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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노량진 홍초불닭에서 술 마시다가 보니 티비에서 웬 조정린이 나오고 고속도로도 나오고 여자들 다섯도 주루룩 나와서는 한번씩 장기자랑 선보이듯 뽀샤시 화면 속에서 몸을 흔들어대길래 이건 또 뭔.... 싶어서 한 번 봐봤습니다. 중간중간 끊기면서 보다가 저기 홈페이지 시청자의견란에 올라온 표현에 따르면 '파키스탄 거지 같은 꼴'을 한 '킹카'가 자기는 여자를 볼 때 신발부터 본다는 페티시적인 발언을 하자 제작진이 여자들 신발들을 가져와주니 그것들을 그윽하게 살펴보는 씬부터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오우, 우리나라에도 이제 이런 게 나오는구나, 싶더군요.
일단 킹카라는 양반 자체가 그 호칭에 전혀 안 어울리는 외모를 보유한 주제에 20년 경력(추정)의 신발 페티시 다운 심미안을 과시하며 신발의 모양만 보고선 강남인지 강북인지에 사는지를 파악하는 장면에서부터 좀 깼는데.
암튼 이 양반 하는 짓이 아주 대놓고 싸가지인 것이라 키 작아서 맘에 안 들다고 20초만에 차버리질 않나 남녀의 속성은 섹스라느니 하는 징기스칸 시절 몽골전사 같은 발언을 하며 여자에게 자빠링을 시도하는 등 아주 이상적인 꼴통의 면모를 정말 '상상하는 그대로' 펼쳐 보여줍니다.
이거 사람들 좀 끓게 만들겠는데? 라고 생각을 했더만 말그대로 들들 끓여놨더군요. 시청자 게시판, 웹뉴스, 네이버 검색순위 등등.
김현진, <아찔한 소개팅>을 보며 경악하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얼마 전에 시끄러웠던 [재용이의 순결한 19]와 궤를 같이 하는 이 노골쇼의 원본은 [제리 스프링거 쇼]겠죠. 순수하게 가장 자극적인 미취를 낼 수 있는 것만이 가치가 있는 세상. 옳고 그른 것의 여부가 아닌 그 자체가 얼마나 화제가 되느냐에 따라서 점점 비대해지는 기표의 세계는 현실의 복제를 적극적으로 주장함으로써 자신을 완성시키고 사람들을 가치판단의 논란 속으로 몰아넣음으로써 논란 그 자체에 종속되게 만듭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그 이후입니다. 결국 스너프 필름은 범죄의 그늘 속에서 기어나와 리얼리티쇼의 극한이 추구하는 영광의 제대 위로 올라가게 될 것인가? 뭐 그렇게 된다면 방송 미디어라는 수단에 힘입어 가지게 될 전인류적 체험의 동시성에 근거하여, 가히 말세라고 당당하게 불러도 될 것 같습니다만.
아, 그리고 이거 다 짜고 치는 고스돕이랍니다. 그러니 너무 오랫동안 경악하거나 괜히 열 올려서 방송위원회에 고발을 한다든지 하는 시민사회의 주인스러운 시간낭비는 마시길. 그들이 바라는 것은 바로 우리들의 시간을 빼앗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니 채널을 돌려버릴 텔레비전의 합법적 소유주다운 의지나 솟아나는 스트레스를 즐길 마음이 없다면, 그 미취조차도 통째로 잡아 먹어버릴 수 있는 대범함이 필요한 법입니다. 아직은, 스너프는 불법이니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