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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폼 팩토리 - 애플샌드의 내추럴&빈티지 공간 만들기
오진영 지음 / 미디어윌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낡거나 쓰임이 다한 물건을 앞에 두고 고민해 본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선뜻 버리기엔 아깝고 그냥 두자니 거치적거리는 물건들은 먼지옷을 입은 채 우리의 선택만 기다리고 있다. 이미 쓰레기통에 던져져 수명을 다한 것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아차, 하는 마음에 쓰레기통을 뒤져보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리폼 팩토리》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모든 '쓰레기'는 '보물'이 된다. 아, 그래서 리폼 리폼 하는구나, 알게 될 것이다. '리폼(reform)'은 개혁, 개선의 의미를 가진 영단어에서 나온 말로, 낡거나 오래된 물건을 고치는 일을 가리킨다. 리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지금 이런 설명은 불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리폼 도구만을 판매하는 사이트가 있을 정도이니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리폼의 매력을 알고 있다. 그런데 정작 시도해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다른 사람들의 리폼 실력을 훔쳐보면서 감탄만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나 역시 그 중 하나이다. 워낙 손재주가 없어서, 라는 것이 변명이라면 변명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용기를 얻었다. 리폼이 타고난 감각과 손재주를 가진 사람들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은이 오진영 씨는 평범한 주부이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살림을 하면서 필요한 물건을 사는 대신 쓰던 물건을 재활용하면서 리폼의 매력에 빠졌다. 책의 프롤로그에서 그는 "리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상적인 일"이라고 강조한다. 책을 넘기다 보면 과연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빈 유리병에 글씨를 새겨넣은 꽃병, 플라스틱 용기에 레이스를 두른 화분, 자투리 나무에 구멍을 뚫은 연필꽂이 등 간단한 아이디어와 작은 손길 하나에서 리폼의 마술은 시작되는 것이다.
책은 크게 4단계로 나뉘어 있다. 초보자부터 베테랑을 위한 리폼까지 단계별로 밟아가는 구성이다. 본격적인 리폼에 들어가기 앞서 필요한 준비물과 기초적인 리폼 기법도 소개해 놓고 있어 초보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리폼의 왕초보 중의 왕초보에 속하는 나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감탄을 연발했다. 나무를 깎고 구멍을 뚫고 피스를 고정시키고 페인트를 바르고 말리고 또 한 번 바르고 말리고 바니쉬를 칠하고 말리는 숙련된 작업도 물론 훌륭하다. 그런데 너무 흔하다고 할까. 너나 할 것 없이 따라하는 리폼의 정석 같다는 느낌이 아쉽다. 반면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이용한 단순한 리폼 기법들이다. 전단지 자석을 오려내 병뚜껑이나 낡은 물건에 붙인 근사한 마그넷, 종이상자에 서류봉투를 덧씌운 종이화분, 아이스크림 막대를 활용한 미니 옷걸이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재료들이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놀랍고 즐거웠다. 그동안 내가 버린 무수한 쓰레기들을 찾아 떠나고 싶은 애석함도 들었다. 무엇이든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 관심 밖에서 조용히 잊혀지는 물건들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리폼 팩토리》는 사람까지도 리폼시키는 놀라운 힘을 지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