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 라이즈]에서 보면 아랍 테러리스트들을 싹슬이하러 전투기를 몰고 나가는 아놀드 주지사 때문에 당황한 공군 스탭들을 톰 아놀드가 진정시키느라 바쁜 장면이 있다.

"걱정말아요. 전에도 몰아본 적이 있거든요. 마치 자전거 타는 법처럼 한 번 익히면 잊어버리질 않는 친구죠."

대강 저런 대사였던가? 그런데 저 영화가 개봉할 때 즈음엔 이미 자전거를 두 대째 정도 어떤 도둑놈이 훔쳐간 뒤였기 때문에 맞는 말인지 아닌지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경륜장에 놀러갔다가 얼떨결에 경품공모에 당첨되어 제세공과금 2만 2천원이라는 막대한 값을 물은 자전거가 지난 주말께에 도착했다. 삼천리 자전거 제작으로 모델명은 벨로트롬. 관공서 대량 보급용 접는 자전거로 7단 기어의 시티차다. 정가가 9만 9천원이라고 하는데 정작 삼천리 자전거 홈피의 모델에는 언급도 안되고 있으니 뭐... 알아서 뺐겠지-_-

대충 생각해보면 저 안장에 앉은 게 어언 14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14년 동안 내가 자전거 안장을 접할 수 있었던 경우는 친구들 몇몇이 끌고 다니는 것을 구경해 본 것(그것도 손으로 꼽을 수 있는 횟수였다)과 에로만화에서 생활 속의 자전거가 훌륭한 자위기구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걸 확인한 두 가지뿐이었다. 그래서 14년 전보다 유난히 조그맣게 줄어들은 듯한 안장에 올라타면서 느낄 수 있었던 사타구니에 가해지는 압박을 통해 에로만화의 원없는 상상력에 대한 찬탄보다는 톰 아놀드의 대사가 과연 맞을까 맞지 않을까 살짝 불안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일단은, 톰 아놀드의 말은 맞았다. 14년 동안 손놓고 있던 자전거를 무리없이 다루게 되는데는 채 20분이 걸리지 않았다.

즐거운 일이다. 자전거를 타는 것은 아주 즐겁다. 그리고 근처에 공원이 있다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이다. 비록 아직 높이 조절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무릎에 들어가는 힘이 좀 과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지만.... 아무렴 어떤가. 빠르게 달려갈 때, 몸을 세워서 온몸을 부드럽게 감싸오는 바람을 느낀다. 그러면 입에선 노래를 절로 흥얼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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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10-04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륜장 경품이라니... 축하드립니다..^^ (제세공과금이 쫌 아깝지만..ㅎㅎ)
아아~ 자전거 타본게 언제던가!

hallonin 2005-10-04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 한시간이면 회춘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헛헛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