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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장난감 만들기 - 엄마랑 아이랑
케이트 릴리 지음, 주순애 옮김, 캐롤린 바버 사진 / 이숲 / 2012년 10월
평점 :
네 살 난 조카는 벌써부터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다룰 줄 압니다. 제엄마랑 머리를 맞대고 몬스터 죽이는 게임에 열중합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자연을 좋아합니다. 같이 놀이터에 가 보면 알 수 있지요. 차갑고 단단한 미끄럼틀 그네보다는 흙 만지는 것을 좋아합니다. 미칠 듯이 좋아해요. 아이들 흙장난하는 걸 옆에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그늘이 환해집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에게 흙은 '지지'입니다. 더러운 것이죠. 대신에 인공 모래를 만지면서 놀아요. 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지금 소개하는 이 책은 어른의 놀이 문화와 인공 모래, 화려하고 값비싼 장난감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자연친화적인 '흙장난'의 시간을 되돌려 줍니다.
어린 두 아들과 함께 만들기한 경험을 기록한 블로그(http://www.minieco.co.uk/)의 내용을 옮긴 이 책은 서른 다섯 가지 친환경 장난감 만들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재료와 만드는 방법, 장난감의 쓰임에 따라 단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재료 설명은 물론 만들기 과정을 담은 사진까지 싣고 있어 어려움 없이 따라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특징이라고 하면 기본적인 놀이 재료부터 과학적 원리를 이용한 장난감까지 모두 친환경적인 도구를 선택하고 있는 것인데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익숙한 재료들의 변신이 매우 놀랍고 재미있습니다. 밀가루 반죽에 산딸기와, 나무껍질, 코코아 등을 섞어 천연색을 낸 플레이도우는 '지지(흙)'의 훌륭한 대용품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고요. 만화경과 구슬 미로, 종이비행기와 비눗방울 탐구용 병 등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장난감들도 보입니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자연과 교감하는 만들기였습니다. 야생화 씨앗으로 만든 '씨앗 폭탄'으로 버려진 공터에 꽃 피우기, 헌 나무 상자를 이용한 '벌레 집', 굶주리는 새들을 위한 '새 모이통' 같은 것들이죠.
바깥 날씨가 무시무시하게 추운 겨울철에는 깃털 있는 친구들에게 먹을 것을 좀 만들어 주면 어떨까요? 새 모이통은 만들기에 무척 재미있기도 하지만 새들이 그것 때문에 여러분을 좋아하게 될 거예요. (본문 중에서)
바로 여기 이 책의 귀한 가치가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아이들의 마음을 빼앗는 멋진 장난감들은 주변에 흔합니다. 단순히 장난감 만들기를 배우려고 이 책을 선택하는 엄마는 없을 것 같아요. 자연의 재료를 이용한 만들기는 '교감'이지요.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릴 새들을 위해 나뭇가지에 새 모이통을 매달고, 황량한 공터에 폭탄처럼 터져나올 예쁜 꽃들을 생각하며 씨앗을 심는 마음. 만드는 즐거움과 동시에 자연친화적인 마음을 기를 수 있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교감은 엄마와 아이의 유대입니다. 막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어린이집에 보내지는 요즘 아이들은 너무 일찍 엄마와의 시간을 박탈당하는 것 같은데요. 아이와 엄마가 함께 장난감을 만드는 시간은 친밀감 형성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