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를 보면 죽어서도 돈버느라 바쁜 인물들을 상당수 볼 수 있는데 그 지위가 엘비스나 비틀즈와 비스무리한 클래식계의 대표로선 글렌 굴드를 꼽을 수 있으리라. 특히나 그가 녹음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굴드붐과 함께 다양한 컨셉과 추가사항과 때되면 얼추 비슷한 기념의의을 붙여 계속 나오는지라 가히 골드베르크 시리즈를 만들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이 앨범은 거기에 녹음 50주년 기념이란 딱지가 붙었다.

처음 굴드의 골드베르크는 80년 연주반으로 경험했기 때문에 55년에 연주된 이 앨범이 보여준 파격성은 미리 짐작은 하고 있었던 터였지만 그래도 자극이 쎈 편이었다. 이 연주를 거치는 동안 굴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가 하는 의문을 지우지 못하게 만드는 속도감은 미셸 슈나이더의 책에서 밝혀진 것처럼 저 유명한 쟈켓 사진과 더불어 굴드 자신에 의해서 충분하게 계산된 결과인 것으로 거기에 어느 천재 예술가의 광기 넘치는 쾌속 질주 같은 걸 생각하는 건 오산. 하지만 그런 연출의 결과가 50년이 지난 다음에도 같은 앨범에 대한 끌리는 유혹을 참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건 그의 연주와 방법론이 여전히 통용 가능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바이리라.

친구에게 선물로 부탁해놓은 이 물건이 도착했다. 내용물은 발매 당시의 쟈켓디자인을 그대로 옮긴 시디케이스와 블랙시디에 LP의 오리지날 디자인을 그대로 새겨넣음으로써 고풍스럽고 단단한 느낌을 살린 시디 한 장, 앨범을 소개하는 한장짜리 팜플렛과 160페이지 짜리 하드커버 포켓북이다. 책 안엔 글렌 굴드의 에세이들과 그에 대한 첨삭설명, 앨범 프러듀서인 하워드 스콧과의 인터뷰가 다수의 사진들과 함께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로 수록되어 있다. 앨범 본편은 24비트 리마스터링이라는 설명처럼 아날로그의 잡티는 털끝만큼도 안 들리며.... 뭐 달리 할 말 있겠는가. 글렌 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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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7 2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llonin 2005-08-18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덕이죠. 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