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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힘 -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의 조건
이창용 외 지음 / 황금물고기 / 2011년 9월
평점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릴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불 꺼진 방 안의 어둠이다. 오래된 어둠의 한가운데 누워 가만히 눈을 감으면 나직하게 이어지는 엄마의 이야기. 내 눈꺼풀 위에 사뿐히 쌓여가던 그 이야기들은 어둠을 환하게 밝혀주었다. 글을 읽을 수 있게 되고부터는 스스로 이야기책을 찾아 읽었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나는 세계의 무한한 가능성을 깨닫게 되었다. 나 역시 그 세계의 일부라는 사실도.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이야기'였다. 나를 거쳐간 수많은 이야기들은 내 삶의 피가 되고 살이 되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 없는 인생을 상상할 수나 있겠는가. 잘 짜여진 문학작품이나 역사책의 이야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을 떠도는 살아 있는 이야기들, 소문, 잡담, 농담, 변명, 일화, 황당한 거짓말 등등 오늘도 우리는 이야기 속에 살고 있다.
바야흐로 포스트 디지털 시대이다. 기술과 정보의 포화 상태 속에서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감성적 교류, 즉 '이야기'를 원하게 되었다. 책이나 영화, 드라마는 물론 제품을 구매할 때에도 자신을 보다 잘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긴 것을 선호한다. 이야기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좋은 이야기를 찾아나서고, 또한 좋은 이야기꾼이 되기를 희망한다. 지금 소개할《이야기의 힘》은 그런 의미에서 시의적절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그 부제에서 확인할 수 있듯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의 조건을 풀어놓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로버트 맥기에 이르기까지 이야기의 거장들이 밝히는 '좋은 이야기'의 조건과 그 조건을 응용해 실제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장章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줄지도 모른다. 이 책은 스토리텔링 이론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야기의 힘》은 EBS에서 방영된 교양다큐 내용을 옮긴 책이다. 나는 EBS 다큐프라임을 즐겨 본다. 다양한 각도에서 주제를 이끌어나가는 방식이 좋다. 이 책 역시 그러하다. '이야기'라는 주제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조선시대 전기수 살인사건이나 스웨덴 드라마 <마리카의 진실>을 둘러싼 논란과 같은 일화들과 흥미진진한 실험 결과들을 통해 이야기의 위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언어심리학자 캐서린 넬슨은 한 연구결과를 통해 인간은 이야기 본능을 지니고 태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말을 배우기 이전의 아기들도 옹알이나 짧은 음성표현을 통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결국 소통과 공감의 욕구이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우리를 스쳐간다. 그러나 어떤 이야기는 우리를 변화시킨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이것이 이야기의 힘이다. 지금 당신이 원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그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