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pinkfloyd.co.uk

얼마 전에 열렸던 라이브 에이드 공연에서 데이빗 길모어와 로저 워터스 사이의 화해를 통해 무려 20여년만에 재결합에 성공한 핑크 플로이드의 공식 홈페이지. 가장 흥미로운 echoes 카테고리는 각 앨범마다 동영상과 대표곡 듣기, 밴드 코멘트 등등을 달아놓는 서플먼트적 성격을 띄고 있으며 그외의 카테고리도 동영상과 아트워크로 가득 채워진 생각외로 상당히 풍요로운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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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lonin 2005-12-04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겹다고 느끼다가도 다시 들으면 신선하게 들려오고, 희안한 할배들이죠. 흘흘.

hallonin 2005-12-04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울어본지 꽤 오래되서-_- 점점 사람이 매너리티하게 무감해진다는 걸 느낍니다. 이 상황에서 얼른 탈출해야 할텐데 말이죠....

hallonin 2005-12-05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 흐름이 좀 원만했으면 좋겠군요. 헐헐....
 



실은 일전에 불타는 파리 포스팅을 올릴 때 이걸 우스개로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어느 틈에 지나간 사안이 되버렸으니 그냥 넘기고. 아무튼 후지시마 쿄스케의 짭잘한 용돈벌이이자 잔뜩 왜곡된 20세기 초반의 파리를 배경으로 일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프랑스 여인네들의 활약이 펼쳐지는 [사쿠라대전3 -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 그 싱글 앨범입니다. 1번 트랙은 게임의 오프닝인 御旗のもとに, 2번 트랙은 花の巴里, 3, 4번 트랙은 전통을 따르는 가라오케버전이죠. 낯뜨거운 가사를 참아 넘길 수 있다면 꽤 즐거운 곡들입니다. 여느 애니메이션, 게임 주제가들이 그렇듯 말이죠-_-

개인적으론 드림캐스트로 나온 이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 애니메이션 오프닝이 보여주는 박력이 상당히 맘에 들었었습니다. 요즘 갑자기 생각나서 한창 듣고 있는 중. 御旗のもとに는 태영노래방 기계에 들어가 있다더군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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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5-12-04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벨 에포크가 저는 좋아욧!! >.< ㅋㅋㅋ 전 오늘 아침에 느닷없이 사쿠라 대전에 나오는 유메노 츠즈키 계속 들었어요. 쿵작쿵작 ㅋㅋㅋ

hallonin 2005-12-04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시대라, 확실히 그 분위기만큼은 싸악 뽑아냈죠. 요즘 일본에서 벌어지는 이벤트들을 보면, 그 나라는 이제 메이드도 당당한 자국의 문화 중 하나에 위치시킨 모양입니다-_- 일본이란 국가 자체를 포스트모더니즘 텍스트 차원에서 시도한 연구가 전혀 이상한 게 아니라니깐요. 헐헐.
 

60년대에 진보적 지식인들의 찬탄과 젊은 세대의 실용주의 데이트 노선을 완벽하게 만족시키면서 강력한 정치적 화두로 떠오른 좀비물의 기세는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사그라들고 있던 터였습니다. 거기엔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 영화 제 3탄으로 온갖 기대를 받고 있었던 [시체의 날]에게 쏟아진 악평들도 한 몫 했구요. 그런데다 내부의 적과의 갈등이라는 좀비영화의 정치적 노선이 자본주의의 노선 경쟁 승리에 의한 냉전 체제 붕괴와 더불어 잠시 주춤거렸던 탓도 있습니다. 물론 거기엔 자유주의 무역의 확대로 인해 변질된 공동체의 일원인 타자=100% 적이라는 공격적 사고관의 전파가 배경에 깔려있기도 했죠. 더이상 좀비물이 가진 미묘한 정치관, 세계관은 새로운 게 아니고 일상 그자체가 된 것이었습니다. 이런 변화된 사회에 대한 절치부심의 결과인지, 로메로는 자신의 데뷔작인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리메이크할 것을 결심합니다. 물론 새시대에 걸맞게 자신은 뒤로 빠져 제작자 역할을 하고, 감독은 당시 특수효과계의 거물이었던 톰 사비니에게 맡기죠.

그래서 만들어진 영화는 제법 재밌는 편이었습니다. 물론 시대상을 반영한 리메이크판임을 고려하여 여자의 역할이 더 커지고 문제의 결말부가 좀 바뀌긴 했지만, 인간의 야만성에 대한 야유는 더 노골적으로 보여진다고나 할까요. 결론적으로 톰 사비니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은 아주 팍하고 튀지도 않고, 그렇다고 별볼일 없게 심심한 것도 아닌, 전체적으로 무난한 리메이크판으로 나왔습니다.

이후 한동안 제대로 된 좀비물은 나오질 않았습니다. 이것은 정통 호러물 장르 전체의 쇠퇴 경향과도 맞물리는 건데, 그 과정에서 호러물의 양식들, 특히 고어적 표현과 같은 것들이 [양들의 침묵] 이후 스릴러물에 흡수되어 네오느와르의 형태로 드러났다는 것, 그리고 헤비메탈의 쇠락과 동반된 얼터너티브의 중흥기와 그 시기가 겹쳐져 있다는 것을 주목할만 합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가던 중 90년대 중반, 게임계의 핵폭탄이었던 캡콤의 [바이오 해저드]가 플레이 스테이션으로 공개되고 그 작품이 공전의 히트 및 이후 줄줄이 시리즈를 이어가게 되면서부터 다시금 좀비물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이 되살아나기 시작합니다. 김정대씨의 지적대로 좀비라는 괴물은 수없이 죽이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비디오게임 세대의 최적의 아이콘이 될 가능성이 있던 크리쳐였습니다. 이제 좀비는 더이상 복잡스런 정치적 상징이 아닌, 순수한 척살의 대상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죠.

이 기회를 놓칠쏘냐, 일단 [바이오 해저드2]의 예고편 감독으로 조지 로메로를 기용한 것이 일련의 흐름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지만, 결국 [바이오 해저드]는 미국판 제목인 [레지던트 이블]이란 딱지를 달고 영화로 만들어지죠. B급 호러물과 게임에서 파생된 기획영화들의 전문가였던(물론 개중엔 크툴루 신화의 악몽 같은 SF버전인 [이벤트 호라이즌] 같은 수작도 끼어 있지만) 폴 앤더슨을 기용하여 만들어진 [레지던트 이블]은 B급의 감수성을 살리면서도 천박하게 보이지 않는 재주를 선보이며 게임을 기반으로 한 영화라고 마냥 얼간이 같은 영화만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증명해냅니다. 덕분에 이 영화는 밀라 요보비치의 유일한 프렌차이즈로 자리를 박게 되죠.

좀비 영화의 진화는 미국에서의 실패로 의기소침해 있던 대니 보일의 손에 의해 이뤄집니다. 시대가 시대인만큼... 이라고나 할까요. 무려 '달리는' 좀비가 나타나게 된 거죠. [28일 후...]에서 바이러스에 의해 좀비가 된 이들은 달려들어서 목을 물어 뜯습니다. 사람이 사악해진 만큼 좀비도 업그레이드.... 뭐 마땅한 생각이긴 합니다. 확실히 달리는 좀비의 존재는 기존의 좀비들과 확실한 구분점을 마련하면서 공포를 극대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니 보일의 이 재기작은 좀비영화의 전통이 가진 정치적 성향을 부활시키는 성과도 이룩해냅니다. 결국 인간의 적은 인간, 이라는 아주 고전적이면서 이제는 당연시되는 것을 [28일 후...]는 '화끈하게' 보여줍니다. 네, 무섭습니다 이 영화-_-

뒷심부족만 빼면 그런대로 볼만 했던데다 꽤 노력파였던 [레지던트 이블1]에 비해 2는 엉성한 홍콩액션물을 보는 듯한 감각으로 많은 이들을 실망시킵니다. 도대체가 좀비들의 습격이 박력이 없어요. 그런데다 타일런트는 맺집만 좋아서는 디리따 얻어터지는 역할만 하고 있고.... [28일 후....]의 격렬했던 감각을 맛 본 이들에게 [레지던트 이블2]는 여름용 블럭버스터로의 뻔한 진행만을 선사합니다. 전편에 비해 제작비도 팍팍 부은 이 영화에서 제작자가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고질라]의 방법론이었습니다. 더 크게, 더 많이, 라는 물량전의 공식 말이죠. 그러나 관객이 바라는 건 화염폭풍 속에서 날아오르며 쌍권총을 쏴제끼는 여전사가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했습니다. 그렇다 해도, 3탄도 제작중이지만요.

[28일 후...]의 적자는 다른 곳에서 나왔습니다. 다수의 뮤직비디오와 CF를 감독하고 그것들로 칸느에도 다녀왔던 잭 스나이더는 [시체들의 새벽]이라는 클래식 걸작을 리메이크하면서 보다 격렬하고 강렬한 공포를 선사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래서 드디어 여기서도 달리는 좀비가 튀어 나옵니다. 사실상 다들 달리고 있죠 여기 좀비들은.... 그런데다 뮤직비디오 출신 감독 답게 카메라를 다루는 실력 또한 능수능란해서 이 영화가 전해주는 화끈한 재미에 올드팬들이나 MTV세대나 다들 맘에 들어한 것은 당연한 일일 겁니다.

 

그리고 [숀 오브 더 데드]가 있었죠. 이 영화 또한 [시체들의 새벽]을 원전으로 삼고 있다고 봐도 좋습니다만, 다른 점이라면 노골적인 개그물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공개되기는 [새벽의 저주]보다 먼저 공개됐었습니다. 솔직히 비영어권 사람들 눈으로 보면 이 영화가 보여주는 블랙유머가 그리 와닿지 않을 것도 같습니다. 일단 저부터가 그랬으니까요-_- 좀비영화에 대한 이해와 영미권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웃을 구석을 놏칠 수밖에 없는 영화라고나 할까요. 뭐, 기대치가 너무 높으면 정작 접하면 심심해 보일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니만큼. 저로선 이 영화를 처음, 뉴스위크지에서 알아냈는데, 그 기자가 얼마나 상찬을 쏟아놨는지.... 암튼 부풀어진 솜사탕 맛이었습니다-_-

이런 와중에 관객들의 시청각에 테러를 가하는 듯한 영화 한 편도 나왔습니다-_- 역시나 좀비물 게임의 걸작인 [하우스 오브 데드]를 원작으로 한.... 이라고 말은 하곤 있지만 어디를 봐야 게임과 같다는 건지 이해를 할 수 없는 물건입니다. 게임을 제작한 세가나 이 영화의 배급자나 마찬가지로 잊고 싶을 것인 영화 [하우스 오브 데드]는 신세기에 쓰레기 영화란 어떻게 만드는가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바이블과도 같았습니다. 뭐 일단 이것도 좀비물이긴 좀비물이니까요....-_- 감독은 불릿타임의 남발이 영화를 구원해준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던 듯 합니다. 하긴, 그 자신은 어떻게 생각했는진 몰랐어도 이미 제작사에서 공식시사회조차 갖지 않고 개봉해버린 영화였으니까요....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업계의 본령이자 대가인 조지 로메로 할배가 돌아왔습니다. 기존의 좀비물들이 좀비의 탄생과 습격 진행과정, 그리고 파멸에 촛점을 맞추고 있던 반면에 [랜드 오브 데드]는 좀비들의 습격이 있은 이후, 살아남은 인류가 인류만의 사회를 구축하여 위태롭게나마 잘 먹고 잘 사는, 다소 안정된 상태의 세계관에서 이야기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확실한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영화에선 시대를 거부하는 듯 천천히 슥슥 걸어다니는 좀비들이 잔뜩 등장하는데 인터뷰에서 보면 로메로 자신이 뛰어다니는 좀비는 좀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못박은 자신의 신념 때문이었습니다. 영화에 대해서 아주 간단하게 코멘트를 하자면 정치적으론 흥미로웠으나 영화 자체로는 좀 재미가 떨어진다고나 할까요....

감독의 명성이 명성인만큼 연기파 조연배우들의 대거 주연화가 돋보이는 [랜드 오브 데드]에선 무엇보다도 아시아 아르젠토의 주름을 보며 세월의 흐름을 실감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아르젠토가의 부녀는 2대에 걸쳐 로메로와 함께 작업을 한 셈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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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03 1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12-03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나, 이 글을 직접 쓰셨어요?^^

hallonin 2005-12-03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적 감사. 오타를 너무 잘 내서 심심찮게 부끄러워집니다-_- 대개 글을 써서 올린 다음 수정하는 방식이기 땀시로... 거의 올라가는 글이 프로토 타입... 헐-_-

sudan 2005-12-04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대단하세요. (그런데, 서재이미지 좀.)

sweetmagic 2005-12-04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 ^ ^
근데 bdafuck 가 뭔가요 ? 궁금궁금 ??

hallonin 2005-12-04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da-fuck으로 나눠 읽으시면 대강 무슨 뜻인지 아실 듯. 흘, 그리고 서재 이미지는 맘에 드는 이미지 찾을 때까지-_-

배가본드 2005-12-15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8일후..정말 공포영화임에도 감동을 먹으며 본 영화죠 ㅋㅋ
시체들의 새벽도 한번 봐야겠다는 ㅋ

hallonin 2005-12-15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러고보니 저도 저중에서 최고를 꼽으라면 28일 후... 를 뽑을 듯.
 

http://mirugi.egloos.com/1195062

올해 초 즈음에 각 인터넷의 만화 및 게임 사이트, 그리고 [월희] 팬사이트에선 일제히 흥분된 어조로 나스 키노코의 [공의 경계] 국내판이 발간된다는 정보가 퍼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매니악한 소비층을 어느 정도 확보한 라이트 노블이란 장르에서 당시까지 가장 폭발력을 갖추고 있을 거라고 평가받던 [공의 경계]는 예약한정판과 일반판으로 나뉘어 판매가 시작됐고 그 결과는 관계자들을 충분히 흡족하게 만들 정도의 대성공이었죠(당시 1000부만 찍어냈던 [공의 경계] 한정판의 가격은 현재 옥션에서 8~9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출판사가, NT노벨을 펴내고 있는 대원이 아니라 학산이라는 점이 의외였습니다. 뭐, 두 회사가 모회사라는 점만 봐선 그럭저럭 이해가 가는 일이기도 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공의 경계] 정도의 대어를 그냥 넘겨주다니요. 이제 와 생각해보면 학산으로선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하게 심어줄 요량이기도 했습니다만. 잘 생각해보면 [공의 경계] 일본판 및 나스 키노코의 소속은 고단샤. 그러니까, 이때 이미 얘기가 되어 있던 것이죠.

문예잡지로는 일본내 최대 발행 부수를 발행하고 있는 고단샤의 라이트노블 전문 잡지 파우스트가 대만판에 이어 국내판 발간이 결정됐다고 합니다. 출판사는 학산. 그러니까 라이트노블에 있어서 대원은 카도카와 쇼텐 것을, 학산은 고단샤 것을 맡기로 한 모양입니다. 형식은 일본내 라이트노블과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을 혼합하는 현지화 전략을 쓸 듯합니다.

관련 포스트 :  http://www.aladin.co.kr/blog/mypaper/625527

이것이 가뜩이나 좁은 문학시장, 그중에서도 매니악한 팬덤만이 존재하고 있는 우리네 환타지문학 장르를 확장시킬지, 아니면 공멸의 장으로 만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일단 환타지문학조차도 아직 제대로 정착이 안 된 상태에서 저렇게 본격적인 잡지를 발간한다고 하는 것은, 확실히 모험이라고밖엔 보이질 않는군요. 일단 [공의 경계]를 위시한 나스 키노코의 팬들의 충성도를 보면, 그 정도만큼은 팔리겠지 하는 것이 출판사쪽의 생각인 듯 합니다만. 역시 일본내 제 1의 출판사다운 베짱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_- 아니면 학산의 충실한 스펀지 역할?-_- 그러고보면 출판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게 우리나라 업계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강도하씨가 예전에 지적했었죠.

이게 또 위험해보이는 것은 우리나라 독자들의 장르 편식이 조각조각 구분되어 있는 상태 탓입니다. 라이트노블이 장르문학의 성과들을 그대로 써먹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시장에서 아서 클라크나 알프레드 베스터를 읽는 사람들과 [부기팝] 시리즈를 위시한 라이트노블을 읽는 독자층은 거의 겹쳐지질 않습니다. 이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손 치더라도,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라이트노블 독자층은 대여점용 먼치킨 환타지문학 독자층하고도 겹쳐지지 않습니다. 이게 웃기는 일인 게, 우리나라에서 먼치킨 환타지 문학이라고 불리우는 것의 본령은 일본으로 따지면 라이트노블에서였거든요. 그런데 수입산인 라이트노블은 독자적인 라이트노블이라는 장르로 불리고, 환타지문학들은 또 따로 환타지문학이라고 불리우는 게 우리네의 현실이죠. 이것은 라이트노블의 대중화가 실패했다는 반증으로 동시에 대여점을 중심으로 구축된 환타지문학, 결국 뿌리는 같은 시장에 라이트노블이 틈입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일단 초기의 NT노벨이 판매용 사업에 주력한 나머지 대여점 시장을 놓친 결과가 '일본작가의 환타지소설'이라는 정의로 라이트노블을 묶어버렸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물론 기존의 인터넷 작가 출신들이 잡고 있는 대여점과의 차별점을 높임과 동시에 독자의 직접 구매를 통해 이윤을 높인다는 전략은 이해가 가지만, 결국 국내 환타지소설 독자의 한계를 간과하고 실패한 셈이지요. 카도노 코우헤이라든지 아키타 요시노부와 같은 작가들의 네임밸류를 너무 과대평가했던 것은 아닌지도 생각됩니다. 그런 반면 대여점을 지배한 출판사의 입김은 인터넷 조회수를 무기로 신진작가라 해도 그대로 대여점에 집어넣을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한 상태였죠. 이것이 라이트노블과 국내 환타지 소설의 간극이 된 겁니다. 그래서 한국의 라이트노블은 대여가 아니라 판매로 더 잘 읽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초창기의 NT노벨의 목적이 팔리는 책이었던 만큼(지금은 폐기한 전략이긴 합니다만) 엉뚱하지만 초기의 그 전략은 먹혀 들어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문제는 판매량이지만요. 거기에 SF-환타지 문학이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수요의 편협함이 더해진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 존재하는 라이트노블 팬덤과 정통 SF-환타지문학 팬덤 사이의 벽은 일본문학계에서 라이트노블이 받는 푸대접의 딜레마와는 다르게 미묘한 부분입니다만, 제 생각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라이트노블이 살아남으려면 저 '알프레드 베스터를 읽는' 독자층도 불러 들일만한 여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비슷한 문화의 향유자로써 공존하고 있을 바엔 게토 안의 이전투구를 벌이기보단 차라리 한바탕으로 묶어버리는 게 더 승산이 있을 법 하다고나 할까요. 라이트노블의 부진에는 좀 있어보이는, 제대로 된 라이트노블의 출현을 열망한 독자들의 수요를 만족 못 시킨 것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공의 경계]의 성공을 보며 다시 한 번 느끼게 됐습니다. 물론 확실한 판매루트로는 [풀 메탈 패닉]이라든지 [마술사 오펜]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작품들은 확실히 팔리긴 하지만, 꾸준한 고착만을 지속시키고 있습니다.

일단 문예잡지라는 형식으로 나온다는 것 자체가 비록 형태만이지만 어쨌든 우리나라에 있는 기존의 문학잡지들과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 발전하여 SF-환타지 팬덤까지 이르는 소비층이 명확하고 광범위한 반면 우리는 아직 그렇질 못하니까요. 물론 하드한 독자들 잡으려면 뭐하러 '라이트'노블을 내느냐 하겠지만 일전에 뉴타입에 연재됐던 오오츠카 에이지의 [다중인격탐정 사이코] 소설판이나, [부기팝] 같은 것들은 그런 '하드'한 독자들의 감수성을 자극할만한 감각과 뒷심이 충분히 있었거든요. 일단 선정우씨의 말에 따르자면 와타야 리사나 히라노 게이치로와 비교해도 딸리질 않는다고 하니.... 그만한 작품이라면 손을 뻗어 집어들 이유가 충분히 되는 거겠지요. 요는 퀄리티 있는 라이트노블의 발간과 그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의 필요성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지금까지 봤던 라이트노블들만 생각해선 어째.... 기대했던 [부기팝]마저도 번역 탓인지 저자 탓인지 모르겠지만 문장이나 흐름에서 영 아니어서. 좀 믿기지는 않습니다만-_-

주로 군소출판사들이 차지한 먼치킨 환타지 문학 시장도 잡지 못한 라이트노블이 원고료 및 발행비를 만족시킬 정도의 충성도 높은 독자를 확보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이는 상태에서, 오직 라이트노블만 다룬 잡지를 내놓는다는 것은 앞으로의 시장을 향한 대담한 승부수라고 봐야겠죠. 전통적으로 있던 문학잡지들도 발간방식을 바꾸거나 휴간하는 근간에 (나름대로 형식만으론 정통인)문예잡지가, 그것도 대중소설만을 다루게 될 잡지가 탄생한다는 것이 반가운 소식이긴 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정말 정착된 문예잡지가 될지, 아니면 만화-애니메이션 소비층의 때에 따르는 매니악한 소비품이 될지는 두고봐야겠죠. 일단은 딱 뉴타입 정도의 포지션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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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5-12-03 0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기는 한데... 잘 모르겠는 용어들이 출몰하는군요.

hallonin 2005-12-03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잘 모르는 용어는 물어주세요. 답변해드려야지....
 
카트린 M의 전설
자크 앙릭 지음, 김병욱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카트린M의 전설]을 읽음에 있어서 이 작가의 아내가 쓴 [카트린M의 성생활]을 떠올리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보다 분명하게 밝히자면 이 두 권의 책은 서로가 서로를 비추는 쌍둥이 거울과 같은 관계다. 비록 [카트린M의 성생활]을 읽은 사람이라면, 이 두 사람이 순전히 세금을 덜 내기 위해서 결혼했다는 것도 먼저 기억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그 사실은 이 두 권이 가지고 있는 미묘한 관계를 역설적으로 돋보이게 만든다.

책을 열면 목차 바로 다음장에는 베란다에 서 있는 젊은 날의, 20대 때의 카트린 밀레의 전신 누드 사진이 찍혀져 있다. 바짝 마르고 성깔 고약할 것 같은 전위예술 잡지의 편집장을 떠올리는 이들에게 충분한 배신감을 안겨줄 정도로 그녀는 아름답다. 그 외모는 취향에 따라서라도 제법 많은 이들에게 성적 충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그뿐이다. 적어도 보편적인-혹은 흔한-성적 충동의 제물이 될 가능성은, 그 한 장이 마지막이다. 나머지, 뒤에 실려있는 30여 장의 사진들은 그녀가 이제 불혹의 나이로 들어가는 시점에 찍은 사진들부터 보여지기 시작한다. 보편적인 현대 인류 사회에선 움베르토 움베르토 같은 불운한 청년들의 인구수 퍼센티지가 현저하게 낮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배치다. 그가 판단하기에 그녀는 읽혀져야 할 전설이다. 그래서 그가 그녀를 찍는 행위는 그리스 조각상을 새기는 행위와도 같다. 그녀에게 나이는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그의 시선으로 볼 때 그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그녀는 바뀌지 않은 오직 그녀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녀의 사진으로 영원을 증명하려고 한다. 우리는 그녀가 어떤 성적 모험을 치뤘는지를 안다. 어떻게 자신을 드러냈는지도 안다. 그래서 헤어누드로 당당하게 찍혀 있는 이 모든 사진들에서 그녀는 한 순간도 주춤거리지 않는다. 기차역에서, 묘지에서, 능욕 당하는 죄인 꼴로 사진을 찍힐 때조차. 그녀는 모멸을 모조리 쾌락으로 치환시킨 여자다.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그녀를 감당하지 못했겠는가.

책은 우선 카트린 밀레의 사진이 놓여지고 그 뒤로 자크 앙릭의 말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그의 글은 그녀를 찍은 사진기의 기종과 작동방식에서부터 자신의 저작들, 그리고 사드와 바타유(일종의 전례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에서부터 조이스, 바르트, 프루스트, 쿠르베의 그림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한다. 그러나 언제나 되돌아오게 되는 건 카트린 밀레의 몸이다.

여기서 [카트린M의 성생활]을 기대하진 말지어다. 자크 앙릭의 현학적인 공상의 유희는 이 책에 대한 독법을 순전히 제목 때문에 책을 구한 이들의 독후감에서 실망감을 토로하게 만들었던 바타유의 [에로티즘]과 같은 영역으로 위치시켜 놓고 있다. 카트린 밀레는 [카트린M의 성생활]을 마치 자신의 몸을 쓰듯이 풀어놨다. 그래서 그 자극적인 책의 문장은 쉽고 말초적이었으며 분명한 센세이셔널리즘적 사례-흥미로운 사례들-가 제시되고 동시에 '더럽게' 해부적이었다. [카트린M의 전설]은 그 반대편이다. 이미 카트린 밀레의 육체가 완전히 벗겨져서, 가끔씩 벌려지기도 하면서 박혀있는 이 책이 다시금 그녀의 모험에 대해서 재탕하는 것은 지루한 일이리라. 이 사진 에세이들은 그녀가 치룬 전설적인 센세이셔널리즘적 이벤트가 아니라 그녀에 대한 감탄과 그로 자극 받아 이루어지는 사유에 모든 것을 바친다. 그래서 이것은 남자가 쓴 책이며 그녀와 몸을 섞은 이가 쓴 책이라는 걸 분명하게 깨닫게 된다. 그것이 일종의 겉멋 든 난 체인지, 아니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쓸 때의 괴테와 같은 심성의 발로인지는 각자가 판단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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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01 1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llonin 2005-12-02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