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보편집장을 하는 U형, 프린랜서 북디자이너 S형, 편집자 Y여사와의 술자리.

딱히 출판계 인력들이 모이자는 건 아니었는데 모여보니 그꼴.

'글 못 쓰는 데 성격 더러운 작가'와 '글 잘 쓰는데 성격 더러운 작가' 중

어느쪽이 더 피곤한가에 대해 오향장육과 쇠고기탕수육을 씹으며 고량주를 2병 비우다.

그리고 코캐인에서 편집자가 어떻게 디자이너에게 알랑방귀를 껴야 하는가에 대해

김을 씹으며 생맥주 몇 잔을 비우다.

두 명이 떠나고 두 명이 남아 보드카를 마시다가 프리랜서를 남기고 집에 돌아오는

택시를 타다. 택시 안에서 일본에 있는 작은섬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1시간 반 통화.

일본 전화요금이 얼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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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에 이어 조정래 선생의 <아리랑>이 100쇄를 넘겼다는 기사를 봤다.

경이로운 일이다.

그러나 그 작품이 그 경이에 값할 만한 것인지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리랑>을 읽으며 그 징글맞게 흡착된 민족주의에 나는 역겨움을 느꼈었다.

물론 이야기의 덩어리는 재미있다. 그래서 그 막대한 분량의 책을 파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내 티미한 눈길에 그러한 역사관이 담긴 책이 100쇄를 넘길만큼 대중의  사랑을 받아야만

하는 것인지 역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요코 이야기>에 분노하고 성토하는 이들과 <아리랑>에 환호하는 이들을 포개는 내가 싸가지없는 것이겠지.

그나저나, 며느리를 들이는 자리에서 조정래 선생이 <태백산맥> 10권을 안기며

원고지에 필사를 하라고 시켰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차피 니가 내 인세로 평생을 먹고살텐데 이 분량을 원고지에 쓰는 고통이 어떠한 것인지 알라 하면서.

그 며느리가 그걸 쓰면서 시아버님께 감사함을 느꼈는지, 징글맞은 노친네라고 저주를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걸 시키는 인간도 참 경이롭지만, 그런 짓을 시켰노라 자기 글에 떡하니

써놓았다는 데서 다시 한 번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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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1-30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읽어봐서 모르겠네요. 그런 작품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요.

한솔로 2007-01-30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그냥 얄궂은 야유입니다ㅎ

jedai2000 2007-01-30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야말로 경이롭네요. 필사를 시키려면 인세로 평생 먹고살 지 아들한테나 시킬 것이지...

한솔로 2007-01-30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 않았을까요? 위의 일화만 봐도 충분히 시킬만한 어른 같습니다만ㅎ
 

3년 만인 친구의 귀국과 연말 바람을 타고 소소하고도 빈번한, 내 의지는 30퍼센트 정도 작용한

술자리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고 일주일에 한두 번 꼴로 연초를 막아주다가

지난주 간만에 사흘 연속 술자리.

 

24일

구례 사는 선배부부의 서울 나들이.

언두에 잠깐 들렀다가(언두 연 이후 지금껏 3차례 방문하여 두 번은 발만 디디다)

코캐인에서 생맥주 여섯? 일곱? 잘 모르겠다.

여튼 국민대에서 미술을 공부하는 마이언니의 급작스런 등장 이후

내 맥주잔이 빌 때마다 나 대신 마이언니가 연신 주문하여 정확히 기억을 못하다.

마이언니는 이미 낮부터 꽤나 한 잔 한 기색.  한 잔 아니하였다한들

그 요란함, 호들갑스럼이 다를 리는 없었겠지만,

그날은 또 유달라, 함께 술을 마시던 모 형은 노홍철의 일본인 버전을 보는 느낌이라고 소회를 밝히셨다

(안타깝게도 마이언니는 노홍철을 몰랐다.

마이언니의 한국 코미디 시청은 딱 웃찾사, 그것도 리마리오까지).

그러다 갑자기 함께 온 재일동포 3세라는 스물다섯과 나를 소개팅 모드로 몰아넣다가

다음 기회에 간사이식 오코미야키 파티를 하자는 걸로 간신히 무마.

 

25일

종로3가 24시 종로설렁탕에서 수육과 육회에 소주 5병, 그리고 라커스에서 맥주 몇 병.

가격대비 훌륭하다는 소문이 난 종로설렁탕은, 가격만 착했고

육회는 가격이 비해서는 괜찮을지 몰라도 이미 그날의 네 명 중 세 명은 구례에서

이미 생육회를 맛 본 이후였다.

 

26일

필자와의 술자리.

역시 해물에 술먹고 나면 뭔가 탈이 난다.

해물탕, 해물찜에 세 명이서 소주 일고여덟 병 정도 마신 것까지는 기억.

그 다음 맥주집부터 거의 기억이 없고, 어느 순간 집에 와 있다.

 

 

다음주에도 벌써 술 약속이 세 건.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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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자신의 탄생을 신화화한다. 그것은 모든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성이다. 어떤 사람을 이해하고 싶은가? 그의 머리와 가슴, 영혼을 이해하고 싶은가? 그가 태어나던 순간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해라. 당신이 듣게 될 이야기는 진실이 아닌 한 편의 지어낸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편의 이야기보다 더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없다.
-5쪽

 

나의 불만은, 진실을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것이 아니라 진실 그 자체에 대한 것이지요. 지어낸 이야기와 비교했을 때, 진실이 우리에게 어떤 위안을 주던가요? 굴뚝 위에서 포효하는 곰처럼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밤, 진실이 도움이 되던가요? 침실 벽에 번개가 번쩍거리고 빗줄기가 그 긴 손가라으로 유리창을 두들릴 때는 또 어떤가요? 전혀 쓸모가 없지요. 오싹한 두려움이 침대 위에서 당신을 얼어붙게 만들 때, 살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앙상한 뼈다귀 같은 진실이 당신을 구하러 달려올 거라고 기대하진 않겠지요. 그럴 때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포동포동하게 살이 오른 이야기의 위안이지요. 거짓말이 주는 아늑함과 포근함 말이에요.
-14쪽


예의를 갖추기란 참으로 쉽지 않나? 특별한 재능이 필요치 않으니까. 다른 모든 것에서 실패했을 때 남아 있는 것이 선함이지.
-68쪽


인생은 회반죽이야. (… ) 조금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사실이 그래. 지금까지의 내 삶, 내가 경험한 모든 일들, 내게 일어난 모든 사건들, 내가 아는 모든 사람, 나의 모든 기억, 꿈, 환상, 내가 읽은 모든 것들. 그 모든 것이 그 반죽 속에 던져졌다네. 시간이 흘러 반죽이 발효했고 결국엔 검고 비옥한 거름이 된 거야. 세포의 분열과정을 거치면서 본래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지. 어떤 사람들을 그걸 상상력이라고 부르지. 나는 그것을 반죽이라고 생각한다네. 때때로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나는 그걸 그 거름 위에 심은 다음 기다리지. 나의 생각은, 한때는 생명이 있었던 그 검은 퇴비로부터 양분을 먹고 자라는 거야. 그리고 스스로 힘을 갖게 되면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지. 그러다가 어느 화창한 날, 난 하나의 이야기, 소설을 갖게 되는 거야.
-69~70쪽

 


다이안 세터필드의 <열세 번째 이야기>를 읽고 있다.
600쪽에 가까운 두께가 부담스럽게 하면서, 책을 펼친 순간 위와 같이, 과실의 생을 응축한 씨앗처럼 조밀하고도 단단한 진술이 어깨죽지에서 날개가 돋아 황홀한 비상으로 이끌 듯이 이야기 속으로 흡입시킨다.
그래, 이게 처녀작이란 말이지, 하고 반은 감탄하고, 반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나에게 <열세 번째 이야기>는 무슨 상관이람  하고 아랑곳않는다는 듯 도도하게 책상 위에서 놓여 있다.
알았어, 얼른 다 읽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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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01-28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요책 보관함에 있는데, 담번 장바구니에 들어갈 목록이에요. 2월쿠폰 받으면 질러야지.요. 헤헤 기대되네요

한솔로 2007-01-28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 다 못 읽었는데 지금까지는 아주 흡족스럽습니다.
 
소년, 세상을 만나다 카르페디엠 20
시게마츠 키요시 지음, 오유리 옮김 / 양철북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어떤 소년은 지금은 흔적도 남지 않는 오래 전 나를 추억시킨다.

이 소설 속의 소년이 사로잡히는 충동을 나는 안다.

느닷없이 터지기 직전 끓어오르는 폭력의 충동.

지금도 어쩜 그럴지도.

그러나 그것을 새삼 헤집어내기에는 이미 늙어버렸다.

그래서 별로 아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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