. 무엇보다 임신을 하면 호르몬 때문이라고 하듯 임산부의 몸은 평소보다 더 피곤하고 노곤해진다. 속도 불편하고 소화도 잘 안 되고 짜증이 나기 일쑤다. 물론 원하던 생명을 잉태했다면 그 하루하루는 의심할 여지 없이 기쁨이지만 육체는 전과 달리 지친다. 아무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고 그것이 여자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고 그것이 생명이라면 이 정도 피곤치 않다는 것이 당연할게다. 그렇지만 임신과 그로 인한 신체의 변화와 증상들을 기쁨으로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왜냐면 이 모든 것들을 태아는 느끼고 반응하고 있음을 넘어 그것들을 기억하기까지 한다니 말이다.
뱃속 태명을 기억하는 아이, 분만의 과정을 기억하는 아이, 아빠가 즐겨부르는 노래를 기억하는 아이, 엄마가 자신을 가져 즐겨 먹던 음식을 좋아하는 아이.... 이런 기억들을 갖고 있는 아이의 기억이란 참으로 신비하다. 이제는 아기는 더이상 아무것도 모르는 그저 미완성한 인간으로 치부되지 않는다. 그들의 표현을 성인의 눈과 귀로 확인하고 식별할 수 없을 뿐이지 어른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욱 정교한 아기들에 대한 연구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서양과 달리 태어나면서부터 한 살이다. 요즘은 서양식이 만연해 모든 육아서에도 '생후 몇개월' 이라고 표기하고 있지만 생명이 잉태되면서부터 그 생명을 인간으로 존중하고 나이를 꼽았다는 우리 조상의 혜안은 참으로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우리는 이미 인간으로 존재하는 태아에게 부모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더욱 좋은 기억과 경험을 간직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혹자는 '뭘 그렇게 유난떨어. 태어나서부터 해도 충분해' 할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임산부의 마음가짐, 섭취하는 음식, 건강상태와 같이 거의 모든 것이 태아와 연결되어 있고 공유되고 있다면 분명 자신을 더욱 가다듬기에 신경을 써야 할 것같다.
이 책을 뱃속 기억에 대한 아이들의 이야기에 대한 것을 기대했으니만큼 모든 내용이 이런 신비한 현상에 대한 기록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뱃속 기억에 대한 부분이 일부 그리고 출산 후의 여러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좀 더 많은 뱃속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했기에 급하게 끝나 버리는 뱃속 기억에 대한 일화들은 아쉬웠다. 그러나 전에 없던 태아기 기억에 대한 부분을 다루었다는 것만으로도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었다.
나중 우리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면 나는 꼭 잊지 말고 넌지시 뱃속 경험에 대해 물어볼테타. 엄마의 뱃속에서의 평온하고 안락한 기억을 갖고 있는 많은 아이들처럼 '정말 행복했어' 라고 말해준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아가가 기억을 하건 못하건 그것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나는 나를 위해서라도 한껏 행복할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