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장난감 만들기 - 엄마랑 아이랑
케이트 릴리 지음, 주순애 옮김, 캐롤린 바버 사진 / 이숲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 살 난 조카는 벌써부터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다룰 줄 압니다. 제엄마랑 머리를 맞대고 몬스터 죽이는 게임에 열중합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자연을 좋아합니다. 같이 놀이터에 가 보면 알 수 있지요. 차갑고 단단한 미끄럼틀 그네보다는 흙 만지는 것을 좋아합니다. 미칠 듯이 좋아해요. 아이들 흙장난하는 걸 옆에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그늘이 환해집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에게 흙은 '지지'입니다. 더러운 것이죠. 대신에 인공 모래를 만지면서 놀아요. 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지금 소개하는 이 책은 어른의 놀이 문화와 인공 모래, 화려하고 값비싼 장난감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자연친화적인 '흙장난'의 시간을 되돌려 줍니다.

 

    어린 두 아들과 함께 만들기한 경험을 기록한 블로그(http://www.minieco.co.uk/)의 내용을 옮긴 이 책은 서른 다섯 가지 친환경 장난감 만들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재료와 만드는 방법, 장난감의 쓰임에 따라 단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재료 설명은 물론 만들기 과정을 담은 사진까지 싣고 있어 어려움 없이 따라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특징이라고 하면 기본적인 놀이 재료부터 과학적 원리를 이용한 장난감까지 모두 친환경적인 도구를 선택하고 있는 것인데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익숙한 재료들의 변신이 매우 놀랍고 재미있습니다. 밀가루 반죽에 산딸기와, 나무껍질, 코코아 등을 섞어 천연색을 낸 플레이도우는 '지지(흙)'의 훌륭한 대용품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고요. 만화경과 구슬 미로, 종이비행기와 비눗방울 탐구용 병 등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장난감들도 보입니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자연과 교감하는 만들기였습니다. 야생화 씨앗으로 만든 '씨앗 폭탄'으로 버려진 공터에 꽃 피우기, 헌 나무 상자를 이용한 '벌레 집', 굶주리는 새들을 위한 '새 모이통' 같은 것들이죠.

 

    바깥 날씨가 무시무시하게 추운 겨울철에는 깃털 있는 친구들에게 먹을 것을 좀 만들어 주면 어떨까요? 새 모이통은 만들기에 무척 재미있기도 하지만 새들이 그것 때문에 여러분을 좋아하게 될 거예요. (본문 중에서)

 

   바로 여기 이 책의 귀한 가치가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아이들의 마음을 빼앗는 멋진 장난감들은 주변에 흔합니다. 단순히 장난감 만들기를 배우려고 이 책을 선택하는 엄마는 없을 것 같아요. 자연의 재료를 이용한 만들기는 '교감'이지요.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릴 새들을 위해 나뭇가지에 새 모이통을 매달고, 황량한 공터에 폭탄처럼 터져나올 예쁜 꽃들을 생각하며 씨앗을 심는 마음. 만드는 즐거움과 동시에 자연친화적인 마음을 기를 수 있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교감은 엄마와 아이의 유대입니다. 막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어린이집에 보내지는 요즘 아이들은 너무 일찍 엄마와의 시간을 박탈당하는 것 같은데요. 아이와 엄마가 함께 장난감을 만드는 시간은 친밀감 형성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루카와 생명의 불 - 살만 루슈디 장편소설 문학동네 청소년 15
살만 루슈디 지음, 김석희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매혹적인 이야기는 이 년 전, 살만 루슈디가 당시 열두 살이던 둘째 아들 밀란을 위해 쓴 것인데요. '루카'는 밀란의 중간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1990년에 장남 자파르를 위해 쓴 《하룬과 이야기 바다》의 자매편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에는 어린 아들에 대한 늙은 아버지의 애틋한 정이 녹아 있습니다. 《하룬과 이야기 바다》에서 루슈디는 이야기 능력을 잃어버린 이야기꾼 아버지를 구하는 아들 하룬의 모험담을 그리고 있는데요. 허풍 대왕으로 불리는 이야기꾼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마법 세계로 뛰어드는 루카의 이야기 역시 큰 줄기는 아버지와 아들의 유대입니다. 두 작품 작은 차이라면 루슈디의 현실 상황과 정서적 연결고리를 들 수 있겠습니다. 은둔 생활 도중 씌여진 전작에서 작가로서의 위기의식에 사로잡힌 현실적 갈등을 엿볼 수 있었다면, 이번 작품에는 어린 아들이 어른이 되기도 전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늙은 아버지의 위기감이 녹아 있습니다.

   

    우리가 누구냐, 무엇을 할 수 있느냐 하는 중요한 질문의 대답은, 그 질문을 받을 때까지는 우리도 몰라. 질문을 받은 뒤에야 비로소 우리는 거기에 대답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게 된단다. (본문 중에서)

 

    루카의 모험은 한 서커스단의 몰락에서 시작됩니다. 불꽃 단장 아아그가 이끄는 '거대한 불고리' 서커스단. "믿을 수 없는 불의 환상 곡예"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던 유명 서커스단을 단숨에 해체시킨 것은 열두 살 루카의 분노였습니다. 서커스단 행렬을 지켜보던 루카의 눈에 비친 서커스단의 실상은 매우 비참했습니다. 눈먼 암호랑이와 굶주린 코끼리, 새장에 갇혀 풀이 죽어 있는 앵무새들과 충치를 앓는 암사자의 참상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던 루카가 불꽃 단장을 향해 외친 말이 그대로 저주가 되어버린 것이지요. 서커스단의 동물들은 숲으로 달아났고 불고리는 서커스단의 천막을 활활 태워 없애버렸습니다. 악에 받친 아아그의 보복으로 루카의 아버지 라시드는 '영원한 잠'에 빠지게 되지요. 죄책감을 느낀 루카는 아버지 라시드를 위해 '생명의 불'을 훔치러 마법 세계로 뛰어듭니다.

 

     이야기일 뿐이라고? 내 귀가 나를 속이고 있는 게 분명해. 건방진 애송이. 네가 그런 어리석은 말을 했을 리가 없어. 어쨌든 너 자신도 공상의 바다에서 떨어진 작은 물방울 하나, 허풍 대왕의 입에서 무심결에 튀어나온 짤막한 말일 뿐이야. 다른 아이들은 몰라도 너는 인간이 이야기하는 동물이라는 것, 이야기 속에 인간의 정체성과 인간의 의미, 그리고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한 활력의 근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해. (본문 중에서)


 

    마법 세계는 허풍 대왕이라 불리는 아버지 라시드가 창조해 낸 것입니다. 열두 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진 서사에서 아들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느낄 수 있는데요. 마법 세계를 가상 현실로 설정하고 게임 형식을 차용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스핑크스를 연상시키는 강의 노인과 수수께끼 대결을 해서 충전한 '생명'을 소진하며 지식의 산에 올라 '생명의 불'을 훔치게 되면 레벨 9단계, 클리어 상황이 되는 것이지요. 게임을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장애물이죠. 도깨비와 박쥐, 전갈인간, 고대의 신들, 괴물과 끈적끈적한 점액질 생물, 존경 생쥐, 욕설여왕 등 기괴한 방해자들과 얽힌 위기상황이 단계적으로 펼쳐집니다.  

 

    왼쪽 길로 가려면 그 길이 거기에 있을 거라고 믿어야 해. (본문 중에서)

 

    마법 세계의 심장부, 지식의 산에 이르는 루카의 긴 여정은 시간에 대한 아름다운 은유로 읽힙니다. 아버지 라시드의 유령 '아무버지'와 퇴락한 고대의 신들을 통해 루카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불멸성이 얼마나 끔찍한 욕망인가를 깨닫게 되지요. 작가 인터뷰에서 루슈디는 "성인 문학과 아동 문학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이 작품을 쓴 목적이었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어린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져 씌였지만, 어른에게는 또 다른 의미의 감동을 주는 하나의 우화로 기억될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회생물학과 윤리 - 출간 30주년 기념판
피터 싱어 지음, 김성한 옮김 / 연암서가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에게 단순히 동물과 닮은 점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바로 동물이다.

 

         - 메리 미즐리Mary Midgley, 《야수와 인간Beast and Man》 에서

 

 

 

  

 

     인간 윤리와 도덕의 기원을 사회생물학적 견지에서 탐구하는 이 책은 동물해방론자로 잘 알려진 피터 싱어의 1981년 저작물입니다. '사회생물학'이라는 용어는 1975년 에드워드 O. 윌슨Edward O. wilson1이 그 자신의 책 《사회생물학: 새로운 종합Sociobiology: The New syntbesis》2에서 최초로 사용한 것입니다. 윌슨은 이 책에서 인간 본성에 대한 진화론적 접근을 시도하는데요. 싱어는 윌슨의 접근 방식에서 과학자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를 지적하고 그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일종의 반박문으로서 이 책을 씁니다. 그럼에도 윤리에 대한 윌슨의 사회생물학적 접근 방식이 윤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을 주는 점 또한 인정하고 있습니다. 

 

    책의 1장에서 싱어는 사회생물학에 대한 윌슨의 정의 ㅡ "모든 사회적 행동의 생물학적 토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ㅡ에 대해 반박하고 있습니다. 사회생물학이 윤리에 시사하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영향은 직접적인 것이 아니라 간접적이라는 것입니다. 그 간접적인 시사점을 싱어는 다윈의 진화론에서 찾고 있습니다.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거나(혈연 이타성kin altruism),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생존 확률과 이익을 증가시키려는(호혜적 이타성recirocal aaltruism), 같은 종에 속하는 생물로서 긴밀히 상호작용을 하려는(집단 이타성group altruism) 본능적 성향이 윤리의 근원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오늘날의 윤리 체계가 초기 인류와 인류 이전 조상들의 이타성에서 출발했다는 것이죠.

 

     혈연 이타성이 존속되는 원인은 그것이 혈연의 생존을 도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직 친족만을 돕는 행동만이 이타적 행동은 아니다. 원숭이들은 서로 털을 다듬어 주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이때 그들은 스스로의 손이 닿지 않는 애매한 위치에 있는 기생충을 잡아준다. 서로 털 다듬기를 해주는 원숭이들이 항상 혈연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털 다듬어 주기가 나타나는 것은 "네가 나의 등을 긁어준다면 나도 너의 등을 긁어주겠다"는 호혜적 이타성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본문 중에서)

 

     2장에서 싱어는 이타성에 대한 사회생물학적 입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한 '이타성'이 '이기성'이 아닌가 라는 일반적인 의문을 풀어나가는데요. 행위의 결과가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고 해서 그 동기가 반드시 이기적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참된 이타성에 대한 사회생물학적 주장을 살피고 있는데요. 이타적인 동기를 갖는 죄수들이 출감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죄수의 딜레마'를 통해 이타적인 성향이 먼 옛날 인류의 생존에 도움을 주었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이익을 동등하게 고려하는 원리3의 스펙트럼 대극에는 이기주의4가 위치해 있다. 이기주의는 내 스스로의 이익을 증진시킬 것을 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타인을 돕는 일이 내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들의 이익에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를 취한다. 이기주의자가 집단 윤리의 토대가 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단순히 나의 이익을 겨냥한 원리가 아님이 분명해야 한다.(나, 피터 싱어에게 이기주의의 이상적 형태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의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행동해야 한다는 입장5을 견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나 외의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일 것 같지 않은 입장이다.) (본문 중에서)

 

      싱어는 4장에서 인간의 이성 능력이 어떻게 오늘날의 윤리 규칙과 계율로 발전해 왔는지 추척하고 있습니다. 이 장에서 싱어는 우리가 이성적 사고를 통해 진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여기서 싱어의 공리주의가 등장합니다. "결정에 의해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들의 이익을 동등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 궁극적인 원리를 '이익 동등 고려의 원리The principle of impartial consideration of interests'라고 부릅니다. 모든 인간을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싱어의 공리주의 원리는 도덕적 고려 대상의 범위가 확대되어 인간 아닌 동물까지도 포함시키게 됩니다. '범위 확장(The Expanding Circle)'이라는 이 책의 원제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옳고 그름의 기준 없이 살 수 없음을 인식하는 것'과 '그러한 기준의 본질과 기원을 이해하는 것'은 별개다. (초판 서문 중에서)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수많은 인용구와 전문용어가 등장합니다. 읽기에 쉽지 않은데요. 책을 내려놓고 싶을 때마다 "검토되지 않는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떠올렸습니다. 익숙한 도덕관습의 테두리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 본질과 기원을 탐구하는 일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려운 독서였지만, 책 곳곳에서 역자의 섬세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약간 과장을 더해 내용의 절반을 차지하는 각주와, 각 장마다 정리해둔 요약문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1. 에드워드 O. 윌슨은 1929년 미국 앨라배마 주 버밍햄에서 태어났다. 1955년 하버드 대학교의 동물학 교수가 되었으며, 본격적인 사회생물학 논쟁의 단초를 이룬 학자로 꼽힌다. 《사회생물학: 새로운 종합》(1975)을 저술하였으며,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2. 사회생물학: 사회 현상을 생물학적 지식을 이용하여 탐구하는 학문.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사회적 행동이 자연선택을 주요인으로 하는 진화과정의 결과 형성된 것이라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여기에 행동학과 생리학 등 관련 분야의 식견을 더하여 연구하는 학문이다.

  3. 싱어의 이익 동등 고려 원리는 모든 이익들을 측정해서 영향 받는 사람들의 이익이 최대화될 것으로 보이는 행위 과정을 채택할 것을 요구한다. 이때 나는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영향 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행위 과정을 선택해야만 한다. 이는 공리주의의 한 형태인데, 이때 '최선의 결과'라는 말이 단지 즐거움을 증가시키고 고통을 감소시키는 것이라기보다는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영향 받는 모든 사람들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고전적 공리주의와 구별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벤담이나 밀과 같은 고전적 공리주의자들이 '쾌락'과 '고통'을 넓은 의미로 사용한 것으로 해석한다면 '쾌락'은 바라는 것을 달성하는 것으로, '고통'은 그 반대의 경우로 이해될 수도 있다. 만약 이와 같은 해석이 정확하다면, 이익에 기초한 공리주의와 고전적 공리주의와의 차이는 사라진다. 싱어, 《실천윤리학》(황경식, 김경동 옮김, 철학과현실사,1992), 32~33쪽

  4. 윤리적 이기주의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 모든 개인은 각자의 이익을 가장 많이 증진시키는 것을 해야 한다.(보편적universal 윤리적 이기주의)
    * 모든 개인은 나의 개인적 이익을 가장 많이 증진시키는 것을 해야 한다.(개인적individual 윤리적 이기주의)
    * 나는 오직 나의 개인적 이익을 가장 많이 증진시키는 것을 해야만 한다. (고립적personal 윤리적 이기주의)
    만약 세계가 A, B, C, D라는 네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보편적 윤리적 이기주의는 A는 A 자신의, B는 B 자신의, 그리고 C와 D는 각각 그 자신의 이익을 증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개인적 윤리적 이기주의자는 A는 A 자신의 이익을 증진시켜야 하고, B,C,D 모두 다 A의 이익을 증진시키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A가 고립적 이기주의자라면 A는 자신의 이론에 따라 자기 이익을 증진시켜야 한다. 그러나 그의 이론은 B, C, D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여기서 고립적 이기주의의 문제점만을 지적한다면 그러한 이기주의는 세계 안에 있는 오직 한 사람에 대해서 그가 무엇을 해야 하고 또 하지 말아야 하는가를 말할 뿐, 다른 모든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완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에 관계하는 한 사람이 채택하는 사적인 행동의 방침 이외에 다른 어떤 것도 아니다. 결과적으로 이 주의는 도덕 원리로서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다.
    폴 테일러, 《윤리학의 원리》(김영진 옮김, 서고아사, 1985), 53~54쪽과 81~82쪽 참조.

  5. 이는 개인적 윤리적 이기주의를 말한다. 이에 대한 비판으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왜 당신의 이익이 다른 사람의 이익보다 더 중요시되어야 하는가?" 만약 개인적 이기주의자가 특별한 취급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없다면 그가 타인들에게 지고 있지 않는 의무를 타인들이 당신에게 지라는 법은 없다.
    폴 테일러, 《윤리학의 원리》, 88쪽 참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도 미술에 홀리다 - 미술사학자와 함께 떠나는 인도 미술 순례 처음 여는 미술관 1
하진희 지음 / 인문산책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도는 종교와 문화, 민족, 언어 등에서 다양성을 지닌 나라죠. 이러한 다양성은 미술 작품에도 고스란히 반영되는데요. 기후와 지리적 여건, 종교와 전통에 따라 미술 작품의 색채나 성격에도 차이를 보입니다. 초록의 숲이 울창한 벵골 지역과 서남 해안에 자리 잡은 케랄라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눈에 잘 띄는 흰색을 선호하는 반면, 건조한 사막 지대에서는 반짝이는 유리로 자수 제품을 장식하는데요. 사막의 강렬한 햇빛을 반사시켜 화려함을 더하려는 것이지요. 기후와 지리적 여건에 따라 선호하는 자재가 다르고, 종교나 문화적 전통에 따라 만들어지는 작품도 제각각입니다. 미술사학자인 저자의 수집품을 담고 있는 이 책에서 그 다양성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저자가 이십 년 동안 인도를 오가며 수집한 미술품 대부분이 신분이 낮은 사람들의 거친 손으로 빚어낸 민예품인데요. 미적 조화를 이루는 색채와 섬세한 표현력이 감탄을 자아냅니다.

 

    인도의 민예품은 그들 삶과 가깝게 맞닿아 있습니다. 전통과 종교를 중시하는 인도인들의 일상에서 그림 그리고 신의 형상을 만드는 일은 밥 먹고 청소하는 일만큼이나 자연스럽습니다. 책에 실린 민예품들 대부분이 전통과 종교적 색채를 띠고 있는데요. 결혼과 축제 의상을 위한 자수 제품부터 종교의식을 위한 등잔이나 종(鐘), 화장(火葬) 용기 등 재료와 기법도 다양합니다. 재료와 기법과 무관하게 대부분의 작품에 녹아있는 것이 신화입니다. '신들의 나라'라는 명칭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다양한 신의 형상과 신화적 이미지가 넘쳐나지요. 3부에서 인도의 대표적인 신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데요.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데 흥을 돋우는 동시에 인도인들의 삶을 지배하는 신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의 수집품을 담은 사진과 함께 인도 미술품에 대한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책으로 만나는 작은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인도인의 삶의 철학과 전통, 신화를 녹여내고 있는 민화와 다양한 민예품들은 다채로운 빛깔과 향기로 우리의 눈과 마음을 물들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무 다른 사람들 - 인간의 차이를 만드는 정서 유형의 6가지 차원
리처드 J. 데이비드슨 & 샤론 베글리 지음, 곽윤정 옮김 / 알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남녀 미혼자들이 꼽는 이상적인 배우자 조건 중 하나가 좋은 '성격'이라고 하죠. 그런데 이상하죠. 가장 흔한 이혼 사유로 등장하는 것 역시 '성격'입니다. 사람을 묘사하는 친숙한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한 '성격'으로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요. 지금 소개하는 이 책에 의하면 '성격'이라는 것은 정서적 특성과 정서 유형을 구성하는 특징들로 이루어진 행동 유형에 속합니다. 별자리나 혈액형, 띠로 구분하는 성격 유형부터 전통 심리학의 성격 분류 체계 등 과학적 신빙성이 떨어지는 이론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이 책은 인간 마음에 대한 폭넓은 관점을 제시합니다. 우리 행동과 감정, 사고방식 등이 발생하는 지점, 바로 뇌에 근거한 분류 체계를 통해 개인마다 다른 특유의 뇌 특성을 구별하고 있는데요. 단순한 정서 특성이나 기분이 아니고, 전통적인 성격 측면과도 차이를 보이는 이 분류 체계는 여섯 가지 차원의 정서 유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ㆍ 회복탄력성Resilience : 역경으로부터 얼마나 빨리 혹은 천천히 회복되는가.

ㆍ 관점Outlook : 긍정적인 정서를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가.

ㆍ 사회적 직관Social Intuition :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이 보내는 사회적 신호를 감지하여 얼마나 잘 적응하는가.

ㆍ 자기 인식Self-Awareness : 자신의 정서를 반영하여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감정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가.

ㆍ 맥락 민감성Sensitivity to Context :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는 정서적 반응을 얼마나 능숙하게 조절하는가.

ㆍ 주의 집중Attention : 의식의 초점을 얼마나 정확하고 명확하게 맞추는가.

 

 

     이 여섯 가지 정서 유형이 다양한 조합을 이루어 고유한 성격과 기질로 나타난다는 것인데요. 그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스펙트럼의 각 지점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자기, 혹은 타인의 정서 유형을 알 수 있습니다. 회복탄력성 유형을 살펴보면요. 회복탄력성 스펙트럼의 앞쪽에 해당하면 역경을 이겨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느린 회복자형Slow to Recover style', 뒤쪽이라면 빠른 시간 내에 역경을 극복하는 '빠른 회복자형Fest to Recover style'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와 같은 방식으로 여섯 가지 차원을 조합하면 매우 폭넓은 성격 양상이 나타나는데요. 이는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그에 어떻게 반응하며, 타인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삶의 여정에서 마주하는 장애물을 어떻게 빠져나가는지를 설명해줄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유전자는 총을 장전시키지만,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것은 환경뿐이다. (본문 중에서)

 

 

      우리 고유의 기질, 천성은 변하지 않는 것일까요. 책에서는 다양한 유전자 연구 결과를 들어 양육, 즉 후천적 환경이 천성을 이긴다고 주장합니다. 반사회적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라도 자라는 과정에서 적절한 보살핌과 애정을 받는다면 반사회적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이지요. '유전된 것은 불변한다'는 정설을 무너뜨린 이 연구 결과는 서로 연관 있는 두 가지 사실을 드러내 보여줍니다. 아이가 자라는 환경에 따라 유전적 특성이 나타나거나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과, 우리 몸의 세포 하나하나에 들어 있는 꼬불꼬불한 이중나선인 실제의 유전자가 우리 경험에 따라 켜지거나 꺼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는 우리 뇌의 신경가소성을 말해주는 좋은 사례가 됩니다. 신경가소성이란 의미 있는 방식으로 뇌의 구조나 패턴을 변화시키는 능력을 가리키는데요. 책의 핵심을 이루는 내용이라 할 수 있겟습니다. 자신, 혹은 타인의 정서 유형을 측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과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거든요.

 

 

     마음챙김 명상은 마음의 강바닥에 새로운 물길을 만들어낸다. 더욱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마음챙김은 경험과 생각에 뇌가 새로운 방식으로 반응하도록 훈련시킨다. (본문 중에서)

 

 

       책에서 제시하는 마음훈련법은 명상입니다. 단기간의 명상만으로도 우리 뇌의 신경활동 패턴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좋은 성격'이란 무엇일까요? 책에서는 이상적인 정서 유형이란 없다고 역설합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불행의 요인이 되는 정서 유형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중요한 재능으로 부각될 수 있듯, 각각의 서로 다른 정서 유형, '너무 다른 사람들'은 우리 삶을 조화롭고 풍요하게 만든다는 것이지요.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건강한 삶입니다. 우리 자신과 타인을 바로 알고 조화를 꾀하는 삶. 나와 '너무 다른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