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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
스티브 도나휴 지음, 김명철 옮김 / 김영사 / 2011년 8월
평점 :
당신의 나침반을 찾으라.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가치 있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과연 나는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때때로 이런 의구심이 고개를 쳐들 때가 있다. 방향감각을 잃은 그때 우리에게는 인생의 나침반이 필요하다. 다른사람의 평가나 조언이 좋은 나침반이 되어줄 수도 있다. 책이나 음악에서 방향을 가늠하게 될 때도 있다. 그러나 일시적인 방편일 뿐이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또다시 길을 잃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를 위해 올바른 방향을 가리켜줄 나침반이 짠,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미리 좌절할 것은 없다. 여기, 지난한 인생길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을 소개하겠다.
인생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
당신은 '운명'을 믿는가. '신'이거나 '무의식'이라고 불러도 좋다. 때때로 우리는 알 수 없는 마음의 동요나 끌림을 느낄 때가 있다. 이성이나 논리를 넘어선 '그것'을 저자는 '내면의 나침반'이라 이름 붙인다. 내면의 나침반 얘기를 하기 전에 우선 바다거북의 긴 여정을 소개해야 할 것 같다. 바다거북의 긴 여정은 해변에서 알을 깨고 나온 직후부터 시작된다. 고난이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어미가 덮어둔 모래막을 뚫고 나와 바닷물에 뛰어들기까지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해변을 헤매는 시간이 길어지면 천적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목숨을 잃기 십상이다. 방향을 잘못 틀어 바다가 아니라 차도로 뛰어드는 거북들도 많다.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살아남아 바다에 도달한 바다거북은 본격적인 여행길에 오른다. 먹이를 구하기 위해 해류를 따라 길을 찾고, 대양을 가로지르며, 허리케인을 견뎌내고 초대형 유조선이나 새우잡이 그물을 피하면서 수천킬로미터를 여행한다. 그리고 산란기가 되면 태어난 바로 그 해변으로 돌아와 모래 밑에 알을 낳는다. 바다거북들은 어떻게 수천킬로미터의 낯선 바닷길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고 다시 자신의 둥지로 돌아올 수 있었을까. 연구에 의하면 철새와 바다거북들의 이동에 지구자기장이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일종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책의 저자인 스티브 도나휴는 우리 안에도 바로 이와 같은 내비게이션, 곧 내면의 나침반이 존재한다고 역설한다. 우리가 발견하기 이전부터 언제나 우리를 이끌어준 내면의 강력한 힘 말이다.
내면의 나침반을 올바르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발견하는 것이 우선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가 만들어놓은 지도를 따라 움직이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그 안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속칭 안전빵이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지도를 따라가는 인생이 안전할 수는 있다. 운이 좋아서 내면의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과 일치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을 펼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오롯이 자기 자신의 욕구와 재능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면 분명 방향판을 확인해 봐야 한다. 이성을 넘어선 끌림, 우리를 편안하고 즐겁게 해주는 일이나 사람 따위가 책에서 말하는 '내면의 나침반'이다. 내면의 나침반을 따라가려면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내면의 나침반을 따르는 첫 번째 여정은 '둥지'를 떠나는 것이다. 바다거북이 모래 보호막을 뚫고 해변을 가로지르듯 익숙한 보호막을 뚫고 나올 수 있어야 한다. 둥지를 떠났다면 자신의 깊은 내면의 '끌림'을 따라야 한다. 이것이 두 번째 여정이다. 진정 즐거움을 느끼고 가장 나다울 수 있는 일이나 공간, 사람을 따르는 것이다. 재능을 발견했으면 꾸준히 실력을 쌓고 적절한 사람을 만났다면 그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것. 즉, 내면의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행하는 것'이 세 번째 여정이다. 그런데 주의할 것이 있다. 마음의 이끌림을 따르라는 것이 매순간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행동하라는 말은 아니다. 자신의 경험이나 감정패턴, 인간관계 따위를 신중히 검토하거나 명상, 글쓰기, 대화 따위를 통해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인식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렇더라도 내면의 나침반을 따르는 일에는 실수가 따르기 마련이다. 사회가 만들어놓은 지도를 따라도 마찬가지이다. 인생에서 실수를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실수를 두려워 한다. 실수가 두려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책에서 제시하는 인생을 건너는 네 번째 여정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실수는 성장과 변화의 좋은 밑거름이 되어주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오래 숨 참는 법을 배우라
장수거북의 주된 먹이인 해파리는 수면 근처에 몰려 있어서 대부분의 장수거북은 수심 300미터 이상 잠수하지 않는다. 그러나 종종 잠수 시간의 1퍼센트 정도는 1,000미터도 넘는 가장 깊고 컴컴한 바다를 탐색하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스티브 도나휴는 이를 우리 인생의 여정에 비유한다. 우리 인생에서도 어쩔 수 없이 깊고 컴컴한 바닷속에 깊이 잠수해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치명적인 실수로 좌절감이 들 때, 방향감각을 잃었을 때, 깊이 잠수한 채 오래 숨 참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자신과 상황을 받아들이고 내면을 탐색하라는 말이다. 이것이 다섯 번째 여정이다. 헥헥
수많은 위기와 좌절의 바다를 건넜다면 이제 다시 둥지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바로 내면의 집으로 말이다. 이것이 마지막 여정이다.
"내면의 집으로 돌아오는 것은 당신의 본질, 즉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진실을 발견하거나 기억하고, 연결하거나 재연결하고, 찾거나 되찾는 순간을 말한다. 당신이 집으로 돌아올 때면 어디에 있든 그곳은 당신에게 꼭 맞는 곳이고 당신은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179쪽)"
'운명'에 대해, 내면에 각인된 운명을 기억하고 그 안에서 제대로 살아내는 방법에 대해 이토록 명쾌하고 아름답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바다거북과 길고 긴 모험길을 건너는 내내 감동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내 안에서 나침반의 깊은 떨림을 감지한다. 방향을 틀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