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usic.bugs.co.kr/Info/album.asp?cat=Base&menu=m&Album=6094

월드컵이라는 국가적 이벤트로 인해 점점 달아오르고 있던 2002년에 이들은 인생의 애환과 부드러운 치유를 담은 노래들을 들고 중견가수들의 불모지처럼 되어있던 메인스트림으로 6년만에 귀환했다. 거의 모두가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보는 것처럼 느꼈던 이 오래된 밴드의 난데없는 복귀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대성공과 더불어 정력적으로 몰아부친 라이브공연들로 한국땅에서 블루스-퓨전재즈 계보의 한복판을 관통하는 정통파 밴드의 지위를 재확인시켜준 결과를 가져왔다. 구수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법한 정감이 머무르는 특유의 '한국적 퓨전재즈' 트랙들과 흘러온 세월이 느껴지는 불은 몸에 딱 달라붙는 쫄티를 입고 무대 위에 선 옛아우라의 당당한 챠트 진입은 감개무량한 기분을 느끼게도 만들었거니와 시간을 거스르는 이들에 대한 보편적인 질투심도 같이 불러왔고 아울러 이들이 거둔 그 모든 성과들과 더불어 노래가 가지는 위안의 힘에 깊이 탄복했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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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5-08-19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 문장. -_-

hallonin 2005-08-19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전혀 의도한 게 아녔는데-_-
 

음악계를 보면 죽어서도 돈버느라 바쁜 인물들을 상당수 볼 수 있는데 그 지위가 엘비스나 비틀즈와 비스무리한 클래식계의 대표로선 글렌 굴드를 꼽을 수 있으리라. 특히나 그가 녹음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굴드붐과 함께 다양한 컨셉과 추가사항과 때되면 얼추 비슷한 기념의의을 붙여 계속 나오는지라 가히 골드베르크 시리즈를 만들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이 앨범은 거기에 녹음 50주년 기념이란 딱지가 붙었다.

처음 굴드의 골드베르크는 80년 연주반으로 경험했기 때문에 55년에 연주된 이 앨범이 보여준 파격성은 미리 짐작은 하고 있었던 터였지만 그래도 자극이 쎈 편이었다. 이 연주를 거치는 동안 굴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가 하는 의문을 지우지 못하게 만드는 속도감은 미셸 슈나이더의 책에서 밝혀진 것처럼 저 유명한 쟈켓 사진과 더불어 굴드 자신에 의해서 충분하게 계산된 결과인 것으로 거기에 어느 천재 예술가의 광기 넘치는 쾌속 질주 같은 걸 생각하는 건 오산. 하지만 그런 연출의 결과가 50년이 지난 다음에도 같은 앨범에 대한 끌리는 유혹을 참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건 그의 연주와 방법론이 여전히 통용 가능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바이리라.

친구에게 선물로 부탁해놓은 이 물건이 도착했다. 내용물은 발매 당시의 쟈켓디자인을 그대로 옮긴 시디케이스와 블랙시디에 LP의 오리지날 디자인을 그대로 새겨넣음으로써 고풍스럽고 단단한 느낌을 살린 시디 한 장, 앨범을 소개하는 한장짜리 팜플렛과 160페이지 짜리 하드커버 포켓북이다. 책 안엔 글렌 굴드의 에세이들과 그에 대한 첨삭설명, 앨범 프러듀서인 하워드 스콧과의 인터뷰가 다수의 사진들과 함께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로 수록되어 있다. 앨범 본편은 24비트 리마스터링이라는 설명처럼 아날로그의 잡티는 털끝만큼도 안 들리며.... 뭐 달리 할 말 있겠는가. 글렌 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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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7 2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llonin 2005-08-18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덕이죠. 허허허....
 

http://nakoopa.cafe24.com/

이애림 얘길 쓰다보니 생각나서. 그 예전, 동인지계의 스타였던 양반이 요즘은 게임개발자가 된 모양. 가슴만 나와도 18금이라고 위험하다고 비명을 질러대던 그 시절에 비하여 지금은 유두에 거웃까지 대놓고 드러내는 걸 보자니 그가 맡았던 에로게임 일러스트의 어설픈 색감도 다시 떠오르곤 하는 바, 확실히 감개무량. 시간은 이렇게 흘러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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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usic.bugs.co.kr/Info/album.asp?cat=Base&menu=m&Album=23578

파비오 비온디가 에우로파 갈란테를 이끌고 비발디 필사본에 대한 해석을 바탕으로 녹음한 [사계]가 100만장을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가디너의 정격연주와 함께 기존의 클래식 해석에 대한 통렬한 일격을 가한 것이 어언 1992년. 연례행사로 내한공연을 하던 이무지치의 말랑말랑한 연주만 들으며 지내던 나로선 파비오 비온디의 [사계]를 듣고 폭풍 같은 충격에 휩싸였다.... 는 것은 물론 뻥이고. 상당히 새롭게 다가왔던 것만은 사실. 역시나 이무지치의 연주로 [조화에의 영감]을 가지고 있던 나로선 파비오 비온디가 여기서 보여주는 정격연주의 성김과 강렬함이 흡사 이탈리아 고음악이라는 피자 속에 군데군데 뿌려진 타바스코 소스맛을 느끼게 해줌이라. 2for1 시디로 발매됐다는 걸 확인한 순간부터 발이 부르트도록 종로쪽 음반도매상과 황학동 중고상을 뒤져다니다가 겨우 발견한 이무지치의 [조화에의 영감]을 쉽게 버리기란 말도 안되는 일이고, 파비오 비온디의 연주 또한 근간 발견한 청각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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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5-08-17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파비오 비온디가 작년 2월에 내한공연을 했다는 걸 얼마전에 알고 원통해했던 일이 생각나는군요. 쩝.

hallonin 2005-08-17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고도 못갔던 사람입니다-_- 으....

2005-08-17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llonin 2005-08-17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이 없어서...-_-
 

1995년에,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에 제1회 씨카프가 열렸을 때, 초사이어인 [붉은매]와 때깔부터 헝그리했던 [헝그리 베스트5]와 일본 애니메이션 [홍길동]이 사이좋게 망가지면서 나오던 시기에, 정말 볼 것 없었던 코엑스내 씨카프 행사장에서 내 눈을 사로 잡았던 건 딱 두가지였다. 하나는 고단샤 부스에 비치된 16인치 텔레비전에서 틀어주던 공각기동대 프로모션 영상이었고 하나는 동아리쪽 어딘가 부스에서 스쳐지나가듯 보게됐던 이애림의 일러스트들. 난 그녀의 그림들에서 [크리스마스 전야의 악몽]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매혹을 느낄 수 있었고 이후, 그녀는 나인에서 [say anything]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0년에 그녀의 초기 단편들과 나인 연재분을 모아 [short story]를 펴내게 된다.


내가 처음 팀버튼의 자장 안에서 그녀를 봤던 것은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오산이었다. 둘다 기괴하고 음산한 세계를 다루고 있지만 이애림의 세계는 팀버튼에게서 볼 수 없는 여성적 가혹함이 충만하다. 팀버튼이 동화적이고 흑백의 스타일을 선호하는 반면 이애림은 고어적이고 붉은색을 선호한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녀의 만화에선 피와 폭력, 살인과 식인이 줄기차게 등장한다. 뚱뚱하거나 비쩍 말랐고 기괴하게 강조된 눈과 이빨, 입술들, 축쳐진 가슴과 튀어나온 뼉다구들을 강조하는 인물들. 그녀의 작품에서 나오는 여성들은 대부분 기괴하고 소심하고 잔인하고 못생겼다. 병적인 기운을 물씬 뿜어내는 그녀들은 남자를 사냥하거나 사냥 당하거나 외계인 왕자를 기다리거나 괴물들과 우정을 나눈다. 그러나 그런 기괴함과 폭력 속에서도 차차 일러스트에 더 익숙해져가는 그녀의 작법이 만들어내는 연출은 옛동화를 처음 듣는 아이들을 위한 태도와 공유되는 다소 유치한 설명조를 포함하는 부정형의 양상을 보여준다. 아주 확실한 마이너 정서. 하지만 이것이 이애림이란 작가의 정서와 정체성을 확고하게 매겨줬다. 한 번 보면 쉽게 잊기 힘든 독특하고 강렬한 스타일의 그림으로 그려진 이 기괴한 이야기들로 제 3회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했으니.


그녀의 이야기들은 대부분 그녀 자신이 꾸는 악몽에서 기원한다고 한다. 필름 2.0과의 인터뷰에 의하면 그녀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매일밤 악몽에 시달렸고 그 악몽을 형상화한 게 만화로 나온 거라고. 그래서인지 역동적이고 나름의 발랄한 상상력에 기반한 초기작과 딴판으로 현재의 일러스트 스타일이 확정된 때부터의 그녀의 만화들은 몽환적이고 동화적인 세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필름2.0이라. 왜 영화잡지가 그녀를 인터뷰했냐하면, 이제 그녀는 만화쪽은 접고 영화판의 환쟁이가 됐기 때문.

인터뷰 본문.
http://www.film2.co.kr/feature/feature_final.asp?mkey=3013


사실 만화 자체적으로 가늠하기에 이 단편집에 실린 만화들은 대부분 일러스트적 경향이 워낙 강해서 만화적 퀄리티로 따지면 그 수준이 들쑥날쑥한 편이다. 하지만 기괴한 몽상이 만들어낸 한국만화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스타일을 개척한 결과는 그 추하고 어두우며 잔인한 인상들에도 불구하고 흔히 그런 위험하지만 유혹적이었던 이미지들이 그랬던 것처럼 당연하게도 보는 이를 매혹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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