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도 와인맛 구별못한다

사회심리학 2007/05/22 08:28 posted by Rokea
 
 
공전의 와인붐이다. 와인 바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여기저기에 와인거리가 형성되고 있다. 또한 대형 할인마트는 물론, 아파트 주변의 슈퍼마켓에도 와인 코너가 들어서고 있을 정도로 와인은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오고 있다.

와인문화가 보급된다는 것에는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마셔대던 우리나라 주당들의 술문화를 바꾸어준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게다가 와인을 마시면 건강에도 좋다니 일석이조이다. 물론 적게 마실 때에 한한 이야기이다.

반면 남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우리의 버릇이 와인문화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와인을 맛이 아니라 브랜드와 가격으로 선택하는 속물근성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급 술에 집착하는 것은 맛이 좋아서일까? 아니면 비싼 것이 좋은 것이라는 단순한 속물근성 때문일까? 이러한 의문 아래 실시되었던 술맛 테스트가 이미 1985년에 있었다.


전문가도 위스키 맛을 구별 못했다


1985년 영국의 소비자 저널인 “휘치(which)"는  전문감정사(카너서, connoisseur)들을 대상으로 술맛을 구별하는 테스트를 실시했다. 테스트는 블렌드 위스키, 몰트 위스키, 꼬냑 등의 세 부문에서 이루어졌다. 브랜드가 가려진 채로 이루어진 테스트에 참가한 감정가들의 과제는 맛에 따라 고급 브랜드에서 저급브랜드 순으로 순위를 매기는 것이었다. 결과를 보자.

블렌드 위스키부분에서는 코옵(Co-op)이라는 생활협동조합에서 팔고 있는 싸구려 위스키가 쟁쟁한 브랜드를 누르고 1등을 차지했다. 몰트 위스키 부문에서는 체인스토어용 저가 제품인 센즈베리가 1등을 차지했고, 고급 브랜드 글렌피디히의 “킹”이 최하위를 기록했다. 꼬냑부문에서는 브랜드간의 차이가 비교적 적어 경쟁이 치열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체인스토어용 센즈베리가 선전을 해 고급 꼬냑의 대명사인 헤네시 그리고 꾸부와지에와 동점을 기록했다.


이 결과는 아마추어가 아니라 실제로 주류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감정사들에 의한 것이다. 이 결과를 본 스웨덴의 한 기자는 “위스키와 관련된 속물 근성과 비밀을 수많은 사람이 꿰뚫어버린다면 위스키업계는 도대체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의미심장한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이 뒤로는 맥주를 이용한 비슷한 실험이 이어졌다. 결과는 앞의 것들과 대동소이해, 결국 소비자들은 술의 맛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점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와인의 경우는 어떠할까?


자, 이제 와인이다. 와인이야 워낙 종류가 다양하고 또 사람들도 대개 맛을 구분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으니, 다른 술의 경우와는 다르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대단한 착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들조차도 맛을 전혀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프랑스의 Brochet의 2001년도 박사학위 논문에서 밝혀졌다. Brochet는  3가지 방법으로 과연 사람들이 와인 맛을 구분할 수 있는가를 검증했다. 검증방법이 대단히 치밀했다.


첫째, 그때까지 발표된 10만건 이상의 와인 전문가들의 와인 평을 수집해, 컴퓨터로 내용 분석했다. 여기에는 와인계의 그린스펀이라는 로버트 파커의 평도 9천개가 포함되어 있었다. 로버트 파커는 그의 평 하나로 제품 가격이 15%가 왔다갔다한다는 소리를 듣고 있을 정도로 와인업계의 거물이다. 두 번째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와인 맛을 테스트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와인 맛을 보고있을 때의 뇌를 MRI로 스캔하였다.


전문가들은 와인 맛을 구별 못했다


전문가들의 평을 내용분석한 결과, 그들의 평가는 일관성이 전혀 없었고 대단히 자의적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전문가를 대상으로한와인 맛 테스트 결과는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Brochet는 대단히 교묘한 방법으로 와인 맛 테스트를 실시했다. 훗날 일격을 맞았던 와인 전문가들이 이것은 사기라고 맹렬하게 비난을 퍼부었을 정도로 교묘했다.


그는 와인 전문가들에게 화이트 와인과 레드와인을 내놓았다. 와인을 맛 본 전문가들은 화이트와인을 "fresh", "dry", "honeyed",  레드와인을 "deep" "intense""spicy"이라고 평가했다.  화이트와인이나 레드와인을 평가할 때 사용되는 전형적인 단어들이었다. 한마디로 말해 맛이 틀리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사실 두 종류의 와인은 같은 화이트 와인이었다. 레드와인 처럼 보였던 것은 화이트와인을 식용색소로 물을 들여 빨갛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색소는 아무 맛도 나지 않는 것이어서 맛에 영향을 줄 수는 없었다.


다른 실험은 더욱 황당했다. 그는 중급 보르도 와인을 두 종류의 병에 담은 채로 52명의 전문가들에게 내놓았다. 하나는 최고급인 그랑크뤼(Grand Curu)급의 병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일반 수퍼마켓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싸구려 와인 병이었다. 물론 전문가들은 두 병의 내용물이 똑같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와인을 맛본 후 전문가들은 평가를 내렸다. 그랑크뤼 병에 담긴 와인은 “agreeable", "woody", "complex", "balanced and rounded"라는 최고의 평가를, 싸구려 와인병에 들은 와인은 ”weak", "short", "light", "faulty"라는 혹평을 내렸다. 40명의 전문가들은 싸구려 와인병에 들은 와인은 마실 만한 가치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단지 12명만이 싸구려 와인병에 들은 와인도 마실 만하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와인업계의 황제, 로버트 파커도 뻥쟁이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 작성한 Brochet의 박사학위 논문을 매스컴이 대서특필했다(여기에 얽힌 이야기가 있지만 너무 길어져 생략한다). 런던타임즈의 파리 특파원 Adam Sage기자는 “술 마시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의심해왔던 것을 이번 프랑스의 연구자가 입증시켜주었다”라며“전문가들도 우리만큼 모른다”는 기사를 송고했고, 같은 신문의 칼럼니스트 Kate Muir는 한술 더 뜬 칼럼을 발표했다. 그녀는 로버트 파커와 유럽에서 로버트 파커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이름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그들의 평가가 모두 뻥(baloney)이었다고 직격탄을 날려버린 것이다.


Brochet의 연구 이후에도 비슷한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실험들은 Brochet의 연구결과를 지지해주고 있었다. 결국 보통사람이나 전문가나 와인 맛을 구분 못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이야기가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와인 맛을 구별할 줄 아는 듯이 행동한다. 또 와인에 대해 일가견을 가진 듯이 말하는 사람도 쉽게 볼 수 있다.

와인에 관한 실험들을 본다면 사람이 와인 맛을 잘 구별 못하는 것은 분명한데도 사람들은 왜 이렇게 행동하는 것일까? 뻥을 치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그것은 바로 브랜드와 뇌 때문이다. 사람은 특정한 브랜드의 와인을 마시면 그러한 맛이 들 것이라고 기대하기 마련이고, 또 그러한 기대 대로 뇌가 반응해주는 것이다. 와인의 맛은 혀가 아니라 뇌가 보고 있었던 것이다.


Brochet는 한 인터뷰에서 인구의 2~3% 정도는 정말로 맛을 분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주위에서 와인 맛을 구별할 줄 안다는 사람들은 아마 이 2~3%에 속할지도 모를 일이다. 2~3%에 속할 자신이 없는 와인애호가들을 위해 해외의 양식있는 전문가들은 이렇게 조언하고 있다.

"당신이 마시는 와인에 관한 한 당신만이 유일한 전문가이다. 그리고 자신이 맛있다고 느끼는 와인이야말로 가장 좋은 와인이다. 누구의 말도 들을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출처 : 다음 블로거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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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 그런 거 업따.

 

 



요즘 발굴한 맥주 포엑스 라거. 하이네켄이나 크롬바커나 벡스나 버드아이스나 뭐 다 그저 그랬건만, 이 맥주엔 단번에 반해버렸습니다. 역시 저는 호가든처럼 색깔이 강한 류를 좋아하는 거 같습니다. 1878년부터 만들어진 퀸즐랜드의 공식맥주라 할 수 있는 포엑스 라거에는 사탕수수가 들어가 맥주의 쓴맛을 보정해주면서 특유의 톡 쏘는 맛을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먹어본 맥주 중에선 그 쏘는 맛이 가장 쎄서, 상당한 청량감을 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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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 2007-07-04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맥주 참 맛나게 생겼네요. 절대와인하니까 얼마전 스펀지에 나온 소믈리에를 디씨에서 패러디한 '신의 국물'이 생각나는군요(아마 신의 물방울을 패러디한 듯;) ㅎㅎ 님은 이미 보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저 실험은 저의 심증을 더욱 굳혀주는군요

iamX 2007-07-04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미하라와 지로, 유우코는 할 수 있어횻.

hallonin 2007-07-04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코로나를 마실 때마다 멕시코시티 한복판에서 총격전을 벌이고 있는 페넬로페 크루즈를 떠올리려고 하는데.... 잘 안되더군요.

우미하라나 지로는 저 선택된 3푸로라고 할지도....
 

음. 깔아두고 펼쳐나가고 하는 솜씨가 여전히 상당함. 막판에 또 하나 걸어놓은 복선 하나와 지뢰 하나.

 

아아, 연애란 지독하게 복잡한 거로구나.... 를 지론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라면 완벽하게 만족할 3권. "그러니 남자들은 여자를 멀리 하고 자위를 하는 게 낫습니다."

 

시작은 [돈이 울고있다]를 잇는 냉정한 기업사냥의 세계를 그려줄 것처럼 보였는데 뒤로 가니까 치정극 노선.... 뭐 어떻게 될라고 그러는 건지는 잘 모르겠고 간간이 어설펐던 게 안타까웠다.

 

[용오]나 나왔음 좋것음....

 

스토리를 임달영이 쓴 줄 알았음....

 

그저 그런 스릴러소설 읽으니 이거 읽는 게 훨씬 나음. 음모와 배신과 흑역사와 화학기호가 마구 뒤섞여서 만들어낸 하얀 알약에 대한 흥미진진한 기록.

 

고려시대에서부터 시작하는 기녀의 역사에 대한 연구. 반은 역사에서 골라낸 시대의 흐름에 대한 것이고 반은 문학에서 표현된 기녀에 대한 연구임. 다소 미시적인 감이 강함. 술렁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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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요즘 무슨 음악 듣고 계세요?

청자로 하여금 단번에 중세시대 스페인으로 날아가게 만드는 vox의 [from spain to spain]은 가톨릭과 이슬람 세력의 충돌과 융합이 일어나던 당대의 정서적, 정치적 풍경을 소리를 통해 그려낸다. 취하지 않았는데도 취하게 만드는, 과거이기 때문에 몽환의 힘을 빌려야 하는 어느 사라져버린 시간에 대한 꿈길을 걷는 것 같은 회고.

 

Paolo Frescura의 셀프 타이틀 앨범인 이 앨범을 얘기할 때마다 나오는 소리가 '퀄리티 대비 저평가'라는 평과 이보다 더 시대를 표현할 수는 없다고 웅변하는 듯한, 저 가수 본인의 촌스럽기 그지 없는 70년대풍 패션의 모든 요소들이 돋보이는 쟈켓사진이다. 그러나 정작 속으로 들어가면 포크발라드의 달콤한 감각을 물씬 풍기는 빠올로 프레스꾸라의 노래를 베이스로 때로는 웅장하기까지 한 클래시컬한 편곡이 돋보이는, 정말 퀄리티 대비 저평가 앨범이란 걸 알 수 있다. 전부터 눈독 들이고 있다가 이번에 입수.

 

시완레코드 앨범을 지르게 되는 동인은 해당앨범을 아마존에서 검색해봤을 때 결정적으로 작용하는데 일례로 저 vox의 앨범은 아마존에서 33달러.... 뭐 레이블이 레이블인지라 그 전에 자기가 원하는 음악인지 착실하게 확인해봐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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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닭살에 대하여

닭살은 어떠한 시청각적 완성품이 달리 고도의 노력이나 사고과정 없이 전형적인 클리셰를 기반으로 하여 설파하고자 하는 노골적인 의도를 어떠한 주저함도 없이 제시하는 걸 경험해야 할 때 발생한다.

 

2. [트랜스포머]는 근래에 본 것중 [300]과 맞먹을 정도로 닭살이었음.

 

3. 보다가 떠오른 영화가 발칸반도 분쟁에 대한 기이한 환상극이었던 [에너미라인스].

 

4. 뭐 습관처럼 영화 자체의 기대치를 최대한 낮추고 보긴 했는데, 이 영화의 진짜 문제는 PG-13을 처절하게 유지시키는 유치함이 아니라 애초에 제대로 짜진 거 같지가 않은 안이한 플롯과 내러티브. 도대체 저 인물은 저기서 왜 저렇게 뛰어다니느라 고생하고 있는 거지, 라는 의문을 쉴새 없이 들게 만들어 영화에 대한 해체주의적 시도를 실시간으로 수행하게 만드는 놀라운 플롯조직력을 보여준다.

 

5. iamx님의 지적대로 제작은 그렇다치더라도 내용에 있어서까지 완벽할 정도의 관군합작 결과물.

 

6. 뭐 내용적인 면은 저 모양이고. 일단 로봇들간의 격투씬만큼은 원없이, 질리도록 볼 수 있다. 나중에 가면 무감각해질 정도로. 액션씬에 있어서는 마이클 베이의 연출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데 특히 마지막 옵티머스와 메가트론의 대결은 무슨 생각으로 거리두기 촬영으로 찍었는지 모르겠음. 아마도 감독 자신도 그때쯤 되면 로봇들끼리 부딪히는 걸 지겨워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긴박감으로 따지면 제작자인 스필버그가 만든 [우주전쟁]이 그리워질 정도니까, 암튼 한장면 한장면 잘라놓으면 CF인데 뭉쳐놓으니 과포화 비만 상태.

 

7. 13살 이하라면 대부분 좋아할 듯. 아마도.

 

8. 건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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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2007-07-02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나중에는 이미 변신장면에도 질려버렸기에, 영화가 재미있어서보다는 어떤 신을 찍으면 저분이 조금이라도 얼마나 속살을 보여주실건가에 기대하며 화면에서 눈을떼지 못했다는 ㅋㅋ

hallonin 2007-07-03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랜스포머에 대한 지지와 반대의 갈림이 일어나면서 평론가와 관객의 격차 운운하는 얘기들도 있습니다만.... 글쎄요, 우리나라에 순수한 로봇매니아가 그리 많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기뻐해야 하는 건지.
 

 

살아오면서 내 말을 듣고선 내 말대로 그리 하겠다던 여자는 한 명도 없었네.

 

나는 기꺼이 독을 마시기로 결심했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찾던 독, 내가 거부할 수 없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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