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쿠텐 북스 인터뷰(2005년 2월 17일자)
http://books.rakuten.co.jp/RBOOKS/pickup/interview/onda_r/
호쿠리쿠의 고도에서 일어난 대량살인사건. 범인은 자살하고, 사건은 해결되었다고 보였지만, 진상은 암흑 속으로. 사건으로부터 십수 년 후, 당시 소학생이었던 여성이 사건관계자의 증언을 정리해, <잊어버린 축제>라는 소설을 써서 베스트셀러가 된다. 다시 그로부터 십수 년의 세월이 지나, 다른 사람이 사건관계자에 대해 새로운 조사를 시작한다. 사건에서 살아남은 당시 중학생 맹인 미소녀를 중심으로, 하나의 사건이 관계자의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스릴 있게 그려진다.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내고, 이제 다음 작품을 더욱 기대하게 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온다 리쿠의 최신작 <유지나아>에 대해 들었다.
<유지니아>를 구상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세요.
원래 계기가 된 것은 힐러리 워(Hillary Waugh)라는 미스터리 작가의 <이 마을의 누군가가(A Death in a Town)>(쇼겐추리문고)라는 작품입니다. 미국에서 50~60년대에 경찰소설을 쓰던 작가가 쓴 소설입니다만, 여고생 살인사건에 대해 그 마을 사람들의 인터뷰만으로 구성하여, 꽤나 오래된 작품임에도 참신하고 재미있습니다. 인터뷰만으로 성립한 소설이라는 것도 재밌구나, 라고 느낀 건 처음이었어요. 그렇지만 <이 마을의 누군가가>는 리얼타임으로 수사 속 회화가 재미있는데, <유지니아>는 오래된 사건이기 때문에, 내내 일인칭으로 지속하면 평범해질 것 같아, 점차 복잡한 구성이 되어갔습니다.
<Q&A>도 인터뷰만으로만 구성되어 있지요.
그것은 J. G. 발라드의 <죽인다(Running Wild)>(도쿄쇼겐샤)라는 작품이 있는데, 거기서 착상을 얻었습니다. 이런 형식으로 쓰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에서 둘 다 마찬가지군요.
<유지니아>에서는, 한 사람의 증언을, 그 다음 사람의 증언이 깨나갑니다. 한 사건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해가면서, 진실의 형태도 달라 보입니다.
저에게 있어 이번의 테마는 그레이 존(gray zone)의 이야기. 경계선상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흑백이 뚜렷이 나뉘지 않습니다. 그 등장인물은 선한가 악한가,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알 수 없다, 라는 걸 쓰고 싶었습니다. 오직 그레이 존을 향해 전진한다라는 기조로 쓴 책입니다. 등장인물의 어떤 증언도 딱 들어맞지 않습니다. 불안감이 내내 가시지 않는, 그런 이야기였으면 했습니다.
미스터리라는 장르소설이라기보다는, 미스터리어스한 소설. 분위기에 빠져드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유지니아> 이전 <KADOKAWA미스터리>에 연재하던 것이 <도미노>(가도카와쇼텐)라는 코미디로, 그 밝고 긴장감 높은 이야기에 지쳐, 이번에는 어둡고 우울한 이야기를 해야지, 라면서 시작했습니다(웃음). 미스터리는 있지만, 진상을 위한 미스터리가 아닌 것을 쓰고 싶었습니다. 진상을 위해 복선이 깔려 있는 이야기는 싫다, 라고 생각이었죠. 해보니 어렵더군요. 라스트에는 이렇게 끝내도 되는 것일까 망설였습니다.
미스터리, 판타지, 청춘소설 등 온다 리쿠 씨는 여러 장르의 작품, 때로는 장르 믹스인 작품도 쓰시지요.
-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쓰자고 하다보면, 장르 믹스가 되어버립니다. 엔터테인먼트와 순문학의 경계가 애매해지듯, 이제는 다들 장르 믹스의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게 아닐까요. 일단은 이건 미스터리용, 이건 호러용, SF용이라고 생각하고는 있습니다만, 그닥 깊게 고민하지는 않아요. 모두들 월경소설이 되어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유지니아>에는 문장이 품은 향기로부터도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언제나 쓰다 보면 가속이 붙는데, 이번에는 좀처럼 가속이 안 붙어, 바닥을 기는 것 같았어요. 아마도 이야기의 내용의 템포와 일치 되서 그랬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 자신이 쓰면서도 재밌었고, 독특한 템포가 생긴 것 같습니다.
<유지니아>라는 타이틀은 미셸 페트루치아니(Michel Petrucciani)라는 피아니스트의 작품에서 따왔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99년 사망한 프랑스의 재즈 피아니스로 미국의 블루노트에서 데뷔한 인물이죠. 글라스 본(*온다 리쿠는 グラス・ボーン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아마도 glass bone으로 추측된다. 페트루치아니의 병명은 골형성부전증으로 알려져 있다)이라는 선천성 질환으로 뼈가 자라지 않아, 골절에 골절을 반복하여, 신체가 자라지 않았습니다만, 손만은 컸습니다. 마치 피아노를 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죠. 그 사람의 곡을 참 좋아하는데, <유지니아>라는 곡이 있습니다. 소설 내용과는 전혀 관계없습니다만.
유지니아라는 말은 소설 속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부여되어 있지요. 멋진 울림이 있는 말입니다.
분명 페트루치아니의 연인 이름이었을 것입니다.
온다 리쿠 씨는, 애초에 확실히 구성을 세우지 않은 채 쓰기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사실 대부분 그렇습니다.(웃음)
이번에는?
범인의 동기만을 정하고, 그에 맞춰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범행을 실행했는지, 주변에는 어떤 사람이 있었는지. 마구잡이였죠.(웃음)
PR용으로 릴리스 할 때는 <트윈픽스>가 인용되어 있었는데요, 어째서?
처음에는 <트윈 픽스> 같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편집자와 얘기했었죠. 우울하고 기분 나쁜 이야기.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이야기. 작년 <트윈 픽스> DVD 박스가 나와, 그냥 사고 말았는데요, 지방의 한적한 호텔에 머물러, 노트북으로 <트윈 픽스> DVD를 보는 걸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정말 하고 말았습니다.(웃음) 기분이 나빠서 마음에 들었습니다.(웃음)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병행해서 쓰고 있는 경우, 어떤 식으로 전환해서 "자 써보자!"라고 되는지요?
-그때까지 써온 것을 다시 읽어봅니다. 그게 제일 간단합니다.(웃음) 쓰기 시작하면 헷갈리는 경우는 거의 없지요. 병행해서 쓸 때면, 가능하면 분위기가 다른 것을 쓰자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소설과 섞이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마감에 맞춰서.
그렇죠. 마감에 맞춰 생활하고 있습니다. 마감의 노예지요.(웃음) 노예 주제에 제대로 일하지 않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만.(웃음)
하루의 생활 리듬은 어떤 느낌인지요?
-원고 넘기기까지가 낮이고, 원고를 넘기면 밤이죠.(웃음) 잘못하면 이틀간 낮이 계속되고, 하루 반 정도 밤이 계속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작년에 마흔이 됐는데 이런 생활을 해도 괜찮을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웃음)
지금 붙잡고 계신 일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선데이 마이니치>에 <초콜릿 코스모스>라는 소설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온다 리쿠판 <유리가면>입니다. 어떻게든 <쿠레나이텐뇨(紅天女, 유리가면에서 주인공들이 두고 싸우는 배역)까지는 가야할 텐데 말이죠.(웃음) 소설 이외에는 다음달 <In Pocket>에 연재했던, 최초의 장편 유머 에세이 <<공포의 보수>일기(『恐怖の報酬』日記)>(고단샤)가 나옵니다.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유머를 섞어가며 유쾌하게 인터뷰에 답해주셨던 온다 리쿠 씨. 그녀 소설 속 템포의 장점을 생각나게 하는 말투였다. 그러나 <유지니아>에는 이 템포의 장점과 또 다른 멜로디를 연주하는 장편소설이다. 온다 리쿠 씨의 캐리어 속에서 새로운 차원을 점하는 듯한 신경지다. 읽고 있는 사이, 흠뻑 이야기의 세계로 빠져들 것이라 보증한다. 필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