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6개월 전엔가 한겨레 신문사에 떨렁떨렁 놀러가서 주워온 책이다. 그 이름도 찬란한 마법의 책! 무엇보다도 포장이 멋지다. 튼튼하게 박음질된 것이 배게로 써도 괜찮을 것 같긴 하지만 의외로 두께는 얇은 편. 그러나 실용서적에 그런 리스크가 무슨 대수랴....

어떤 문제에 대한 답을 쉬지않고 갈구하며 책장을 더듬거리다가 삘이 왔을 때, 쫙! 하고 펼치(기만 하)면 그 페이지에서 당신이 원하는 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 이라는 거의 맥도날드 햄버거와 다를 바가 없는 수준의 패스트푸드성을 진하게 보여주고 있는 실용 점술 서적. 그러나 이 책을 소유한 나로선 이 책이 가진 위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그것은 중고 매물 시장에 '피아캐럿에 어서오슈3' 정품 패키지가 올라왔을 때의 일이다. 이것을 사야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 그 즈음에 18금 업계의 화이널 환타지(-_-)라고도 불리는 '피아캐럿3'는 이미 해볼 사람은 다 해본 그런 게임이었으나 정품이라는 것, 미개봉이라는 것에 어쩔 수 없이 끌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얼마나 절박했으면 이 책에 나의 미래를 물어볼 생각을 다 했겠는가-_- 나는 책의 가르침을 따라 충실한 절차를 거쳐(그래봤자 더듬거리는 것 이상이 아니다....) 점괘를 냈다!

이 책의 진정성을 조금, 검토해보게끔 만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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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액트에서 새로 추가된 보스급 캐릭터인 아오자키 아오코의 진초필살기. 무조건 붙어야 산다. 떨어지면 온몸에서 쏟아져나오는 빔-_-에 맞는다. 한 번 맞기 시작하면 맞다가 게임이 끝난다.


근간 즐기고 있는 게임은 누가 뭐라 해도 타입문-와타나베 연구소에서 만든 걸물인 '멜티블러드 리액트'다. 물론 적정 스펙을 펜티엄3 500M으로 잡아놓고 있는 이 게임이 셀러론 500수준에 머물러 있는 나의 머신에서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그러나 그래도 즐긴다....



진월담 월희. 흡혈귀와 불사신, 인간이 아닌 자들의 이야기, 18금 장르 전통의 코드인 가문의 음침한 비밀과 같은 소재들이 잘 버무려져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스탠다드형 수작.



월희 애니메이션판. JC스탭 특유의 성인지향인 캐릭터 디자인도 맘에 들었고 색감도 나쁘지 않았으나 적지 않게 망가지는 작화와 연출의 어정쩡함, 스토리의 비효율적 압축 때문에 벌어진 늘어짐과 급격함의 정신없는 쌍방 화학반응 등등으로 해서 도대체 좋은 말을 해주기가 힘든 작품. 월희 팬들의 팬서비스용이었다고 생각하면 속편하겠으나 그나마도 원작에선 깡통머리였던 알퀘이드가 차분침착한 성격으로 나온다던지 절벽가슴의 대표주자로 매니악한 인기가 있었던 아키하가 알퀘이드와 맞먹는 가슴을 가지게 되었다든지 빠바박도 제대로 안 나온다던지... 해서 별로 지지를 못 얻었다.


동인집단이었던 타입문에서 만든 비주얼 노벨 '월희'의 공전의 히트는 이후 당연하게도 후속작을 내놓게 만들었고 그 과정은 JC스탭에서 제작한 (형편없는 퀄리티의)TV애니메이션 방영과 같은 동인집단이었던 와타나베 연구소와 합작으로 2D 대전 격투 게임을 제작하는 것으로 최종진화했다.


멜티블러드는 시스템적인 면에서 와타나베 연구소의 전작인 '퀸 오브 하트'(이하 퀸오하)의 것을 계승하고 있다. 괴작 '아스카 120%'를 바탕으로 당대의 격투게임의 시스템들을 간략화시켜서 한자리에 우겨넣은 와타나베 연구소의 '퀸오하98'은 10분 남짓이었던 에반게리온의 포르노 애니메이션 버전에 이어 한차례 더 발전된 동인집단의 기술력을 증거하는 수작 격투물이었다. 2차 창작물답게 각 캐릭터는 원작 게임에서의 성격을 잘 살린 특징있는 기술들로 가득해서 원작의 팬들을 끌어모음은 물론 자체 완성도에 있어서도 상당한 수준을 보임으로써 독립된 게임으로서의 가치도 상당히 높은 바였다. 이후 발표된 '퀸오하99'는 전작을 상회하는 완성도와 계속된 음성-추가 캐릭터-버그 패치를 통해 오랫동안 인기를 받았다.



감동받을 정도의 쌈빡한 커맨드. 초필살기도 레버를 반바퀴만 돌리면 끝. 이런 심플함이 이 게임의 미덕이다.


멜티블러드는 쉬운 커맨드, 캐릭터성의 극대화라는 전작들의 노선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나 쿄의 강 황물기 타이밍조차 아직까지 잡지 못하고 있는 나처럼 손치인 이에겐 거의 축복에 가까울 정도로 커맨드 입력이 쉽고 잘 먹힌다. 그렇다고 게임성이 부실한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와타나베 연구소의 전작들 중 하나인 '글러브 온 파이트'가 점프의 시스템적인 부재를 통해 지상 고정 상황에서의 주먹질로 승부를 가르는 설정상으론 임팩트 있는 실험적 대전격투 게임을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론 허약비실한 박력과 전술 부재 상황으로 인한 지루함을 불러왔던 것에 반해 '멜티블러드'는 멋진 그래픽과 본편과 연계되는 스타일 강한 기술들, 적절한 밸런스로 캐릭터 게임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패미통 사상 최악의 점수를 획득, 그 자체로 전설이 되어버린 건슈팅 게임 '데스크림슨'의 제작사인 에콜에서 만든 '멜티블러드'의 아케이드 버전 'melty blood act cadenza'. 그 명성 그대로 로케테스트 내내 버그투성이였다고 한다. 나오미 기판까지 써가면서 만든 이 게임이 렉 때문에 시도때도 없이 버벅거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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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절룩거리네'를 들었을 때, 그래서 벅스에서 이 양반의 앨범을 찾아내서 '361 타고 집에 간다', '스끼다시 내 인생' 으로 이어지는 트로이카를 들었을 때, 나는 전율했다. 파스퇴르 요구르트를 삼시 세끼 한 달간 먹어서 만들어낸 황금색 쾌변처럼 이건 감동의 도가니탕, 카타르시스의 집중폭격이다. 달리 말이 필요없는 뒷통수를 후려치는 루저송의 아름다운 결정체. 비록 떠나간 옛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한다발로 묶여있는 앨범 후반부에 자리한 약간의 맥풀림이 그 감상에 다소 노이즈를 끼워줄 순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와중에서조차도 당신은 내 청춘의 무덤 이라고 노래할 때 감상에 젖지 못하는 당신은 세상 덜 산 거다.

 

http://music.bugs.co.kr/Info/album.asp?cat=Track&menu=m&Album=20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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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츠라 마사카즈는 전영소녀라는 전설적인 물건에 대한 막연한 두근거림으로 다가왔다. 당시 소문만으로 그 야하고 화끈하다는 소리를 질리게 들어야 했던 나로선 드디어 마침내 전영소녀를 일본판으로 구하여 콧구멍 벌름거리며 집으로 돌아와 래핑을 뜯었을 때의 감각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바이다.

그러나... 그러나.... 어떤 새끼가 이 만화에 대한 구라를 쳤는지, 그 모든 정보들은 한낱 꿈이었는지. 아니면 내가 순진하지 않았던 건지 그건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 야하다는 전영소녀는 쥐뿔도 야하지 않은, 아니 그보다는 어린 나이에도 괴상한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었다.

대체 팬티하고 브라자는 왜이리 자세하게 그려져 있는 거야?

그렇다. 카츠라 마사카즈는 페티시즘에 관한한 일종의 확신범이었다.(슈에이사에서 나오는 수퍼점프에 중편 양식으로 1회 연재됐던 'M'을 보면 확실해진다.) 그는 내가 아는 한 그 어떤 작가보다도 속옷을 미려하게 표현해낼 수 있는 능력과 애정을 동시에 갖춘 작가였다. 아아~ 그렇다. 내가 로빈슨 크루소의 사랑을 읽지 않고 페티쉬즘의 세계로 빠져들었다면 나는 그의 작품에서 툭하면 보여지는 엉덩이 살랑~ 살랑~ 에 감동의 눈물을 흘렸을 터, 안타깝게도 실제의 나는 그 예쁘장한 애들이 바람이 불 때마다 엉덩이를 들추고 말도 안되는 시추에이션으로 레이스의 세심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정성스럽게 양각된 듯한 브라자를 자랑스럽게 까보여도 전~혀, 척추에 달린 쿤달리니 따위는 커녕 뇌내 남성 호르몬 활성화의 기미조차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다 더 심각했던 문제는 이 양반의 만화들이 정말, 진심으로 재미가 없었다는 것이다. 전영소녀서부터 아이즈까지 주루룩.

그래서 제트맨이라는 이 양반의 후속작을 고르는데 그리도 망설였던 것은 당연한 수순이리라. 그러나 '씨버, 그래도 미소녀 하난 기가 막히게 그리니까. 아무리 아스트랄 영역으로 날아간 재미를 보여준다해도 참자. 발정난 강아지한테 물린 셈 치자.'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집어들었다....

충격적인 얘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작품에서 여자는 달랑 한 명밖에 안 나온다. 오오 씨버, 그런데다 별로 오래 나오지도 않는다. 그런데다 미소녀도 아니다....

그. 그런데 뭐냐. 무엇이냐, 이 재미는. 대체 당최 이 놀라운 가독성의 회오리는 대체! 이, 이것이 마사카즈의 만화란 말인가. 정말로 그렇단 말인가아아~

...하고 비명까지 지른 건 아니지만, 어찌보면 도식적인 구조를 가진 안티히어로의 이야기, 그 1권은 정말 재밌었다.

이제 겨우 1권이 나온 상황에서 섣불리 단정하는 것은 금물. 하지만 제트맨이 여지껏 자의든 타의든 페티시즘에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줬던 카츠라 마사카즈의 만화 영역을 확장시켜 줄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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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좋기야 그 옛날부터 안 좋았지만 아주 2004년부터는 만성적인 소화불량에 걸려버리는 덕에 본의 아니게 소화제를 입에 달고 살게 됐다. 그러다보니 태생적인 호기심에 의거하여 소화제를 종류별로 다 먹어보는 일을 감행했는데, 부채표 까수명수에서 시작된 나의 소화제 순례는 다음의 작품에서 끝을 맺게 되었다. 두둥~

광동 위생천....

엄밀히 말하면 약제 성분이 들어가 있지 않아 약이 아니라 음료수로 분류되어 주로 편의점에서  팔리는 물건이다. 까스명수를 비롯한 소화제 전반이 풍성한 이산화탄소 작용을 통한 심리적 안정을 꾀함으로써 소화 촉진을 돕지만 몇몇 이에겐 더부룩한 느낌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있으니 내가 바로 그 경우에 해당된다 하겠다. 이 놈이 내게 맞는 것은 명색이 음료수답게 그런 이산화탄소의 작용이 없이 멘톨과 계피의 적극적인 화학작용만이 만들어내는 시원함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약이 아니라는 의식 때문에 부담도 덜하고 뭐 맛도 있고-_- 덕분에 600원이라는 전혀 싸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자주 먹게 된다.

약장수 같구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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