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blood.tv/

오시이 마모루가 자신의 오리지날 프로젝트였던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에 대하여 애착이 꽤 강했던 모양이다. 당시 플레이 스테이션2 발표와 더불어 코믹스-극장판 애니-소설-게임으로까지 이어졌던 다매체 동시공략이 그리 효과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TV판 애니메이션으로, 그것도 무려 4쿨 52화라는 무지막지한 물량전을 감행한다. 당연히 프러덕션 IG의 제작이고 어제가 그 1화의 방영일.

뭐, 일러스트만 보면 알겠지만 극장판 애니에서 테라다 카츠야의 선굵고 입술 두꺼웠던 디자인이 보여줬던 사야는 어따 팔아치웠는지 [그남자 그여자의 사정]에나 나올 법한 여자애 하나가 일본도를 들고 서 있고.... 그 뒤엔 첼로 켜는 고슈인가?-_- 암튼 웨이브 진 장발을 펄럭거리며 첼로나 켜고 앉아있는 게 오버센스의 매너리즘이란 무엇인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양반이 한 명 보인다. 그외에도 [그남자 그여자의 사정]에 나올 법한 캐릭터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그리고 동시에 세개 만화잡지에서 [블러드 플러스] 본편 및 외전 코믹판이 연재될 예정.

일단 1화를 본 이들의 소감은 그럭저럭~ 이라는 평들. 초반에 기대치에 비해 너무 뻔한 흐름이란 지적들이 있었고, 이후에 립된 버전이 퍼진 다음부턴 지지파가 약간 늘어난 수준,  과연.... 이라면서 말문을 열고 싶었으나 역시, 전작의 다크하고 묵직한 분위기를 원했던 사람은 일단 접고 들어가야 할 듯. 개인적으론 일본 애니메이션의 고질적 병폐인 '다녀왔어'-'어서와' 패턴을 보지 않았으면 하는 게 1차 바램이다.

그런데... 음악프러듀스에... 한스짐머가 있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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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는 선릉역 근처의 고깃집이었고 시간은 7시 15분이었다. 나는 그때 리서치 알바를 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었다. 저녁 시간대에 있는 이런 종류의 알바는 대개 저녁식사를 제공하는 법이라 본격적인 알바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내 몫을 때울려고 정해진 시간보다 15분 정도 먼저 도착했다.

그런데 가게 안 2층에는 이미 나보다 먼저 온 사람들로 차 있었다. 모두 어색해 하는 모습, 그 자리에 있으면 안된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인물들뿐이었다. 그중에서 앞에 놓인 음식에 젓가락을 대는 뻔뻔스러운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세명밖에 없었다. 예상을 벗어난 것은 일번적인 생고기구이 정식을 먹을 때 처럼 우리들 자리 앞엔 정식 반찬들이 놓여져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윽고 주최측에서 실험용으로 쓰일 술들을 가져와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주최측의 설명이 이어졌다. 술을 마시는 방법과 설문지를 작성하는 방법. 바깥 홀에선 다른 모임에서 온 단체손님들이 욕설을 하느라 시끄럽다. 설문지는 내가 받아본 것중에 가장 간단한 양식이었다. 이윽고 식사 겸 설문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우리는 생고기와 양파, 마늘이 타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두종류의 술을 각각 두잔씩 마셔야했다. 그 이후엔 몇잔을 마시든 자유였다.

술은 소주였고 하나는 기존의 것, 다른 하나는 신제품인 듯 했다. 그리고 아마도 신제품으로 추정되는 소주는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웠다. 다소 걸리는 느낌이 드는 기존의 소주완 달리 그 소주는 살짝 달콤한 맛을 내면서 목뒤로 넘어가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곳곳에서 웃는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술이란 재밌는 음식이다. 그리고 그런 현장에 같이 앉아있는 것도 나름대로 재밌는 상황이었다. 그 자리엔 다양한 사람들이 와있었다. 학생, 회사원, 부동산 컨설팅, 구멍가게 사장, 공무원, 회계사 등등의 사람들이 술이 한잔 돌기 시작하자 경쟁이라도 하는 것처럼 소개팅을 시작한다. 덕담과 농담들, 직업의 애로사항과 미래에 대한 고민.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들은 재빨리 사라져가고 있었고 그 사이로 오가는 리서치 회사 직원들과 식당 종업원들의 분주함과 함께 취기 어린 사람들의 이야기 경쟁이 시작된다. 재밌는 일이다.

그러다 문득, 어제 길거리에서 본 사건이 생각났다. 팔뚝의 굵기가 어지간히 부실한 내 팔보다는 두배 정도 두껍고 키는 머리통 하나 반쯤이 더 크고 문희준과 비슷한(고백하건데 이 친구에 대해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헤어스타일을 한 남자가 차옆에 앉아서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 바로 앞엔 빼빼 마른 할머니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체 주저앉아 있었다. 그리고 막 119차가 도착하고 있었다. 119에 신고한 아줌마의 말에 따르면 그 남자가,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손자가 길을 가다가 갑자기 할머니의 뒤를 잡고는 마구 흔들어서 넘어뜨리더라는 것이었다. 곧 도착한 경찰은 손자의 얼굴을 보더니 혀를 차면서 왜 자꾸 할머니를 괴롭히느냐고 되물었다. 상습적이었던 것이다. 손자가 앉아있는 자리는 반지하방인 그 가족의 집 앞이었고 부모는 일을 하러 나가서 집에 없었다. 할머니는 심한 관절염으로 인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있었다. 생활고, 스트레스, 친족간의 폭력.

내 앞에 있는 남자는 팔을 다쳤는지 기브스를 하고 와서 제대로 고기도 못 먹고 있었다. 나와 그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리 할 얘기도 없었다. 한시간 정도 진행되자 사례금이 담긴 봉투가 각자에게 돌아갔고 그걸 받은 사람은 돌아가도 좋다는 소릴 들었다. 그러나 된장찌개와 밥과 고기가 새로 나오고 있었고 얼굴에서 얼큰하게 홍기가 도는 사람들은 자리를 떠나는 게 아쉬운 듯 명함을 교환하고 얘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나는 가장 먼저 그 자리에서 일어나서 역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표창원이 쓴 [한국의 연쇄살인]을 읽었다. 거기엔 자신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불특정 다수의 사회적 약자들을 골라서 죽이고 강간하고 분해한 연쇄살인자와 빚을 갚기 위해 자신의 가족들을 차례로 죽인 여자의 이야기가 쓰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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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10-07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재밌는 리서치를 하셨군요..^^ 먹으면서 돈도 받다니... 이런게 젤 부러웠어요..!

hallonin 2005-10-08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네이버 알바에서 리서치나 좌담회 키워드로 검색하면 나올겁니다.
 



http://www.dominomovie.com/

http://www.apple.com/trailers/newline/domino/trailer_2/domino_large.html

정신없게 흘러가는 예고편만 봐도 토니 스콧이 [시티 오브 갓]의 지대한 영향을 받은 [맨 온 파이어]에서 맛들린 정신 없는 편집과 촬영을 여기선 아예 갈데까지 보여주리란 기대감에 휩싸이게 만든다. 배우 로렌스 하비의 딸, 수퍼모델, 마약중독자, 현상금 사냥꾼이었던 여자 도미노 하비의 20대 시절을 그린 영화로 키라 나이틀리, 미키 루크, 크리스토퍼 워큰, 루시 리우 등등의 하드보일드한 면상들이 보인다. 실제 본인은 35살의 나이로 올해 6월 27일에 자기 집 욕조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 미국에선 10월 14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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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바퀴벌레는 3억년이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종 자체의 우수성과 현대사회의 찌든 맛을 낱낱이 맛본 덕에 놀라울 정도의 생존력을 자랑하시는, 한마디로 다른 집 바퀴와 별 다를 바도 없는 바퀴벌레시다. 그래서 다른 집들이 했던 것처럼 레이드도 뿌려보고 컴배트도 설치해봤지만 역시나 다른 집들처럼 바퀴벌레들은 밤만 되면 열심히 자신의 제국을 삘삘거리며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레이드를 뿌려봤자 가끔씩 발라당 배를 하늘로 내민 채로 사망한 바퀴가 한 두어 마리, 컴배트를 깔아놓으면 도대체 이놈의 바퀴가 죽은 건지 안 죽은 건지 확인할 수가 없는데 가끔씩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있을 때면 두리번거리면서 제 새끼들과 함께 생태사회의 순환과정을 실천하고 있는 대형포유류에게 인사하고 어디론가 재빨리 달아나시는 걸 보니 별로 효과가 없는 게 확실한 듯 싶다. 깨지는 돈, 위생상 문제, [미믹] 때문에 생겨난 대형 바퀴벌레에 대한 혐오감 및 미래 인간 사회의 위협 등등을 우려하여 네이버 지식인을 검색해봤는데 그중 가장 쓸모 있는 정보가 다음 지식인의 글이었다.

http://kin.naver.com/db/detail.php?d1id=8&dir_id=813&eid=e8%2BDpSBjV114jRd4ZTaFds%2BtUS%2FBN8G0

과연, 이 정도로 하고도 구제가 안된다면 그것은 방역업체가 와도 안된다는 수준이랄까. 그러나 난 글을 쓴 이 만큼의 끈기와 노력이 없는데다 돈 깨지는 것도 무시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최대한 간편한 방식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때, 옆집 할머니가 하시는 말씀,

"시장에서 파는 바퀴벌레약 있지? 쭈욱 짜서 바르는 거 말여. 그걸 써 봐."

그러고보니 위의 지식인에도 시장에서 파는 그 물건이 효과가 좋다고 했으니 이동형 가판대에서 너무 노골적이라 광고효과가 떨어지는 현수막을 두르고 바퀴벌레 완전 박멸을 주장하고 다니는 녹색 케이스의 약을 말함이었다. 밑져야 본전이랬다, 그 아주머니는 시장의 모처에서 일년 365일 사라지는 걸 못 보았으니 아무튼 느긋하게 그곳으로 향했다.



25그램에 6000원.....

뭐 이렇게 비싸?-_- 이건 밑져야 본전 수준이 아닌데? ...라는 나의 당혹스러운 눈치를 본 아주머니는 약장수 특유의 말빨을 동원해가며 설득 작업에 들어갔다.

"학생, 이거 정말 좋아. 이거 해충박멸하는 회사에서 쓰는 거야. 이거 안 듣는 집이 없어, 쓴 집에서 다시 쓸려고 사간다니깐. 6000원이 비싼 값이 아니라는 걸 확실하게 증명해주는 것이 내 상인 생활 25년의 자부심과 조선 팔도를 넘나들은 역마살조차도 무릎 꿇고 길동시장에 머무르게 만든 탁월한 효능의 어쩌구저쩌구...."

파워시그마겔이라는 제목에서 보여지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수학공식중 하나의 이름과 녹색유통연합이라는 수상쩍은 유통회사, 녹색과 흰색으로만 이뤄진 소박투박한 외관 디자인 등등이 선택을 꺼려하게 만들었으나.... 결국 구입. 이것도 안 통하면 기존의 적대적인 관계를 청산하고 바퀴벌레와 종과 종을 넘어선 우정을 구축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반포기스러운 구상을 품고 집으로 돌아왔다.

쥐어짜도 제대로 안 나와서 있는 힘을 다해써 짜니 그제야 찔끔찔끔 나오기 시작한다. 색은 누르팅팅한 게 우리집 강아지 대변을 압축시킨 것 같은 모양이다. 여러가지로 표피적인 모양은 볼썽 사나운 약이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이 약을 바르고 나니 지금껏 니 세상이 내 세상이요라는 도가적 세계관을 몸으로 실천하던 바퀴벌레들이 코빼기도 안 보이게 된 것이 아닌가. 이거 완전 약장수삘이긴 한데 이정도로 효과가 좋을 줄은 전혀 생각도 않았기 때문에 솔직히 신기했음이다.

나는 곧 이 탁월한 약이 어째서 약국에서 판매되지 않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우리 동네만 그런가?) 네이버에서 제조원인 그린메디팜을 치니 회사 주소만 달랑 나온다. 그런데다 조선팔도를 넘나들던 아주머니가 소속되 있을 녹색유통연합은.... 말그대로 괴단체다. 주소없음 정보없음. 고객 상담 전화 번호 하나 02-2281-7844.

약의 내용물이 어떨게 되먹은 것인가도 의문인데 성분, 함량에는 이 약의 100그램 중 피프로닐이 0.05그램이 들어가 있다는 것만 표시되어 있을 뿐이다. 일단 피프로닐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 1987년에 롱프랑(Rhone Poulenc)의 과학자에 의하여 발견되었으며 종자처리, 미끼, 또는 경엽살포시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프로닐은 염소채널(chloride channel)에서 염소이온의 이동을 방해하여 중추신경계의 활동을 교란하고 고농도에서 사망효과를 일으킨다. 1996년에 Hainzl과 Casida는 피프로닐을 설폰(sulfone), 설파이드(sulfide), 디설피닐(desulfinyl), 디트리플루오로메틸설피닐(detrifluoromethylsulfinyl)의 4가지 대사물질로 변환하였다. 그들의 연구와 결합된 독성연구에 따르면 디설피닐 대사물질이 피프로닐보다 집파리에 더 큰 독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꽃바구미의 방제를 위하여 목화에 처리한 피프로닐의 효과와 분해
[출처 : Journal of Economic Entomology 92: 1364-1368 : 1999년 12월호]

관련 정보 : 처리방법 따른 바퀴용 살충제 수평전파

http://www1.kisti.re.kr/%7Etrend/Content472/agriculture16.html

 

뭐 피프로닐은 그렇다치고 그럼 나머지 99.95그램엔 도대체 뭐가 들어가 있는 건데? ...라고 해봤자 더이상 정보도 없고. 암튼 정부등록도 없이 제조번호만 달랑 쓰여진 채 여러가지 의문스러운 사항을 남기는 이 약은 아무래도 과다노출시 암 및 피부병 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의심된다는 얘기도 있는 것으로 보아 신체접촉시 벌어질지도 모를 대단히 유감스러운 모종의 현상 때문에 제대로 등록이 안된 건 아닐까 의심해본다.

단 한 번 바르고 이제 두 달이 훌쩍 넘었는데, 가끔씩 미이라가 되어 하늘을 우러르고 있는 놈 몇마리를 제외하곤 아직까지 한마리도 목격하지 못했다. 말그대로 싸그리 사라져버렸다. 인류따윈 가볍게 비웃어줄 수 있는 3억년의 역사를 가진 생물을 단지 땅바닥에 발라댄 것만으로 접근도 못하게 만든 이 약, 어떻게 생각하면 무섭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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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06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llonin 2005-10-06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퀴벌레가 아직 집안 곳곳에서 출몰하던 시절에는 저희 집 강아지 취미가 앞발로 바퀴벌레 잡는 거였죠.... 그리고 수학은, 못해서 싫어합니다. 수학쪽으론 완전 돌머리예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_-

2005-10-06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llonin 2005-10-06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렸을 적엔 마틴 가드너가 쓴 이야기 파라독스를 재밌게 읽었었죠. 그 책을 너무 좋아해서 한때는 마틴 가드너가 쓴 책만 골라서 읽었습니다. 그가 주석을 달은 앨리스도 어떻게든 구하려고 했었구요. 하지만 수학점수는 언제나 빵점에 가까웠죠-_- 좀 더 늙어서 군대에 갔을 때는 폴 에어디쉬의 전기도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나와선 뷰티플 마인드도 재밌게 읽었구요. 하지만 그들의 공식은 재미없었어요-_- 바로 그 부분부터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기초 통계학 공식들 때문에 아주 미치겠습니다-_- 수학 잘 가르치는 '여자' 개인교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앞의 '여자'를 빼고라도 정말로-_-
 

[트루 라이즈]에서 보면 아랍 테러리스트들을 싹슬이하러 전투기를 몰고 나가는 아놀드 주지사 때문에 당황한 공군 스탭들을 톰 아놀드가 진정시키느라 바쁜 장면이 있다.

"걱정말아요. 전에도 몰아본 적이 있거든요. 마치 자전거 타는 법처럼 한 번 익히면 잊어버리질 않는 친구죠."

대강 저런 대사였던가? 그런데 저 영화가 개봉할 때 즈음엔 이미 자전거를 두 대째 정도 어떤 도둑놈이 훔쳐간 뒤였기 때문에 맞는 말인지 아닌지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경륜장에 놀러갔다가 얼떨결에 경품공모에 당첨되어 제세공과금 2만 2천원이라는 막대한 값을 물은 자전거가 지난 주말께에 도착했다. 삼천리 자전거 제작으로 모델명은 벨로트롬. 관공서 대량 보급용 접는 자전거로 7단 기어의 시티차다. 정가가 9만 9천원이라고 하는데 정작 삼천리 자전거 홈피의 모델에는 언급도 안되고 있으니 뭐... 알아서 뺐겠지-_-

대충 생각해보면 저 안장에 앉은 게 어언 14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14년 동안 내가 자전거 안장을 접할 수 있었던 경우는 친구들 몇몇이 끌고 다니는 것을 구경해 본 것(그것도 손으로 꼽을 수 있는 횟수였다)과 에로만화에서 생활 속의 자전거가 훌륭한 자위기구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걸 확인한 두 가지뿐이었다. 그래서 14년 전보다 유난히 조그맣게 줄어들은 듯한 안장에 올라타면서 느낄 수 있었던 사타구니에 가해지는 압박을 통해 에로만화의 원없는 상상력에 대한 찬탄보다는 톰 아놀드의 대사가 과연 맞을까 맞지 않을까 살짝 불안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일단은, 톰 아놀드의 말은 맞았다. 14년 동안 손놓고 있던 자전거를 무리없이 다루게 되는데는 채 20분이 걸리지 않았다.

즐거운 일이다. 자전거를 타는 것은 아주 즐겁다. 그리고 근처에 공원이 있다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이다. 비록 아직 높이 조절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무릎에 들어가는 힘이 좀 과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지만.... 아무렴 어떤가. 빠르게 달려갈 때, 몸을 세워서 온몸을 부드럽게 감싸오는 바람을 느낀다. 그러면 입에선 노래를 절로 흥얼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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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10-04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륜장 경품이라니... 축하드립니다..^^ (제세공과금이 쫌 아깝지만..ㅎㅎ)
아아~ 자전거 타본게 언제던가!

hallonin 2005-10-04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 한시간이면 회춘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헛헛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