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너무 다른 사람들 - 인간의 차이를 만드는 정서 유형의 6가지 차원
리처드 J. 데이비드슨 & 샤론 베글리 지음, 곽윤정 옮김 / 알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남녀 미혼자들이 꼽는 이상적인 배우자 조건 중 하나가 좋은 '성격'이라고 하죠. 그런데 이상하죠. 가장 흔한 이혼 사유로 등장하는 것 역시 '성격'입니다. 사람을 묘사하는 친숙한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한 '성격'으로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요. 지금 소개하는 이 책에 의하면 '성격'이라는 것은 정서적 특성과 정서 유형을 구성하는 특징들로 이루어진 행동 유형에 속합니다. 별자리나 혈액형, 띠로 구분하는 성격 유형부터 전통 심리학의 성격 분류 체계 등 과학적 신빙성이 떨어지는 이론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이 책은 인간 마음에 대한 폭넓은 관점을 제시합니다. 우리 행동과 감정, 사고방식 등이 발생하는 지점, 바로 뇌에 근거한 분류 체계를 통해 개인마다 다른 특유의 뇌 특성을 구별하고 있는데요. 단순한 정서 특성이나 기분이 아니고, 전통적인 성격 측면과도 차이를 보이는 이 분류 체계는 여섯 가지 차원의 정서 유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ㆍ 회복탄력성Resilience : 역경으로부터 얼마나 빨리 혹은 천천히 회복되는가.
ㆍ 관점Outlook : 긍정적인 정서를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가.
ㆍ 사회적 직관Social Intuition :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이 보내는 사회적 신호를 감지하여 얼마나 잘 적응하는가.
ㆍ 자기 인식Self-Awareness : 자신의 정서를 반영하여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감정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가.
ㆍ 맥락 민감성Sensitivity to Context :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는 정서적 반응을 얼마나 능숙하게 조절하는가.
ㆍ 주의 집중Attention : 의식의 초점을 얼마나 정확하고 명확하게 맞추는가.
이 여섯 가지 정서 유형이 다양한 조합을 이루어 고유한 성격과 기질로 나타난다는 것인데요. 그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스펙트럼의 각 지점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자기, 혹은 타인의 정서 유형을 알 수 있습니다. 회복탄력성 유형을 살펴보면요. 회복탄력성 스펙트럼의 앞쪽에 해당하면 역경을 이겨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느린 회복자형Slow to Recover style', 뒤쪽이라면 빠른 시간 내에 역경을 극복하는 '빠른 회복자형Fest to Recover style'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와 같은 방식으로 여섯 가지 차원을 조합하면 매우 폭넓은 성격 양상이 나타나는데요. 이는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그에 어떻게 반응하며, 타인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삶의 여정에서 마주하는 장애물을 어떻게 빠져나가는지를 설명해줄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유전자는 총을 장전시키지만,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것은 환경뿐이다. (본문 중에서)
우리 고유의 기질, 천성은 변하지 않는 것일까요. 책에서는 다양한 유전자 연구 결과를 들어 양육, 즉 후천적 환경이 천성을 이긴다고 주장합니다. 반사회적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라도 자라는 과정에서 적절한 보살핌과 애정을 받는다면 반사회적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이지요. '유전된 것은 불변한다'는 정설을 무너뜨린 이 연구 결과는 서로 연관 있는 두 가지 사실을 드러내 보여줍니다. 아이가 자라는 환경에 따라 유전적 특성이 나타나거나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과, 우리 몸의 세포 하나하나에 들어 있는 꼬불꼬불한 이중나선인 실제의 유전자가 우리 경험에 따라 켜지거나 꺼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는 우리 뇌의 신경가소성을 말해주는 좋은 사례가 됩니다. 신경가소성이란 의미 있는 방식으로 뇌의 구조나 패턴을 변화시키는 능력을 가리키는데요. 책의 핵심을 이루는 내용이라 할 수 있겟습니다. 자신, 혹은 타인의 정서 유형을 측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과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거든요.
마음챙김 명상은 마음의 강바닥에 새로운 물길을 만들어낸다. 더욱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마음챙김은 경험과 생각에 뇌가 새로운 방식으로 반응하도록 훈련시킨다. (본문 중에서)
책에서 제시하는 마음훈련법은 명상입니다. 단기간의 명상만으로도 우리 뇌의 신경활동 패턴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좋은 성격'이란 무엇일까요? 책에서는 이상적인 정서 유형이란 없다고 역설합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불행의 요인이 되는 정서 유형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중요한 재능으로 부각될 수 있듯, 각각의 서로 다른 정서 유형, '너무 다른 사람들'은 우리 삶을 조화롭고 풍요하게 만든다는 것이지요.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건강한 삶입니다. 우리 자신과 타인을 바로 알고 조화를 꾀하는 삶. 나와 '너무 다른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