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 순수하게 정치적 차원에서 아직도 진행중인 시위의 진로를 감탄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지난 주만 해도 시위는 갈 데까지 갈 정도로 격화되어 모든 상황은 곧 바닥날 연료통 기름과도 같은 운명으로 한창 달려가고 있었다. 거의 모두가 끝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의 모두가 지쳐 있었다.

이제 끝만 남았다고 생각하던 그 지점에서 정의구현사제단은 패러다임의 전환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것은 시위의 새로운 동력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시위를 기동시키는 모든 에너지를 근원으로 돌려놨다. 사람들은 보다 차분해지고, 보다 끈질겨질 수 있게 됐다. 많이 외로웠냐고, 그래서 자신들이 위로해주겠다는 말 한마디에.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이것은 썩 존경받긴 힘들겠지만 정치에 있어선 최고의 대가 중 한 명이었던 DJ가 파란만장했던 정치 인생을 통찰하면서 얻어낸 결론이다. 정치의 의도성, 순수성이란 기준은 모호하고 항상 유동되며 다분히 수용자 지향적이다. 그것은 정치란 것이 쇳덩어리를 설명할 때처럼 단순히 역학으로만 얘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인간이라는 생물에 대한 총체적인 직관에 의해서만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사제단의 이번 참여는 의도성, 비의도성과는 무관하게 탁월한 수준의 정치적 폭탄을 다시금 시위대의 가운데에 심어주게 되었다.

물론 한계는 있다. 다시 찾게된 비폭력 평화시위라는 타이틀은 실효성에 대한 의문에 끊임없이 도전받게 될 것이다. 당장은 가톨릭 교계 거시적 관점에서의 순작용 때문에 섣불리 움직이지 못할 지 모르겠지만 내부의 정치적 균열도 위험범위 안이다(바콩 등등).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적어도 미래에, 지금의 모습이 변질된다 하더라도 바로 지금 이 시점에서 그들이 얻어낸 정치적 가치는 이 이상 얻어낼 수가 없는 순도의 것이라는 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http://passionate.b.ribbon.to/onamas1.htm

 

1. 가는 동네마다 오나마스 얘기뿐임. 어째 그런 데만 가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2. 냉정하게 이성을 가진 사람이 생각한다면 웃기지도 않는 스케일 속에서 갖은 폼은 다 잴려고 하는 황망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 만화가 가진 덕후(외 다수) 대상의 정서적 흡착력은 바로 그 망상적인 캐릭터가 보여주는 음침한 인간형다운 것에 대한 동질성에서 비롯된다(그러니까 이 이야기가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건 작용의 당위성 때문이라기보다는 망상과 불협화음적인 감정 상태에 대한 세심한 묘사에 의해서다). 같은 반 여자아이에 대한 망상을 키워 여자화장실에서 몰래 자위를 하는 일과를 가지고 있는 쿠로사와는 장소와 행위가 동시에 보여주는 협소하고 저열한 수준이 자가당착에 가까운 자신감과 언밸런스한 조화를 일으키며, 그 상충하는 작용들의 전시가 쿠로사와의 행위에 대한 해체 작용을 무의식적으로 불러온다. 그런 전제하에 소극적인 행동의식을 수반하는 망상과 기분파적인 공명의식과 적당히 자극적인 소재, 그리고 찌질함으로 파생된 음침한 이의 의식이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준의 지평이라는 요소들은 이야기의 전개와 대전환부에 대한 설득력을 유지해준다. 그러니까 이것은 의외로 '적절한' 의식 수준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다.

3. 캐릭터의 성격을 잡아내는 수준은 전반적으로 고르게 훌륭한 편. 캐릭터에 대한 명확한 포착과 드라마적 황금율에 가까운 비율 배치는 이 만화의 강점. 츤데레만 빼면. 아니 어쩌면 츤데레조차.

4. 추가로 도중에 발작성 발기현상에 시달리는 주인공을 보여주는 것은 뭐. 보여줄 게 없는 주인공에 대한 나름대로 극적인 현상 장치였는 듯.

5. 에바 이후로 일본 서브컬쳐 전통의 화두가 되어버린 닫힌 세계의 탈피, 열린 세계와의 적극적 접촉이란 주제를 견지함에 있어 여기서도 같은 종류의 반복을 보여주지만, 캐릭터 배치는 다소 다르다. 마이너한 이들의 응집주체인 나카오카는 오타쿠 문화의 어떤 적극적 행동양식과 집단화 의식을 대변한다. 쿠로사와와 키타하라는 그런 마이너한 취미 체제에조차 편입되지 못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작중에서 계속 마이너의 마이너를 지향한다.

6. NTR은 역시 마인드 임팩트에 효과가 좋음.

7. 츤데레가 승리한다, 라는 명백한 트렌드 쫓음은 비판의 여지가 있겠지만 뭐 그리 상관없어.

8. 작화적으론 연출 능력은 탁월한데 기본기는 좀 더 다듬어야 한다는 생각. 한마디로 작가가 덕구 출신.

9. 딸딸이를 소재로 인간 구원의 문제를 담아낸다는 건 그 조합만 보면 도저히 무리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 어떻게든 해낸 작가(들)를 보면 재주가 좋긴 하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미고자라드 2008-07-02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기스텔은 여신

hallonin 2008-07-02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됐고 뎀프시롤!!

ㅎㅎㅎ 2012-06-23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ㅎㅎㅎㅎ 재밌게 읽었습니다 리뷰
 

두 명의 단호함. 한 명의 모호함.

 

"흥. 그런 게 어딨어. 그냥 지나고 나면 그래도 그 때는 지금보단 행복했었구나, 생각할 뿐이지. 막상 그때는 느끼지도 못하는 거겠고."

"저는 매일매일이 행복합니다. 한달 동안 30만원 벌고선 300만원을 써버린 일도, 집을 세 번이나 팔아치웠어도, 어찌되었든 자신이 원하고 선택하며 살아가니까요."

"행복이 뭔지 몰라서, 말할 수가 없어. 나에겐 그 개념을 잡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걸.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I used to rule the world
Seas would rise when I gave the word
Now in the morning I sweep alone
Sweep the streets I used to own

I used to roll the dice
Feel the fear in my enemy's eyes
Listen as the crowd would sing:
"Now the old king is dead! Long live the king!"
One minute I held the key
Next the walls were closed on me
And I discovered that my castles stand
Upon pillars of salt, and pillars of sand

I hear Jerusalem bells are ringing
Roman calvary choirs are singing
Be my mirror my sword and shield
My missionaries in a foreign field
For some reason I can't explain
Once you know there was never, never an honest word
That was when I ruled the world 


It was the wicked and wild wind
Blew down the doors to let me in
Shattered windows and the sound of drums
People couldn't believe what I'd become
Revolutionaries wait
For my head on a silver plate
Just a puppet on a lonely string
Oh who would ever want to be king?

I hear Jerusalem bells are ringing
Roman calvary choirs are singing
Be my mirror my sword and shield
My missionaries in a foreign field
For some reason I can't explain
I know Saint Peter will call my name
Never an honest word
But that was when I ruled the world


Hear Jerusalem bells are ringing
Roman calvary choirs are singing
Be my mirror my sword and shield
My missionaries in a foreign field
For some reason I can't explain
I know Saint Peter will call my name
Never an honest word
But that was when I ruled the world

 

왕이여.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배가본드 2008-07-10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킹왕.zzang.
 

이제 더이상 광화문에서 비폭력이란 구호는 힘이 제법 줄어들 성 싶다. 물론 명분으로서의 간판은 당분간 지속될 듯싶고 저쪽과의 차별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면 힘은 붙겠지만 흐름이 본격화되면 많이 사라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 자리에 들어서게 되는 것은 거친 본능과 목적성. 오늘밤으로 명분도, 반작용도 비로소 완연하게 준비되었다. 이제 진탕에서 같이 구르며 물어뜯길 거부하지 않는 개가 되고자 하는 이들이 부쩍 늘어났으리라.

 

시간이 걸렸지만 수순이란 건 항상 시간과 작용이 필요한 법이니. 처음부터 나댔던 이들이 지지 받지 못했던 것은 당연하다. 그땐 아직 명분이 부족했다. 그래서 행동주의자들에겐 한숨과 조바심을, 회의주의자들에겐 냉소와 비아냥을, 정부에겐 공권력의 정당함과 언론플레이의 먹잇감을 소급하는 작용 이상이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정말 어쩔 수 없이, 대상에 대한 맹목적 악의를 가지지 않은 이의 입장에서 서서 고려해봐도 지금껏 이뤄진 그 모든 꼬이고 꼬인 과정에 대한 해결책으로써의 답은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미국조차도 그리 인정했다. 그리고 그 실질적 증거는 수많은 변명과 시간끌기와 도루묵으로 드러내보여졌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그 방법의 과격함에 설마 그렇게까지야, 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하루동안 그 설마라는 우려를 메꿀 수도 있는 일말의 조각들이 던져졌다. 아주 비주얼적으로.

 

이상하지만 역사적 선례로 보아선 자연스럽게도, 이 흐름을 이끄는 주체는 일종의 자폭행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해하기 힘들기에 그 자리엔 마지막에 본능과 힘의 대립이 남게 되기 마련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